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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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젊은이들의 방황과 사랑과 꿈의 열망으로 소통했던 날들은 분명 아름다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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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방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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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방>하권을 분실 해 혹시나 헌책방에 있지나 않을까, 하고 뒤지다가

결국엔 개정판의

<외딴방>을 사서 오늘에서야 다 읽었습니다.

언젠가 읽었었던 것이라도 다시 펼쳐 읽어보면 슬픔은 늘 새롭게 차오릅니다.


이 글은 사실도 픽션도 아닌 그 중간쯤의 글이 될 것 같은 예감이다.

하지만 그걸 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지. 글쓰기를 생각해 본다.

내게 글쓰기란 무엇인가? 하고.(15P.424P)

이렇게 처음과 끝이 같은 문장으로 마침표가 찍어진 <외딴방>은 특히 더 그래요.


벗어나고만 싶었던 시간들. 그러나 벗어날 수 없었던 시간들.
80년대 말과 90년대 초. 


그때 나에게   

평범하게라도 살아 갈 권리를 앗아가 버린 그 가난과 그 홀로됨은, 

한참 싱그러워야만 맨얼굴에

누구 나 같을 수만은 없다는 혹독한 진실을 누렇게 드리우게 했었지요.

창백한 낯빛.

그때부터 잃어버린 생기발랄함이 교복을 입고 깔깔거리며 버스로 올라서는

여고생들의 얼굴에 가득해 보일 때

이젠 지난 날로 기억되는 그 나이를 그래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점점 나이 들어감이

일깨워 주곤 합니다.

언젠간 ......

생을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아무런 의미조차 부여할 수 없었던 삼십대의 시간들을

오십이 되었을 때, 또는 육십이 되었을 때

그래도 그 나이 때가 좋았을 때였다고 그래서 그리워진다고, 또, 나이 들어감이 일깨워

줄 날이 있을 테죠.

그래서 시간은 흘러가야만 하는 것인지도 몰라요.

결코 그리움이 되지 못할 것 같은 시간들을 그리워하게 하거든요.


누런 빛깔이 어째 석연찮은 카레......지금은 잘 드실 수 있는지......

부엌 찬장에 쪼그리고 앉아 노란 봉투에 담아 두었던 소주를 공기에 반쯤 따라 마시고

울다 지쳐 잠든 그 나날이 선생님은 그리워지는지.

여름 방학이 끝날 무렵 초경을 했던 그 시절이 말이에요.


글쓰기, 내가 이토록 글쓰기에 마음을 매고 있는 것은 ,이것으로만이, 나, 라는 존재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소외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닌지.(20P)


그래서 사람들은 꿈을 품고 그래서 사람들은 꿈을 놓지 않는지도 몰라요.

이루는 것 보다 이루지 못할 꿈이 더 많을지언정

그러나 꿈을 품고 살아야만 나, 라는 존재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소외에서 벗어 날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인지도 모르거든요.

외딴방 페이지를 다시 들춰보니 흰 셔츠 깃에 닿아 있는 검은 머리카락과 무엇인가를

응시하며 골똘히 생각하시는 선생님의 옆모습이 참 순하고도 아름다워 보입니다.

선생님의 글도 그래요.

순하고 아름답고 또 고집스럽기도 하지요.

글이 선생님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바람 한 점 없이 후텁지근하기만 해 아무런 움직임이 없어도 땀이 등골을 타고 내려오는 무더운 여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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