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아직 사랑이 남아 있다면 - 오래 보자, 이 말이 왜 이리 좋을까
박여름 지음 / 채륜서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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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봄날에 따뜻한 햇살에 시집을 읽고 있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시인은 시를 쓰고 본 것이 아니라 시를 소리내어 들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시는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소리로 듣는 것이요. 
세상에 흩어진 자음과 모음을 찾아 이음과 맞춤의 손놀림으로 쓴 것 처럼 한글자 한글자 남기고 싶은 시인의 문장을 써봐야한다는 것입니다.

❤  박지영 시인의 시는 납작자갈돌을 수면 위에 던져 통통 튀어 가는 것 같습니다. 손에 잡는 만남과 손에서 떠난 자갈돌이 수면을 널찍하게 튀어 올라 파동을 만들다 흩어지고 마지막에는 수면 아래로 가만히 내려앉은 것 처럼  만남과 헤어짐에서 갖게 되는 감정들이 시의 언어로 고스란히 남겨져 있습니다. 때로는 길게 띄워지기도 하고 때로는 한번에 수면에 빠지기도 하는 시인의 시는 독자의 마음에 통통  튕겨갑니다.

  우리에게 아직 사랑이 남아 있다면 외로움의 감정을 삼키고, 두 눈 가득 슬픔에 눈물이 차오르는 감정에 아프게 했던 관계는 아물어가고, 그래도 사랑했던 것에 사랑의 이름을 부르는 시간을 읽게 됩니다.

시인은 헤어짐으로 파여진 빈 자리를 애써 채울 필요가 없음을 적어놓습니다.

💛"꼭/마음의 모든 자리를 채울 필요는 없다" p.25 <빈칸> 에서
무엇으로도 채우려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굳이 화강암이 아니어도 현무암이어도 되는 빈 마음을 그대로 두어도 좋음을 말해줍니다.

사랑, 그 만남과 기다림과 설레임의 시간에서 후회하거나 엇갈리는 시간일지라도 그 시간에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려 합니다.

💚" 다시 들지 않는 잠에 노래를 들으려는데 / 그 노래가 너무 슬퍼서 또 우는 거 있잖아 " p.47 <그럴 때 > 중

사랑을 사랑으로 사랑하고, 슬픔을 슬픔으로 견디어내고, 아픔을 아픔으로 참아야 하는 사랑의 시간에 시인은 그렇게 또 이별을 고백합니다.

💙 "나는 오늘 / 제일 좋아하는 일을 하나 끝냈습니다 " p.62 <이별> 전문

짧은 이별의 문장만큼이나 어른이 되어가는 순간을 지나갑니다. 회자정리(會者定離)라 하여 한 번 서로 만난 사람은 반드시 또 이별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별의 순간에도 이렇게 소주 한잔의 느낌으로 남게 되는 감정을 전해 줍니다.

괜찮은 척 하게 됩니다. 스스로 아무런 일도 어떤 감정의 부스러기도 남겨져 있지 않은 척 행동하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며 숨기는 감정이 늘어간다 / 어떤 마음이든 표현해야 한다고 말하던 내가 / 요즘 조금 변한 것 같아 " p.75<만약. 중에서

그리고 스스로에게 말을 걸어 다짐을 합니다.

🤎" 야, 너도 잘하고 있어 / 나는 삶 앞에 애쓰는 네 모습을 존경해 / 나는 네가 꾸준히 다정한 모습을 사랑해"p.96 <잘 살자> 중에서

다짐이며, 결의입니다. '이번만 꼭 이번에만 울겠어.'라고 스스로를 토닥이는 문장에서 울어도 울지 않아도 좋은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 집니다.

사랑이 남겨준 마음에 솔직한 감정이란 것이 이런 것이 아닐까요?

🖤"밉다"p.182 <밉다>중에서

시인은

💔"떠난 사람은 / 그날이 아니었더라도 / 떠났을 것다/ 추억은 추억으로 남길 줄 알아야 한다 / 지나간 일과 사람엔 / 이유가 있다" p.189 <떠날 사람> 전문

마지막 남겨질 감정도 화롯불에 남겨진 온기처럼 고백하는 용기를 내어줍니다. '따뜻했었노라' 고 그렇게 독자에게 그 온기를 전해주는 것 같음을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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