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제2한강]

제2한강
권혁일 지음 / 오렌지디 / 2023년 1월

반짝이는 수면 위로 끝없이 이어지는 다리의 모습이 우리들을 알 수 없는 세계로 데려가는 듯한 [제2한강]입니다. 물을 건너거나 둘 사이를 연결해 주는 의미의 다리가 누군가에게는 삶을 버리는 장소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제2한강이 어디일지 궁금증을 가지고 [제2한강]을 만나보게 됩니다.

[제2한강]은 '이삿짐을 쌀 때도 버리지 않는 소설책'을 쓰는 것이 목표라는 권혁일 작가의 장편소설입니다. 처음 접해보는 작가의 소설은 책을 읽는 순간을 시작으로 어느새 소설 속에 빠져들며 인물들에게 감정이입해 보게 합니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작가의 친구에 대한 기억과 그 친구가 왜 그랬는지에 대한 여러 생각들이 [제2한강] 이야기들의 밑바탕이 되며, 책을 읽는 누군가가 스스로 삶을 떠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작가의 바램도 함께 느껴보며 책을 읽어보게 됩니다.

장편소설 [제2한강]은 한강 다리 위 도움의 전화를 내던지며 한강으로 몸을 던지는 홍형록의 이야기에서 시작됩니다. 죽은 홍형록은 자살한 사람들이 오는 제2한강에서 눈을 뜨게 됩니다. 그곳은 모든 것이 푸르죽죽하게 보이며, 저마다 자신이 원하는 기간 동안 거주할 수 있지만 그곳을 떠나는 방법은 '다시 자살'입니다. 자살한 이들에게 '다시 자살'을 통해 떠날 수 있다는 이야기에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들이 제2한강에 온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해지면서 이야기 속에 더욱 집중해 보게 됩니다. 형록은 제2한강에서 지내면서 각자만의 상처와 사연을 가지고 자살한 열아홉 살 이슬이, 오 과장, 화짜, 경옥 아줌마, 영선 등을 만나게 되고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은지 생각해 나갑니다. [제2한강]을 읽어가다 보면 소설 속 인물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할 정도로 그들을 힘들게 했던 일들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데, 그들이 스스로 삶을 포기하게 된 일들이 현실감 있게 다가와 가슴 아프게 느껴졌습니다. 이슬이 자신이 그동안 찾아다니던 친구들이 누구인지 깨닫고 '다시 자살'을 통해 제2한강을 떠나는 장면에서는 공감과 슬픔 안타까움의 눈물을 흘려보게 하였습니다. 부정적이고 절망 가득한 상태에서 자살한 이들이 그동안 보지 못했던 과거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자신에게 있던 긍정과 희망의 감정들을 깨달아가는 과정들이 흥미로우면서 감동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렌지디[제2한강]은 자살을 소재로 한 장편 소설로 책을 읽는 내내 슬픔 아픔 절망 희망 기쁨 등의 다양한 감정을 느껴보게 하였습니다. 소설 속 자살한 이들에게는 그들만의 이유와 상처가 있지만 조금 더 긍정과 주위 사람들의 관심이 있었다면 그들은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느껴졌습니다. 그러면서 현실 속 주위 사람들에게 우리가 어떤 진심과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