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 (양장)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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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사전서평단으로 만나보게 된 백온유 장편소설 [유원]은 뒷모습을 보이며 서있는 두 여자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불안하면서도 슬프게 보입니다. 그러면서 무엇을 보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제목 '유원'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한 것들이 가득하게 합니다. 그러다 만나게 된 책의 첫 문장 '나는 미안해하며 눈을 떴다'라는 이야기에 대한 기대와 왠지 모를 불안, 슬픔을 느껴보게 하며 소설을 만나보게 합니다.

고2 유원은 누구나 알만한 12년 전 화재 사건 속에서 살아남은 아이입니다. 아파트 12층 할아버지의 담뱃불에 불이 나 11층에 살던 원이는 언니 예정이가 원이를 젖은 이불에 싸서 밑으로 떨어뜨려 살렸습니다. 하지만 언니는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런 언니의 생일이자 기일인 그날 아침 유원은 언니에 대한 미안함을 가지고 일어나게 됩니다.

이 책의 첫 문장이 이해되는 시간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미안함과 슬픔, 원망이 복합적으로 유원의 마음을 채워가면서 유원은 주위 누구에게도 관심 없이 지내오게 됩니다.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커가는 유원의 모습에서 언니 예정이의 모습을 찾아내는 가족과 신아 언니를 보면서 유원은 세상을 떠난 언니에 대해 알 수 없는 마음이 자라나게 됩니다.

남들에게는 평범한 하루하루가 유원에게는 하루하루 타인의 시선 속에 갇힌 진정한 자신을 찾아내야 할 시간으로 다가옵니다.

11층에서 떨어지는 원이를 받아 살리면서 불구의 몸이 된 아저씨는 은인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부담스러운 존재로  다가옵니다. 원이는 아저씨를 불행하게 만들었다는 죄책감 속에서도 염치 없이 무엇인가를 바라는 아저씨를 볼 때마다

생겨나는 마음속 증오를 느끼지만 자신의 속마음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는 못합니다.

언니와 아저씨의 희생 속에서 살아난 유원은 타인의 관심과 동정 속에서 점점 자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자신 없어집니다.

그런 유원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유원이 느끼게 되는 여러 감정들이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그리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자신만의 감정 속에 있던 어느 날 유원은 학교 옥상으로 올라가는 수현이를 만나 함께 옥상에 올라가 아래를 보게 됩니다.

사회 속에서 무엇인가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수현이를 만나 함께 여러 옥상에 올라갈 때면 유원은 자신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의 감정에 직면해보게 됩니다. 그러면서 언니가 지어준 원하다는 의미의 이름에 자신이 누군가에게 원하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을 둘러싼 모순의 세계를 나와 스스로 바꿔나가게 됩니다.

창비[유원]은 비극적인 사건 속에서 살아남은 유원과 사건을 통해 예정을 잃는 고통을 겪어가는 엄마, 아빠, 신아언니 또 다른 상황의 아픔 속에 있었던 수현, 정현 등 인물들의 감정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슬픔과 안타까움을 함께 느껴보게 됩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느끼는 아픔을 표현하지 못하고 마음속에 점점 쌓아가던 유원이 자신의 상처로부터 용기를 내어 자유롭게 비상해 나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우리 삶 속의 여러 상처와 슬픔 속에서도  우리들은 꿋꿋하게 이겨나갈 힘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며 청소년 성장소설로서 아이들이 [유원]을 통해 자신들의 고민과 상처, 슬픔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용기를 가져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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