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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 - 소외된 영혼을 위한 해방의 노래, 라틴아메리카 문학 ㅣ 서가명강 시리즈 7
김현균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
책 제목이 멋지구나. 생각했는데 시의 한 문장이란것은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되었네요. 소외된 영혼을 위한 해방의 노래, 라틴아메리카의 시, 시인의 이야기입니다. 우리에게 라틴 아메리카 시에 대한 논의는 진공상태에 놓여 있다는 의식에서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주춧돌을 놓은 루벤 다리오,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영광과 승리를 대변하는 파블로 네루다, 세사르 바예호, 니카노르 파라 이 네명의 대표시인을 설명하면서 라틴아메리카의 문학의 모든 연결의 시작점을 예기하고 일반시민(나 같은 문외한)에게 설명하고 있습니다.(p.350)
저자의 표현 처럼 관심을 갖기 어려운 낯선 주제에 귀기울여주는 분들을 위해서 일일이 눈 맞추며 라틴아메리카의 네 시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1부 절망 속에서 희망을 노래하다 - 라틴 아메리카의 위대한 시인들
에서는 라틴아메리카의 문학의 배경과 그 형성 과정, 그리고, 분기점이 되어지는 사건에 대한 전반적인 해설을 붙이고 있습니다. 라틴아메리카의 정치적, 사회적 충돌과 파장에서 라틴아메리카의 시가 어떻게 생성되었고, 만들어져갔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느 시대에나 아픈 역사가 있고 그 역사에 피어나는 희망이 있듯이, 라틴아메리카에도 그러한 희망을 보았는 것 같습니다. 쿠바혁명이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분기점이며 라틴아메리카 만의 문학이 알려지게된 사건이라는 것을 저자는 아마도 쿠바 혁명에 대한 외부 세계의 폭발적인 관심이 문학에서도 라틴아메리카 붐을 일으키고 라틴 아메리카 문학이라는 용어가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적고 있습니다. (p.26)
그리고, 이 책에서는 루벤 다리오, 파블로 네루다, 세사르 바예호, 니카노르 파라 이 네명의 시인을 예기합니다. 이들이 가진 위치와 의미를 예기할 때 무엇보다도 그들의 이전시대와 그들이 살아가는 시대의 단절을 가져옴으로써 문학사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설명합니다. 라틴 아메리카 문학을 접하지 못했던 저역시도 이들의 시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지 알 수 없었기에 관심을 가지고 책장을 넘기게 되었습니다.
2부 "슬프게도 저는 ....시인입니다!" - 시인들의 시인, 루벤 다리오
루벤 다리오를 예기하면서 가장 많이 나오는 이름이 '모데르니스모'(저자가 별도로 단어의 소개글을 하고 있어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단어이고, 루벤 다리오의 시로 인해 라틴 아메리카의 문학이 발견되기 시작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모데르니스모를 담은 그의 시에서 가장 특징들 중 푸른 색을 의미하는 'Azul'이라는 것과 호수 위를 떠있는 백조에 의미를 많은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루벤 다리오가 남기 시문학은 강렬하고 지속적인 문학적 혁신을 촉발함으로써 서양(유럽) 문학의 영향에 기인하여 라틴아메리카 문학이 자기 발견에 도달하는 탁월한 시작이 되었습니다.(p.67)
책 속에 담겨진 시인의 사진을 보면서 시인의 마지막이 이렇게 가냘프게 드리워진 것이 안타갑게 느껴졌습니다. 시인은 모두 불행한 것인가요. 아니면 그 시대의 생활 속에 시인의 삶이 위대한 시를 창작해 낸 것일까요? 루벤 다리오의 시를 읽으면서 시라는 것이 단순히 본다, 읽는다의 의미로 시를 보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시인이 이 시를 쓰면서 얼마나 자신의 목소리로 입을 열어 소리를 내었을 것을 생각해보니 루벤 다리오의 시에서 시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책 속에서 [봄에 부르는 가을 노래]가 있습니다. 그 시를 가을에 불러 봅니다.(p.114)
젊음이여, 신성한 보물이여,
이제 너 돌아오지 못 할 길 떠나는구나!
울고 싶을 때 울지 못하고...
때론 울고 싶지 않은데 눈물이 난다.
3부 "너를 닫을 때 나는 삶을 연다" - 잉크보다 피에 가까운 시인 파블로 네루다
파블로 네루다는 삶의 한가운데서 인간의 슬픔, 고통, 그리고 절망을 뜨겁게 호흡하고 그 속에서 기쁨과 희망을 길어 올린 광장의 시인이다.(P.130)
이 책의 제목이 파블로 네루다의 시구인만큼 그 시가 라틴아메리카 시문학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그 후세에 주는 영향이 어떠 한지를 알수가 있습니다. 네루다를 소재로 한 영화와 칠레 광산사고의 이야기를 서두에서 서술하면서 파블로 네루다의 인물과 그 시가 얼마나 라틴 아메리카에서 사랑받고 있고 나아가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검색을 해보고 좀더 네루다의 시와 인물에 대해 찾아볼 수 있었던 키워드가 담겨져 있습니다. 저자는 네루다는 리얼리즘 그 너머를 꿈꾸는 리얼리스트였으며, 그 시에는 흑과 백같은 분리되는 것을 넘어서는 유기적이고 복합적이며 포용적인 상상력이 담겨져 있다고 쓰고 있습니다.(p.153)
오늘 밤 나는 가장 슬픈 시를 쓸 수 있다라는 시인의 언어처럼 이 책을 읽으면서 라틴 아메리카의 문학 뿐 만 아니라 그 슬픈 역사의 과거를 통해 현재를 보고 미래로 나아가는 그 문학의 여러 갈래를 찾아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아마 이 책의 저자도 독자들이 그런 마음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아닐 까 했습니다.
