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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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란한 5월을 지나 6월에는 좋은 책을 만났다. 역시 힘든 일이 있어야 좋은 일도 보이게 된다. 읽는 내내 주인공들이 내 주변 사람들과 매칭이 되어서 즐거웠다. 특히 영주의 농담과 글들은 너무나 한 사람을 떠올리게 해서 그에게 이 책을 소개해주고 싶을 정도다. (아마도 이야기해줄 것 같다.)

책표지와 달리(?) 감성을 강조하다 흘러넘치는 작위적인 분위기가 아니라서 좋았다. 잔잔히 나의 상황과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주제의 방향이 살짝 지나치게 일관적이라는 느낌은 있지만 그정도는 독자의 재량에 충분히 맡길 만하다.

밑줄긋고 싶은 곳들이 꽤 많았지만 독서의 흐름을 깨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커서 후기만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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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대한 의미가 잘 와닿지 않지만..

사람을 존재하게 한다는 의미를 둘 다 갖는다. 사람이 수행적이라는 것은 사람다움personality 이 우리 안에 있지 않다는 뜻이다. 사람다움은 우리가 원래 가지고 태어났거나(그래서 잃지 않으려고 애써야 하거나) 사회화를 통해 획득해야 하는 본질이 아니다. 그보다 사람다움은 우리에게있다고 여겨지며, 우리 스스로 가지고 있는 체하는 어떤 것, 서로가 서로의 연극을 믿어줌으로써 비로소 존재하게 되는 어떤 것이다. - P83

고프먼은 얼굴을 유지하는 것이 상호작용의 목표라기보다는 조건이라고 말한다. ••• 우리는 사뢰 안에서 행위자로서 목표지향적인 활동을 수행하는 동시에, 사람으로서 서로를 인정하는 의례를 수행한다.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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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투쟁 = 성원권이 분배되는 방식

성원권
/= 소속감
/= 법적지위 (카스트)
/= 사회성

남아공의 반투스탄. 흑인들의 노동력을 이용하면서도 그들에게 성원권을 주지 않기 위해 발명한 외국.

<오염의 메타포>
더럽다는 것은 제자리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더글러스)

사회의 경계는 이 나날의 인정투쟁 속에서 끊임없이 다시 그어진다. - P59

노예의 존재는 버지니아인들에게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웠을 뿐 아니라, 평등의 감정을 북돋우었다. - P63

경제적으로 이미 연결되어 있고 상호의존적인 세계에서, 외국이나 외국인이라는 범주가 사용되는 방식도 이와 비슷하다. 국제분업은 이 세계의 거주민들을 유기적인 연대‘ 속으로 밀어넣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외국인이라는 범주에 집착하면서, 자기들이 하나의 사회 속에 있음을 부인한다. 그들은 외국인은 다른 나라에서 왔고 자기 나라가 있으므로, 내 나라 사람과 다르게 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외국인으로서의 환대와 사회적 성원권의 부여는 구별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 외국인으로서의 삶 외에 다른 삶을 택할 수 없는 사람에게 그것은 그가 결코 온전한 사람이 될 수 없다는 말과 같다. - P72

<오염의 메타포>

한편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오염의 메타포는 그것이 겨냥하는 대상이 지배계급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음을 함의한다. 더럽다는 말은 죽일수도 길들일 수도 없는 타자에 대한 미움과 두려움을 담고 있다. 그 말은 상대방의 존재를 부정하는 동시에, 그러한 부정이 굳이 필요했음을 인정함으로써 그의 주체성을 역설적으로 인정한다. 그래서 어떤 페미니스트들은 더러운 년‘이라는 욕을 들어도 전혀 위축되지 않으며, 오히려이런 말을 듣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것이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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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떠나온 세계
김초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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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창의 미니시리즈 느낌이었다. <관내분실>보다 더 유연해지고 매끄러워졌다. SF지만 현실사회같고 그렇다고 너무 현실적이어서 상처받지 않는 그런 따뜻하고 날카로운 책이다. 사실 <관내분실>때는 너무 감성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소설에서는 갈무리가 잘 되는 것 같아 다음 소설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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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사람의 구분>
<태아>
- 태아는 인간이지만 사람은 아니다.
- 낙태죄 논의.
- 출생과 사회적 환대의 간격.
<노예>
- 인격과 실체적 몸의 관계(이아퀴브).
- 노예 신분은 세습이 아닌 아이를 키우는 비용의 채무이다.
- 기혼여성. 출가외인. 친족이 없는 존재라는 점에서 노예와 비슷.
- 권력은 ‘우리’를 만들 수 있냐의 문제.
<군인>
- 고대 전쟁과 현대 전쟁의 차이. 사람의 지위, 곧 인격을 의도적으로 박탈.
<사형수>
- 사형제도 찬반 논거 모두 사형수는 사람이 될 수 없다고 가정.
- (반) 법은 개인의 자유를 조금씩 모아놓은 것. 사람은 신성하고 건드릴 수 없음. 사형은 사람을 건드리는 것. 따라서 사형이란 법이 성립하려면 그 사형대상은 사람이 아니어야 한다.
- (찬) 사형의 조건은 사람이길 포기한 인간. 사형수는 사람이 아니므로 사형 가능.

