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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부는 언덕 ㅣ 햇살어린이 34
김명수 지음, 민은정 그림 / 현북스 / 2015년 11월
평점 :
다닥다닥 붙어있는 언덕의 집들을 배경으로 한 소녀와 오리, 노란병아리의 모습이 무척이나 쓸쓸해 보이는 <찬바람 부는 언덕>은 옛 어린 시절의 여러 추억들이 떠오르는 이야기입니다. 연탄, 석유곤로...지금은 자주 보기 힘들지만, 그 힘들고 어렵던 시절에 살아가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생활하던 그 누군가들에게는 정말 귀하고 소중했을 것들이라는 것을 오늘을 살아가는 아이들에게는 조금은 생소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모습들이 있기에 현재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아이들에게도 알아야 할 모습들이 담긴 이야기인 것 같아 무척이나 기억에 남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인 미리는 다른 아이들이 향하는 아파트들이 있는 곳과 반대편인 구룡산 밑 천막과 널빤지로 지은 움막에서 살고 있습니다. 미리 엄마는 시골 시멘트 공장의 석회석 광산 먼지 때문에 기침을 하게 되었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서울에 와서 리어카로 장사를 하다 기관지가 나빠져 자리에 누워있는 시간들이 많았습니다. 열일곱살 미숙 언니는 미싱 공장에 다니며 주말에만 집에 옵니다. 언니가 왔을 때 사온 오리와 노란병아리를 보며 미리는 마음의 위안을 삼습니다.

어느날부터 움막 주변에 동신건설이라고 쓰여진 옷을 입은 사람들과 공사 장비를 실은 트럭들이 움막 주변을 다닙니다. 움막 주변으로 큰 도로를 내는 공사가 시작됩니다.
공사를 하면서 움막 뒤 언덕을 굴삭기로 파헤치다가 미리의 오리 한 마리가 흙더미에 묻히게 됩니다. 또한, 미리와 엄마는 움막에서 나와 공사 창고에서 지내게 됩니다.
공사 창고에서 지내며 미리네는 현장 감독의 온갖 구박을 받고 도둑 누명을 쓸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공사 현장에서 음식을 해주는 박씨 아주머니를 만나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공사 장비를 훔쳐간 누명을 썼다가 현장감독의 짓인 것을 알게 되어 누명을 벗고, 공사가 끝날 때 까지 공사 창고에서 지내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날, 엄마, 미리를 위해 방 구할 돈을 벌기 위해 야근을 하던 언니 미선이는 그만 과로로 폐병에 걸리고 맙니다. 언니의 병 치료와 방을 구하기 위해 돈벌이를 나섰던 엄마도 그만 쓰러져 기관지 파열이라는 진단을 받습니다. 이튿날 동신 토건 현장 사무소는 헐리고 새로 난 길에는 차들이 씽씽 달립니다.
8년후 미숙이는 연탄가게를 하는 남편과 함께 김장장사를 하며 열심히 살아갑니다. 미리는 상업고등학교 3학년으로 언니와 형부를 도와 열심히 살아갑니다.

<찬바람 부는 언덕>을 읽고 난후 왜 없는 사람들에게 고난은 연속적으로 오는지
내가 미리라면 왜 나에게만 힘든 일들이 일어날까?라는 원망을 하며 살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갖고 살아 갈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서로 도우며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좋은 날이 오겠지라는 희망이 있어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부쩍 추워지는 요즘. 주위에 힘들고 어려운 이웃들이 있다는 것을 아이가 알고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