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뤼미나시옹 - 페르낭 레제 에디션
장 니콜라 아르튀르 랭보 지음, 페르낭 레제 그림, 신옥근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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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뤼미나시옹》
랭보의 마지막 문학적 삶의 종착지.

시인의 시에서 연상되어질 수 있는 풍경이 없습니다.
시인의 시에서 숨은 보물찾기처럼 찾아 낼 수 있는 보물은 없습니다.
시인의 시에서 환칠된 세상을 벗겨낸 도화지의 색상은 없습니다.
시인의 시는 시인이 마지막 종착역에 두고 내린 검정 가방처럼 주인을 잃은 시들입니다.

  시인의 문장은 깊이 들어갈 수록 길을 잃어버린 세계의 끝.
 🪨 "오솔길은 험하다. 작은 동산들은 금작화로 가득하다. 대기는 움직이지 않는다. 아, 정말 새와 샘은 얼마나 멀리 있는지! 한 걸음만 나아가면 세계의 끝일 수밖에 없다."p.20 [어린 시절] 중

시인의 시에서 자연은 목탄화의 거친 탄화의 흔적처럼 채색되어 있지 않습니다.
시인의 시에서 음악은 균열난 문명의 욕구와 욕망이 부딪힌  파찰음의 파동이 되었습니다.
🪨  "우리의 욕망에 어울릴 난해한 음악이 없다."p.23 [콩트] 중

신의 창조는 인간의 욕망으로 세상은 비릿한 냄새가 나는 역사의 퇴비가 되었습니다.
시인의 창조는 시의 무덤이 되었으며, 시인은 죽음의 저편에서 누웠습니다. 이후 아무도 없습니다.
🪨" 이제 그것은 더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 사실 나는 무덤 저편에 있으며, 보수는 전혀 없다."p.33
[삶들] 중

시는 시인의 환칠된 감정들의 물감으로 그려져있습니다. 나는 시인의 감정을 느껴보려고 합니다.
  그렇게 감정은 할퀴어지고, 베이고, 뜯겨집니다.
시의 상처에 딱지가 생깁니다. 랭보의 시는 시인의 상처, 시인의 흉터. 시인은 더이상 아프지 않으려, 상처나지 않으려, 흉터만이 남겨지지 않으려 마지막 시들을 놓았을 것입니다.

지금 랭보의 시를 읽는 나는 그의 상처, 흉터를 만져보게 됩니다. 랭보의 시. 시인의 시는 인간이 살아온 언덕에 잊혀버리지 않으려는 신들의 기도. 인간들의 기도
🪨"나는 정말이지, 진심을 다해, 그를 태양의 아들 그 최초의 상태로 되돌리겠다고 오래전 맹세했다, - 그리하여 우리가 동굴의 포도주와 길가의 비스킷으로 주린 배를 때우며 떠돌아다녔어도, 나는 장소와 문구를 찾느라 바빴다."p.55~56 [방랑자들] 중

랭보의 마지막 시는 시인의 마지막 호흡이 되어 세상에 내뱉어졌노라.
나는 쓰게 됩니다.

페르낭 레제 에디션이라 시의 사잇길에서 만나는 그림들이 시를 더 깊이 숨겨주고 있습니다.
(그림이 좋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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