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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라고도 넘치는 고요 - 그림의 길을 따라가는 마음의 길
장요세파 지음, 김호석 그림 / 파람북 / 2022년 11월
평점 :
[모자라고도 넘치는 고요]는 책 표지 속 흐릿한 모습의 엄마와 음식을 먹여주는 딸의 모습으로 생각되는 그림이 책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불러일으킵니다. 복잡한 배경 없이 여백이 함께 하는 수묵화로 그려져 담백하게 그리고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그림 속 상황들을 상상해 보며 책 [모자라고도 넘치는 고요]를 만나보게 됩니다.
미술일반 [모자라고도 넘치는 고요]는 김호석 화백의 작품들에 대한 장요세파 수녀의 묵상집입니다. 김호석 화백의 다양한 수묵화들을 감상해 보게 하면서 각각의 그림들에 대한 이야기와 장요세파 수녀의 생각들을 만나볼 수 있어 흥미로우면서도 색다르게 다가옵니다.
책을 보다 보면 '그림의 길을 따라가는 마음의 길'이라는 부제가 이해가 됩니다. 우리 삶 속 찰나의 순간 혹은 삶의 한 부분이 그려진 수묵화 그림들은 개인의 삶과 엮어지며, 보이는 이야기들이 모두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책을 읽는 이 순간의 감정과 생각이 다양하게 생겨나게 합니다. [모자라고도 넘치는 고요] 속 어머니, 손, 혀, 동물, 곤충, 난초, 빨대 등 다양한 소재들에 대한 김호석 화백의 그림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생각을 해보게 하며 거기에 장요세파 수녀만의 이야기들은 우리를 책 속에 더욱 빠져들게 합니다.
새어진 머리카락, 눈이 거의 안 보이게 된 검은빛의 얼굴의 엄마가 화장하고 있는 모습이나 굴곡진 삶을 살아온 엄마의 손만을 표현한 그림들은 가슴을 울컥하게 합니다. 특히나 수묵화 속 여백과 검은 먹빛이 주는 감동이 무엇인지 그러면서 우리가 무엇에 집중해 보게 하는지 느껴보게 됩니다. 화백이 재현해낸 우리 한지를 말리는 손가락들은 마치 살아있는 듯한 실감을 느껴보게 합니다. 바닷가에서 고개를 돌려보는 개의 모습은 장요세파 수녀가 들려주는 세월호 진상 규명의 답답한 이야기와 엮어지며 또 다른 감정을 가져보게 합니다. 선입견을 버리고 바라보게 하는 쥐꼬리, 향기를 풍기지 않는 향기가 있다는 절벽 끝의 난초, 역사 속 광주를 만나보게 하는 열 개의 총알 등 [모자라고도 넘치는 고요] 속 다양한 김호석 수묵화들을 통해 장요세파 수녀의 생각과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시간 속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어 새로웠습니다.
파람북 [모자라고도 넘치는 고요]는 우리 삶이 담긴 사실적이며 아름다운 감성 가득한 김호석 화백의 그림과 장요세파의 글을 함께 즐겨볼 수 있게 하여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