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입술들
진주현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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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가진 생의 무게가 태어남에서 살아감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의 무게가 무거워질 때에 깨닫게 됩니다.
그 깨달음은 진주현 작가님의 고립된 입술들을 읽고 나서 잡아본 단어에서 찾게 되었습니다.

  안간힘. 
소설 속의 그들에게서 살아감으로 살아 남아 있기를  안간힘을 쓰고 버티고 있구나. 자발적 실어증으로 우울과 감정의 장애로 침묵하게된 여인 Z, 생의 힘이 툭 떨어져 끊어버린 b의 언니, 생의 안간힘으로 살아갈 힘을 내었지만 마지막 생의 불을 스스로 꺼버린  여인, 스스로 생의 힘을 툭 떨어뜨렸던 언니의 동생 b, 쌍둥이 딸과 남편으로부터 침묵 아닌 침묵을 강요받고 살았던 중년 여성까지. 생의 태어남에서 살아감으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그들을 보면서, 소설 속 정신과 의사이지만, 스스로 어린 시절의 버림 받았던 굴레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애써 안간힘을 쓰는 그에게도, 생은 여러 감정들의 색깔로 환칠된 그림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서로 살아내기 위해 삶을 살고 살아내지 못해 삶을 멈추는 그들의 이야기를 읽게 됩니다.

소리 없는 침묵의 글로써 "당신도 안간힘을 내고 있지 않나요? " 라고 묻고 있는 것 같은 작가의 문장에서 소설을 읽은 나 역시도 오늘을 살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 라고 적어놓게 됩니다.

오늘 하루도 색색의 감정으로 환칠되었음을 보고 그 감정을 저녁의 어두운 그늘에 감추어 봅니다. 들켜서는 안됩니다. 오래 감춘 것이 드러나지 않도록 오늘도 어제처럼 웃어봅니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에 담겨진 문장들이 나의 글인것 처럼 그런 감정을 담아보게 됩니다.

🏷"슬픔과 고통과 어쩔 수 없음이 오는 곳이다. 숨 쉬는 공간이다. 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숲이다.소리 없는 비명들이 난무하고 기어코 터지고야 마는 눈물들이 눈처럼 내리는 곳이다."p.15

🏷"침묵 속에서 지내는 것도 꼭 나쁜 일만을 아니다. 하지만 실은 목소리보다 그 침묵이 생성되기까지의 여정이 더 궁금하다."p.34

🏷"온갖 자음과 모음들이 금세 물에 섞여 버려 사라진다."p.35

🏷"말에도 뉘앙스가 있듯이 침묵에도 결들과 냄새가 있다. 말의 우주가 있다면 침묵의 우주도 있다."p.35

🏷"침묵은 그저 고요한 것이 아니다. 더 많은 소리를 소유하고 있다."p.61

🏷"그 당시 메꿔줘야 할 것이 텅 빈 채로 남아있는 걸 현재가 채울 수 없다."p.129

🏷"늘 져주고, 감정을 숨기고, 칭찬받아야 마땅한 것드이 부서지기만 했을 그녀에게는 그 과거들이 지금 그녀를 강하게 해주었을까."p.156

🏷"다만 침묵은 자신을 위해 사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p.231

🏷"부서지는 파도만이 유일하게 부서지지 않은 것 같아서."p.230

깨지지 않는 파도처럼, 부서지지 않는 바람처럼, 작가님의 시간도 무너지지 않으리라 응원합니다.

고립된 입술들은 침묵의 모양입니다. 침묵이 가진 소리, 그 입술의 울림과 떨림을 남기는 소설입니다. 제 느낌에 가장 잘 맞는 문장과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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