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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 - 거장의 재발견, 윌리엄 해즐릿 국내 첫 에세이집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4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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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해즐릿. 그가 쓴 에세이의 문장은 사후 100년이라는 세월의 하얀 종이 위에 보이지 않는 선을 그려놓은 듯 합니다. 나는 색색의 연필을 쥐고 하얀 종이 위를 엷게 색을 입히며 작가의 문장이 색과 색 사이로 곡선과 직선의 아름다움으로 드러나기를 기다렸습니다.
이것은 버지니아 울프의 서문에서 찾은 🏷"작품의 색채와 빛과 명암, 보이는 것과 안 보이는 것 전부를 반영하는 일"인 까닭에...." p.29
그가 꾹꾹 눌러쓴 문장은 시간이 지나 보이지 않는 문장을 독자로 하여금 영화의 장면에서 보이지 않는 글자를 보기 위해 아무것도 없는 종이 위를 칠하여 내는 것 같은 주의를 가지게 합니다.
그것은 시대의 문장이며, 비평. 비꼬아 버린 혐오의 즐거움에 대한 글이기도 합니다. 또한 볼 수 없는 맨주먹 권투의 싸움에 채색된 흑백의 질감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에세이라는 형식의 틀에서 치밀하게 세절된 시간과 공간, 그리고 작가의 의식이 들어있습니다.
작가는 혐오의 즐거움, 죽음의 공포, 질투, 비위에 거슬리는 사람, 학자들의 무지, 맨주먹 권투에서 작가이면서 기울어진 사회의 면들에서 삐딱한 시선과 문장으로 교정을 하는 메시지를 담아 내고 있습니다.
🏷"혐오의 즐거움은 종교의 심장을 먹어들어가 원한과 광신으로 가득 채운다. 그것은 애국심을 구실로 다른 나라를 불바다로 만들고 역병을 퍼뜨리고 기아를 낳는다."p.44
1830년 세상을 떠난 그의 이 문장은 시간이라는 횡축과 공간이는 종축이 맞물리는 점들에 전쟁의 이름을 적어보게 됩니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서 나는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에 내 모든 관계의 시작과 끝에 있는 대상들을 생각하며 선을 하나 긋고 선과 선 사이에 좁은 여백을 두고 또 하나의 다른 굵기의 선을 그어봅니다. 나의 이러한 생각을 작가의 문장에서 만난다는 것은 나의 죽음에 대하여 선을 잇는 시간이었습니다.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삶에도 시작과 끝이 있음을 생각에 보는 것이리라. 자신의 존재가 없었던 때가 있었건만 우리는 아무도 그 사실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p.63
죽음의 공포....생명에 대한 경외와 이어진 선의 끝에서 인간의 삶은 수많은 곡선과 직선, 사선이라 불리는 선들의 비행(飛行)이 아닐까 합니다.
선의 울렁거림은 작가의 무게에 안정을 찾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죽음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을 없앨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삶에 적절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p.83
보이지 않는 문장이 서서히 드러내지는 순간 두려움을 갖게 합니다. 예상하지 못한 문장이 숨결처럼 느껴지는 것 같은
🏷"문장에 구애되는 사람은 직설적으로 되기 쉽다. 기분을 상하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는 진실이다."p.107
윌리엄 해즐릿의 에세이가 하나의 그림으로 보여지는 것은 하얀 종이 위에 보이지 않는 글을 찾아 색칠된 면들로 인해 글들의 길을 찾아낸 수고로움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천재의 힘을 알고 싶다면 셰익스피어를 읽으면 된다. 학식의 하찮음을 알려면 셰익스피어 주석가들을 연구하면 된다."p147
본 도서는 아티초크출판사의 서평단에 선정되어 읽었습니다. 읽고 느낌대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