유랑의 달
나기라 유 지음, 정수윤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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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의 달

나기라 유 지음/ 정수윤 옮김

은행나무/ 366p


운명으로부터의 도전은 바둑을 두는것과 같다.

약한곳부터 차례차례 盤上의 모든 연결 사슬들을 하나씩 하나씩 끊어낸다. 大馬로부터 분리된 가장 작고 약한 고립의 소멸, 두번째 고립의 소멸, 소멸, 소멸.

어미뱃속의 탯줄같은 사슬의 절단만으로 그들은 소멸한다. 소멸을 거듭한다. 연결은 生命이었다.

그리고 生命은 결국 消滅을 거쳐 다시 復活의 문을 두드릴수 있다.


I. 올드 바카라

아빠의 죽음으로 시작된 가정이라는 울타리의 붕괴. 하나씩 하나씩 무너져 내리는것을 어느한 순간도 잊지 않았다.

어느때인가부터 약냄새를 풍기던 아빠, 그리고 아빠의 상실.

아빠의 상실이 가져다준 엄마의 방황, 엄마의 방황이 가져온 엄마의 소멸.

엄마의 드라이카레, 칵테일 사이다, 행복했던 건배,,

撤市.

거리의 가로등이 순차적으로 꺼지듯, 비누거품이 차례로 가라앉듯 그렇게 사라사는 주먹속의 모래가 빠져 나가듯 엄마, 아빠와의 기억을 하나씩 하나씩 내려놓아야 했다.

사라사는 이모집으로 들어간다.

사촌인 이모의 외아들, 중학교 2학년 다카히로가 어느날인가부터 밤마다 사라사의 방문을 열기 시작했다.

- 다카히로가 죽었으면 좋겠어.

- 운석이라도 떨어져서 지구가 박살 나든가.


II. 물푸레 나무

어머니는 당신의 정원에 물푸레나무를 심었다. 무럭무럭 잘 키워서 우리집의 상징으로 만들겠다며 기뻐하셨는데, 물푸레나무는 클 생각을 하지 않았고, 하늘하늘한 바람에도 가지가 흔들렸다.

"이 나무는 틀렸네."

어느날 어머니는 사람을 불러 물푸레나무를 깨끗이 뽑아버렸다.

성장조차 하지 못하는나무, 어머니에게 아무런 가치가 없었다.

나는 내가 더 이상 자라지 못하는 물푸레나무라는 사실을 고3이 되어서야 받아들였다.


III. 탈출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을 통해 스스로의 위안을 삼는 경향이 있다.

나와 후미 그리고 료, 셋은 한동안 주간지 가십란을 어지럽혔고 자택주소, calico 모든것이 한동안 사람들의 호기심 속에 존재하였다.

우리의 고통은 이제 충분 하였다. 그리고 떠나야 한다. 후미와 나, 단 둘이서.

사라사에게 물어본다.

"이번에 있는 곳이 어지면 다음엔 어디로 가고 싶어?"

- 있지, 후미, 다음엔 어디로 갈래?

- 어디든 좋아.

어디로 흘러가든, 나는 이제 혼자가 아니니까.


꽃가루를 퍼트리지 않아도 향기만으로도 사랑은 그 충만을 완성할수 있을까?


책장을 펼쳐 몇장 넘기면서 초반 어디선가부터 "어? 작가가 혹시, 재일한국인인가?" 하는 느낌이 훅 들어왔다. 번역본임에도 아무런 저항감 없이 술술 넘겨지는 책장.

매순간 날뛰는 감정을 자제하고 리듬을 잃지 않으려는 작가의 노력과 깊은 필력에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2020년 일본 서점대상 1위 수상작의 감동이 한동안 깊은여운으로 남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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