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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3월
평점 :



새로운 커버로 다시 만나보게 되는 [울 준비는 되어 있다]는 제목이 인상적이어서 반복적으로 제목을 읽어보게 됩니다. 제목이 의미하는 것을 생각하다 보면 나의 마음속 또한 울 준비가 항상 되어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살아가며 만나는 여러 관계들 속에서 우리는 마음 한구석에 여러 감정을 해소하며 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면서 에쿠니 가오리의 단편집 [울 준비는 되어 있다]를 만나보았습니다.
에쿠니 가오리의 [울 준비는 되어 있다]는 전진, 또는 전진이라 여겨지는 것, 뒤죽박죽 비스킷, 열대야, 담배 나누어 주는 여자, 골, 생쥐 마누라, 요이치도 왔으면 좋았을걸, 주택가, 그 어느 곳도 아닌 장소, 손, 울 준비는 되어있다, 잃다의 각양각색 매력을 가진 12편의 단편소설을 만나보게 하는데, 모두 흥미롭습니다. 에쿠니 가오리만의 일상 속 감성 가득하면서도 담담하게 느껴지는 그녀의 글은 우리를 묘한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다양한 사랑의 관계 속에서 혹은 사랑이 끝난 관계 속에서 우리들이 처하게 되는 다양한 감정의 민낯을 만나보게 하는 그녀의 단편들은 우리를 그동안 알지 못한 감정의 세계로 데려갑니다.
<전진, 또는 전진이라 여겨지는 것 >속 야요이는 남편이 시어머니의 고양이를 내다 버리면서 남편이 낯설게 느껴집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감추어두고 있던 남편과의 관계와 변해버린 마음을 생각하게 됩니다. 17년 전 보았던 아만다를 공항에서 마주하며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던 야요이는 자신만이 고민하던 감정 속에서 전진의 발걸음을 나아갑니다.
'나는 혼자 사는 여자처럼 자유롭고, 결혼한 여자처럼 고독하다'라는 그 의미를 계속해서 되새겨보게하는 인상적인 첫 문장을 만나보게 하는 <요이치도 왔으면 좋았을걸>속 나츠메는 시어머니 시즈코와 온천 여행을 떠납니다. 나츠메는 여행 중 요이치가 같이 못 온 것에 대한 아쉬움의 말을 하는 시즈코의 말을 따라하며 가슴속에 품은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 루이를 생각합니다. 시즈코와 나츠메의 동상이몽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헛웃음을 지어보게 됩니다.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속 아야노는 여행에서 만나 사랑하게 된 다카시와 이해관계없이 서로 사랑하다 한쪽이 마음이 변하면 무조건 떠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다카시가 다른 여자와 관계를 가지면서 사랑이 끝났지만 그래도 여전히 다카시를 사랑하면서 상처 받은 아야노는 마음속에 울 준비가 되어있다고 합니다. 겉으로 강한 모습을 보이지만 아야노의 마음은 사랑이 끝난 후의 상처 가득한 약한 모습이 가득합니다. 그러면서 둘이 만나 사랑한 감정이 한 명이 사랑이 끝났다고 다른 한 명도 똑같이 끝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담출판사 [울 준비는 되어 있다]를 읽다 보면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합니다. 열정적인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고 영원히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할 것 같지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점점 변화하며 또 다른 사랑을 찾기도 합니다. 그런 모습에 씁쓸함을 느껴보게 됩니다. 변해버린 결혼생활 혹은 사랑 관계 속 이별의 순간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것은 진정으로 자신이 사랑했었다는 지나간 시간을 인정하는 슬픔의 말과 눈물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사랑을 했었고 그 사랑이 끝났음을 인정하며 앞으로를 향한 전진의 발걸음이 필요함을 느껴보게 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