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주의자 고희망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7
김지숙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고나서야 내가 왜 전쟁 기록에 관심이 많았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내 기억의 첫 독서는 [몽실언니]다. 너무 좋아해서 구매행위는 교회 달란트잔치에서만 경험했을 때, 초등학교에서 열리는 ‘아나바다’ 장터에서 500원 주고 사기도 했다. (나는 뽑기도 안사먹던 어린이라 매우 큰 결심이었다.) 전쟁을 겪는 사람들의 참담함에 이끌렸었다. 그 후로도 [노근리, 그 해 여름]이라던가 한국전쟁에 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했다. 여기서 확장되어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들도 내 관심을 끌었다. 청소년 소설도 주인공이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책들을 좋아했다. 지금도 그 취향은 여전한데, 항상 왜 이런 주제를 좋아하게됐는지 궁금했다. 사람들이 나에게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혹은 읽고 있는 책은 왜 읽게되었는지 물어볼때마다 곤혹스러웠다.

희망이의 소설과 이야기를 보면서 내가 죽음이 아닌 사람들의 삶에 관심이 있었다는 걸 이해하게 되었다. 전쟁이 살아남으려는 사람들을 더 반짝이게 보여주었던 것이다. 나는 내가 죽고 싶어한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반짝이고 싶었다.

희망이가 동생의 죽음으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희망이의 인터넷소설로 나타내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나도 친구의 죽음을 누군가에게 말함으로써 비로소 벗어날 수 있었다. 나는 정말 오래걸렸는데 희망이는 똑똑하게 금방 깨우쳐서 부럽기도 했다.

표지를 다시 보며 ‘고’라는 글자가 ‘종말주의자’와 같은 색인걸 발견했다. 희망이의 소설속, 종말 후 종말을 맞이하는 아이들은 희망을 발견할 때 종말을 맞이한게 아닐까. 그 희망은 방울토마토에서, 좋아하는 아이돌사진에서, 기어다니는 달팽이에서 볼 수 있을만큼 우리 가까이에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종말에 실패한게 아니라 살아남아 삶의 기쁨을 맛볼 기회를 얻은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종말주의자는 희망을 찾아다니는 사람이다.

아무리 소중해도, 어려도, 건강해도 한순간에 죽을 수 있잖아. 그런 얘길 하고 싶은 거야. - P158

나는 내가 죽음과 종말에만 관심이 많다고 샹각했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생각은 곧 삶에 대한 생각이기도 하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결국 나는 줄곧 삶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죽음이 찾아오기 전까지 계속 살아가야 하는, 삶에 대해서 말이다. - P2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