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만 있다면
고사카 루카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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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남기는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봄 벚꽃 하루카
여름 새싹 나쓰메
가을 잎 아키하
겨울 달 후유스키

  자매와 남매 사이에 흐르는 오해와 감정이 그들의 이름에 새겨진 계절처럼 다름의 온도를 전해옵니다.
 
  배다른 여동생 나쓰메에게 포용하기 싫음으로 대학을 진학한 아키하에게 3학년 선배인 하루카의 등장. 그리고 신입생 환영회에 첫만남에서 결혼하자는 제의를 한 하루카의 말, 단순히 봄과 겨울을 잇는 계절인 가을이라는 것에 시작된 이 만남은 사계절이 서로 다른 계절의 하늘과 계절의 바다, 그리고 계절의 바람이 불어 오듯이 서로 다른 계절의 시간에 환절기 감기처럼 사랑은 그렇게 가볍게 때로는 심한 계절이 바뀌는 듯 그들의만남과 이별, 그리고 마음에 서로의 계절의 흔적을 남깁니다. 봄의 벚꽃이 피어나는 속도같이 서로의 사랑이 피었고,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같이 서로의 이별이 멀어져가고, 엄마의 생을 삼킨 심장병의 유전으로 쓰려져가는 봄의 벚꽃 하루카...

  여름의 새싹이었던 나쓰메에게 그 마음의 유년시절을 잡아준 오빠 아키하, 여름의 뜨거운 바람이 숲의 길을 따라 불어 잡을 듯 잡히지 않는 오빠의 마음....여름과 가을이라는 두 남매의 이름은 서로 다름이 계절의 다음으로 이어지기를 바랐던 부모의 마음이었지만, 사고로 그들의 계절은 9월의 여름과 가을에 멈춰져 있음을 나쓰메의 이름 여름의 새싹에 남아 있습니다.

   우주선의 볼트를 만들었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미움이 가을의 잎이라는 아키하에게 있습니다. 가을의 잎이 계절의 이름에 그 색이 변하가고, 떨어지는 것은 봄의 벚꽃이 떨어지는 그녀의 이름과 반응하게 됩니다. 다가오는 그녀를 밀쳐내던 아키하의 마음에 떨어지는 그녀의 벚꽃잎, 봄의 잎이 가을에 떨어졌을 때 가을의 잎은 꽃의 색깔로 물들어 떨어졌습니다. 서로를 향한 마음이 하나가 되었을 때 찾아온 불행....가을의 잎은 색을 잃고 떨어지고, 서로의 이별은 그렇게 낙엽이 되어 바스러져 가게 됩니다.  아키하의 가을의 잎은 낙엽이 되었습니다.

  겨울의 달, 후유스키.  부모의 사랑이 동생인 하루카가 가져갔다는 것에 스스로 차가운 겨울이 되어버린 후유스키, 차가운 겨울밤 흑백의 바람이 가득채운 흑백의 밤하늘에 남겨진 하나의 달. 흑백의 달....,후유스키.  겨울 여왕의 차가움이 얼어붙은 달그림자 밑에 봄은 2월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직 겨울이라고 생각되었던 날에 봄이 온다는 절기처럼.... 그녀의 날에 봄은 오고 있음을 알리는 소식을 전하게 됩니다. 

봄 벚꽃 하루카,
여름 새싹 나쓰메,
가을 잎 아키하,
겨울 달 후유스키에게 서로의 계절은 지독한 환절기의 감기처럼, 서로의 시간에 사랑과 이별, 만남과 헤어짐의 계절을 남깁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에게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을 잇는 다섯번째 계절이 찾아오게 됩니다..

최근에 접하였던 일본 소설 중 단언컨대 이전의 클리셰-남녀의 만남, 둘 중 하나의 불치병(시한부의 삶), 그리고 영원한 작별에 이르면서 독자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죽음-가 있지 않지만, 그렇지 않기에 소설은 해피엔딩이거나 새드엔딩이라는 결말을 독자에게 맡겨주는 것이 좋았습니다.
   물론 이 소설의 작가인 고사카 루카 작가 스스로 불치병으로 서른아홉의 생을 마감했지만. 작가 스스로 미발표 원고인 이 책을 통해서 다섯번째 계절에 영원히 살아가기를 바랐던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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