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알라딘연재소설님의 "연재를 마치며 - 신경숙"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저에게는 다소 몽환적으로 느껴지는 책표지위에 제목을 읽었습니다. 주황빛의 책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꿈을 이루세요. 라는 글과 함께 날짜와 늦봄, 그리고 선생님의 성함이 적힌 필체를 참 오래도록 들여다보았습니다. 이제는 지난날로 기억되는 그날들. 어느 날 우연히 알라딘에서 연재되는 선생님의 글을 읽게 되었었지요. 이 나라에서 아니,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선생님의 글을 읽고 댓글을 달며 선생님과 소통한다는 것은 저에겐 큰 행운이었습니다. 저의 이름을 불러주시는 것도... 연재가 시작되고 나서 깊은 슬픔이라는 책으로 선생님을 알게 됐고, 그 뒤로 선생님의 글을 사랑하게 됐다는 댓글이 계기가 돼서, 앞으로 연재가 끝날 때 까지 함께 소통하리라는 다짐을 마음으로 했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냥 슬며시 왔다가 글만 보고 간 사이 겨울이 왔고 연재는 끝이 났었구요. 이곳에서 선생님과 글로써 소통했던 많은 분들이 아쉬워했던 만큼 저 또한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럼에도 매일 이곳을 드나들며 책이 출간되기를 손꼽아 기다렸었지요. 그렇게 손꼽아 기다려온 책을 받아 펼쳐본 순간 네 젊은이들의 청춘과 사랑, 방황과 꿈의 열망으로함께 아파하고 슬퍼하며 행복해했었던 날들이 떠올랐습니다. 기억이 되어 있는 지난날을 되뇌며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엔 살아왔다는 기억이질 않는가라는.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전국 곳곳의 수많은 사람들의 귓가에 종소리가 울려 퍼지리라 생각됩니다. 선생님으로, 또 네 젊은이들의 고독한 청춘들에 인해서요. 올봄은 유난도 추웠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봄꽃들은 찬 기운과 상관없이 서둘러 피어올랐었지요. 그 봄꽃들을 바라보며 저 화사함이 어찌 꼭 아름다움일수만 있겠는가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보이는 것마다 청춘을 제대로 피워내지도 못한 이들을 떠나보낸 사람들의 피를 토하는 절규와 슬픔과 아픔으로 비쳐질 거라는. “나는 여러분의 눈에 보이지 않아도 여러분의 곁에 있고 여러분도 내 눈에 보이지 않아도 나와 함께 있음을 느낍니다.“ 오래도록 잊지 않겠습니다. 늦봄. 향기한번 제대로 느껴보지도 못한 채 아까시 꽃이 아쉽게 져버린 삭막한 이 도시의 밤공기는 아직도 차갑기만 합니다. 화분 속 백합의 줄기는 푸르게 자라있고 꽃봉오리도 두 송이가 올라와 있습니다. 저 백합이 필 때 즘이면 선생님이 사시는 그곳의 백합도 향기를 피워내겠죠. 아마도 저 백합이 피는 날엔 사진으로 밖에 보지 못한 선생님의 얼굴이 생각날 것 같습니다. 고요한 옆모습이 아름다웠던...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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