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제172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스즈키 유이 지음, 이지수 옮김 / 리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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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포레스트 출판사로 부터 도서와 일정의 원고료를 제공받았습니다.

작년, 여름이라는 계절 앞에 괴테의 파우스트를 읽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파우스트를 읽고 느꼈던 그 시간을 다시 상기하게 하는 한 권의 소설.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 괴테 연구가의 손에 잡힌 티백의 꼬리표에 인쇄되어있는 한 문장이 과연 괴테의 문장이었는지를 찾아가는 과정을 읽습니다.
   그의 아내와 딸, 그리고 친구,  제자, 자신의 스승인 장인에게 이르기까지 이 문장의 시작을 찾는 여정 속에서 생각나는 하나의 이미지.

   유년시절, 손가락에 끼우고 놀았던 동서남북이라는  종이접기의 형태를 떠올려보게 됩니다. 동서남북이라는 사면의 종이 위로  티백의 문장, 그리고 도이치 교수가 독일 유학에서 만난 친구 요한의 말이 쓰여져 있고,

  "독일 사람은 말이야"..."명언을 인용할 때 그게 누구의 말인지 모르거나 실은 본인이 생각해 낸 말일때도 일단 '괴테가 말하기를 '이라고 덧붙여 둬. 왜냐하면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거든."p.23

   두 문장과 맞닿는 면에는 소설 속 인물 하나 하나의 이름을 쓰여져 있습니다. 서로 가까이 맞붙었다가 서로 멀찍이 떨어지며 하나의 문장에 이어져 맞붙어 지는 인물과 인물을 볼 수 있습니다. 도이치와 요한이 가까이 붙었다가 떨어지고, 딸 노리카와 아버지 도이치가 그리하고, 도이치와 아내 아키코가 또 그러합니다.

  집이라는 공간에서도 동서남북의 종이접기처럼 서로가 가까이 다시 떨어지고 도이치와 시카리의 인연도 그렇게 종이접기의 면에 붙었다가 다시 떨어지고 다시 붙어지는 하나의 손위에 손가락사이에 끼워진 종이의 벌림과 오므림으로 읽어갈 수 있습니다.

  시카리의 제자인 쓰즈키를 소개 받고 쓰즈키의 논문을 지도해 주는 만남에서도 그리고 쓰즈키와의 또다른 인연의 이어짐에서도 연상되어지는 것이 동서남북이라고 종이를 접어 놀았던 그 모양입니다.

  소설은 종이접기 같습니다. 한장의 사각의 종이를 꾸욱 눌러 접고 선과 선이 없음에도 모서리로 모서리를 이어 접으면 보이지 않던 선이 접은 선이 드러나고, 또 반으로 접고 뒤집어 접으면서 모양을 갖추어가지만 완전한 하나의 모양으로 보여질 때까지 알 수 없는 종이접기의 시간 처럼 소설은 그러한 접기의 시간을 독자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것은  가만히 이 책을 들여다 보면 도이치 교수의 괴테의 문장을 찾는 그 과정을 보여주고 있지만, 도이치 교수를 둘러싸고 있는  그들의 삶에 바로 이 문장이 어떻게 반응하고 작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에서 종이접기의 시간으로 읽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말했다던 괴테의 문장이 접은 선에 부딪히는 인물들의 서사.

  아내와 딸, 딸의 남자친구, 친구와 제자, 장인과 나, 나와 독일인 친구 그들의 삶에 마주하고 있고 부딪혀온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들어 가는 관계의 면면을 탐구하는 것이 이 책을 읽는 또다른 소소함의 기억이 될 것입니다.

📃"괴테의 말에 따르면 그건 이 세계에 언제나 안개가 끼어 있기 때문이래. 즉 세계는 완전한 빛과 어둠의 중간에 있다는 거지. 빛과 어둠의 대립이 색을 이루는 거야"p.144  

📃"말이란 끝까지 불편한 도구야. 도무지 익숙해지는 법이 없거든."p.153

  작년 여름이 닿기 전에 쓴 2편의 파우스트 리뷰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시와 같은 리뷰에는 나만이 읽고 느꼈던 감정의 넘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괴테의 파우스트에 가까이 아주 가까이 접었던 마음이 어떤 모양과 모습으로든 이 책을 통해서 나에게 스며들어 있음을 읽게됩니다.

  이키다서평단을 통해서 함께 하였습니다.

@forest.kr_
@ekida_library

숨겨진 소설의 마지막 접기의 문장을 적어봅니다.

  "Goethe said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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