<인간과 사람>

사람이라는 것은 어떤 보이지 않는 공동체 — 도덕적 공동체 안에서 성원권을 갖는다는 뜻이다. 즉 사람임은 일종의 자격이며, 타인의 인정을 필요로 한다. 이것이 사람과 인간의 다른 점이다. ••• 인간이라는 것은 자연적 사실의 문제이지, 사회적 인정의 문제가 아니다. ••• 반면에 어떤 개체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사회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어야 하며, 그에게 자리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 P31

<태아>

신생아와 태아의 도덕적 지위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은 간과되기 쉬운데, 신생아가 사회 속으로 들어올 때 더 이상 아무런 통과의례를 거치지 않기에 더욱 그러하다. 전통적인 사회에서는 출생과 사회적 환대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었고, 그 기간 동안 아기는 아직 사람이 아닌 것으로 간주되었다. ••• 이 기간이 끝나면 아기는 통과의례(세례, 백일잔치)를 거쳐 사람이 되는데, ••• 이와 달리 오늘날에는 아기가 태어나는 즉시 국가가 개입한다. 아기는 출생과 동시에 사람으로 인지되며, 사람으로서 보호된다. 말하자면 출생이라는 사건이 통과의례를 대신하는 것이다. - P33

<노예>

하지만 그러한 제삼자가 없어서 그가 자기 손으로 아이를 키워야 한다면, 아이도 따라서 노예가 된다. 아이를 부양하는 데 든 비용이 모두 주인에게서 나온 것으로 간주되며, 아이가 주인에게 진 빚으로 계산되는 까닭이다. 즉 노예의 신분이 세습되는 것은 노예가 친족이 없는 자라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노예로 태어난 자는 태생적 권리가 없기에 그것을자식들에게 물려줄 수도 없다. - P37

<노예>

아렌트가 주인과 노예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할 때, 주인은 언제나 복수형으로, 즉 주인들로 나타난다. ••• 권력이란 ‘우리‘를 만드는 능력이자, 우리 속에서 생겨나는, 행동의 잠재적 가능성이다. 아렌트의 표현을 빌리면, "행위하고 말하는 사람들 사이의 잠재적 현상 공간인 공론 영역을 존재하게 하는 것이 권력이다." "권력은 함께 행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생겨나서 사람들이흩어지는 순간 사라진다." 주인들은 ‘우리‘를 만들 줄 알았기에, 권력이 있고 지배할 수 있다. 반면 노예는 고립되어 있기에 무력하다. - P39

<군인>

개인의 존엄을 침해하며 그의 자아 이미지를, 나아가 자아 자체를 왜곡시키는 이러한 테크닉들은 모든 종류의 총체적 시설total institution‘ 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데, 군대도 물론 그 가운데 하나이다. 군대에서 이런 과정은 훈련이라는 이름으로 합리성을 부여받고 있지만, 그 진정한 목적은 군인들의 인격을 부정하여 그들을 사물로, 사회적으로 죽은 사람으로 만드는 데 있다. 모독mortification의 어원에 죽음mort이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 P43

<군인>

군인과 민간인을 구별하는 논리는 전쟁놀이를 할 때 각자 제일 아끼는 장난감은 건드리지 말기로 하자는 아이들의 약속과 비슷한 것이다.
노예권 - 즉 항복한 적을 노예로 삼을 권리 — 에 대한 루소의 반대는 그러므로 어떤 역설을 내포한다. 고대의 전사들은 자유인으로 전쟁터에 나가서, 잡히면 굴욕을 겪고 노예가 되었다. 그들은 나라를 위해서 싸웠을 뿐 아니라 그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 싸웠다. 오늘날의 군인들은 전쟁터에 나갈 때 이미 노예와 다름없다. 그들은 명예를 위해 싸우는 대신 생존을 위해 싸운다. 왜냐하면 그들은 잃어버릴 명예 따위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 P44

<사형수>

범죄자가 이미 사회 바깥에 있다는 생각은 그를 좀더 인간적으로 대우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그는 사람이 아니라 단순한 생명에 불과하기에, 그의 고통은 어떤 상징적인 가치도 갖지 않으며, 그에 대한 마지막배려 역시 ‘동물 복지‘를 논할 때와 유사하게, 불필요한 고통을 줄이는 문제에 집중된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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