시인의 역사가 아프게 다가오는 것은 시인에게는 어떤 것이든지 아픈 가시가 있어야 하는 가-시인의 삶에 가장 큰 사건이 스페인 내전입니다. 독자로서 스페인 내전을 잘 알지 못해 따로 검색하여 찾아 보았습니다. 이 책을 읽는 나는 얼마나 무지한가? 시인의 역사에는 스페인 내전이 그 삶과 문학의 터닝 포인트가 있었는데. 이후 네루다의 시는 억압받는 타인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공감하는 새로운 풍경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p.173)
와서 거리의 피를 보라. 와서 보라, 거리의 피를. 와서 보라, 피를, 거리에 뿌려진!
내전이 아닐지어도 지금의 홍콩이, 지금의 칠레에서 민중의 소리와 민중의 피가 거리에 뿌려짐을 보고 시인의 외침이 가슴에 울리게 되었습니다.
시인의 마지막 시기에는 다시 한번 작은 변화가 생기게 됩니다. 사랑입니다. 지금껏 네루다 자신이 살아온 삶과 창작의 시간을 돌아보고 소박한 유무형의 일상적 소재에서 시적인 것을 발견하고 시를 쓰게 됩니다.
시인의 자신의 시가 절정에 다다르면 다시 놀라운 새로운 세계로 자신의 시를 창조해 가고 시의 또다른 세계로 안내해 갑니다.
4부 "오늘처럼 살기 싫었던 날은 없다" - 영혼을 위무하는 시인, 세사르 바예호
평생 가난하고 불운한 삶을 살았던 시인의 시는 타인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연민을 통해 고통과 고독을 넘어 인간적 연대와 휴머니즘의 경지로 들어옵니다.(p.212)
사진 속 시인의 미간은 굳게 굳어져 있습니다. 분명 고독함과 생각에 잠긴 시인의 모습이 웬지 낯설지 않게 다가옵니다. 저자는 시인의 시는 고통과 절망에서 그 극복으로 이행해 갔다고 예기합니다. 그것은 회피나 외면이 아닌 표현할 길 없는 아득한 고통을 표현하고자 하는 분투 속에서 바예호 시인의 삶이며 시인의 언어로 이겨내려고 한다는 점입니다. 시인의 "나는 신(神)이 아픈 날 태어났다" 라고 고백합니다. 태어남과 살아가는 것이 신의 축복이 아니라 신의 아픔이 자신의 삶이 가진 의미라는 점에서 인간적 체취와 그 진정성을 독자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에 아픈 날들에서 많은 민중이 슬픔과 고통과 고독의 시간을 보내고 있고 보내고 있음을 과거와 현재를 통해서 볼 때 시인의 시는 운명을 탄식하는 원망이 담겨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에는 신에 대한 염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으로 극복할 힘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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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가 진동하는 비탈길로 저마다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이미 돌아가신 어머니들을 닮은 그 모습이.
시인은 나의 형제이며, 어머니며, 가족이라는 마음이 듭니다. 그 사랑과 그리움이 시가 되어 지금의 나에게 다가오는 느낌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라틴아메리카의 시인들의 삶이 그 시가 지금 나에게 시가 되어 왔습니다.
5부 "능욕하지 않으면, 시는 죽을 것이다!" - 신성한 전통에 총구를 겨눈 반시인, 니카노르 파라
일상적인 언어로의 유희, 유머, 풍자의 시는 당시 엄숙하고 고상한 것으로 여기는 사회적 시문학의 틀을 깨트리고 새로운 시의 질서와 문법을 만들려고 했습니다.(p.247) 시인의 얼굴이 담긴 사진에서 시인은 장난끼 가득한 눈으로 옅은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고 있습니다.
시인은 자신을 시로써 단도직입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나는 시를 청산하라는 명을 받고 왔다"(p283) 니카노르 파라의 시는 반시(反詩)이기에 충분히 새로운 시의 세계는 시 안에는 모든 것을 담을 수 있고, 모든 것이 시가 될 수 있다는 표현인것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인은 또한 정형화된 이미지와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새로운 이름을 붙일 수 있어야 진정한 시인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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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입장은 이렇다 :
사물의 이름을 바꾸지 않으면
시인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름 바꾸기] 중에서 (p299)
파라가 추구하는 시는 일상과 시는 구분되지 않으며, 시는 이제 생활 필수품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조롱과 빈정거림의 몸짓과 말이 담기어진 시인의 시처럼 때론 종교도 시인의 시에서는 민중에게 독자에게 인간에게 내려와 있다는 사실이며, 신의 경계, 종교의 경계를, 인간의 경계안으로 패러디함으로써 우리 시대의 본질적 모순이나 부조리를 가차없이 까발리고 있기에 시인의 반시는 라틴아메리카의 경계를 넘어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낯선 라틴아메리카 문학과의 만남을 통해서 개인적으로 라틴아메리카의 문학에 대한 걸음마를 배울 수 있고 뗄 수 있었다는 사실에 이 책이 다른 독자들에게도 같은 경험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자의 글처럼 이 책이 풍요로운 라틴 아메리카 시의 확산을 위한 작은 디딤돌이 되기를 바라며, 시인들의 문학을 향한 분투의 기록이 시를 더 가까이 호흡하고, 나아가 서구 중심부 문학위주의 독서 편식을 벗어나 좀더 균형 잡힌 시각으로 세계를 조망하는데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처럼 이 책은 나의 독서 편식을 벗어나게 해준 고마운 책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