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이 다시 물을 내려다보다가 예수를 돌아보았다.
"이 일이 왜 이렇게 힘들게 느껴지죠?"
"뭐가 두려운지 말해줘요."
"음, 글쎄요, 내가 뭘 두려워하고 있을까요? 아, 바보처럼 보일까봐 두려워요. 당신이 나를 놀리고 있고 내가 돌덩이처럼 가라앉을까봐 두려워요. 내가 상상하기로는…."
"그래요, 바로 당신의 상상이죠. 상상력은 정말 대단한 능력이죠! 그 힘만으로도 당신을 우리와 같게 하죠. 하지만 지혜가 없다면 상상력은 잔인한 감독관이 될 뿐이랍니다. 인간이 현재나 과거, 미래 중에서 어디에 살도록 계획되었다고 생각해요?" - P234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군요. 나는 당신과 함께 머무르면서 현재에 살고 있죠. 나는 과거에 살지 않아요.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많은 것을 기억하고 배우지만 잠시 들를 뿐이지 오래 머물지는 않아요. 또 당신이 생각하거나 상상하는 미래에 살지도 않죠. 맥, 언제나 두려움이 지배하는 미래에 대한 당신의 상상 속에서 내가 함께한 적은 거의 없어요. 알고 있었나요?" - P235
"당신이 통제하지 못하는 것을 통제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으니까요. 당신은 미래를 통제할 수 없어요. 미래란 실제가 아니며 또한 실재하지도 않을 거예요. 당신은 스스로 하나님 흉내를 내면서 당신이 두려워하는 악이 실제로 존재하게 될 거라고 상상해요. 그러고는 두려움을 피하기 위한 계획을 짜고 있죠. "
"아, 사라유가 했던 이야기와 통하는군요. 하지만 왜 나는 내 삶에 대해 두려워할까요?"
"믿지 못하니까요. 우리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당신은 알지 못해요. 두려움으로 사는 사람들은 나의 사랑 안에서 자유를 찾을 수 없어요. 합당한 위험에 맞서 응당 갖게 되는 두려움에 대해 말하는 건 아니에요. 상상하는 두려움, 특히 미래로 투영된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죠. 이런 두려움이 당신의 삶을 많이 차지할수록 당신은 나의 선함을 믿지 못하고,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는지도 믿지 못하게 되죠. 당신은 내 사랑에 대해 찬양하고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모르고 있어요." - P236
"가끔씩은 당신이 통제해주면 좋겠어요. 그러면 나와 내 사랑하는 사람들이 고통에서 구원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내 의지를 당신에게 강요한다는 건 사랑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죠. 진정한 관계는 비록 당신의 선택이 쓸모없고 건전하지 않더라도 순종하는 특징이 있어요. 파파와 사라유와 나의 관계에서 당신이 아름답다고 했던 것이 바로 그거예요. 우리는 진실로 서로에게 순종해요. 지금까지 늘 그랬고 앞으로도 그러겠죠. 파파가 나에게 순종하는 만큼 나도 파파에게 순종해요. 사라유와 나, 파파와 사라유의 관계도 마찬가지죠. 순종은 귄위에 관한 것도 복종도 아니에요. 순종은 사랑과 존중의 관계에 대한 거죠. 마찬가지로우리는 당신에게도 순종해요." - P241
"어떻게요? 우주의 하나님이 왜 나에게 순종하려고 하죠?"
"당신이 우리 관계의 원 안에 들어와 주길 바라니까요. 나는 내 의지에 굴복하는 노예를 원하지 않아요. 나와 생명을 공유할 형제자매를 원해요."
"우리가 서로 사랑하기를 바라는 방법이 바로 그것이겠군요.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간에요. 어떤 관계라도 그렇겠죠?"
"그래요. 내가 당신의 생명일 때, 순종은 나의 인성과 본성의 가장 자연스러운 표현이기에, 순종은 관계 속에서 새로워질 당신의 본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이 되겠죠."
"그런데도 나는 아무도 다치지 않게 하고 그냥 모든 것을 주관하는 신만을 원했던 거군요." - P242
"그게 전부는 아니죠. 여자들의 욕망, 아니 실은 ‘전환’이 있었어요. 여자들은 자신이 아니라 남자들에게로 전환했어요. 그러자 남자들은 여자를 지배하고 권력을 행사하며 군림하기까지 했죠. 이런 선택을 하기 전에는 여자들도 오로지 나에게서 자신의 정체성과 안전성, 선과 악의 이해를 추구했었죠. 남자들이 그랬던 것처럼요." ••• "이 상태에서 빠져나갈 길이 있을까요?"
"아주 간단하지만 당신에게는 쉽지 않겠죠. 재전환, 다시 말해서 나에게 돌아오는 거죠. 당신만의 힘과 조절 방법을 포기하고 나에게 돌아오는 거예요."
예수의 목소리는 마치 탄원하는 사람의 목소리 같았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남자들을 통해 욕구를 충족하고, 안전을 제공받고, 정체성을 보호받아왔던 것을 그만두고 나에게 돌아오기가 힘들 거예요. 또 대부분의 남자들은 자신의 일을 통해 힘과 안정과 의미를 추구하던 것에서 전환해서 나에게 돌아오기가 힘들겠죠." - P244
"더 잘했을진 몰라도 충분하지 않았을걸요. 남자건 여자건 독립적인 인간의 손에 쥐어진 권력은 타락하게 마련이니까요. 맥,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 관계의 반대라는 것을 모르겠어요? 우리는 남자와 여자가 각기 특이하고 다르면서도 얼굴과 얼굴을 맞대는 동등한 관계가 되길 바라고 있어요. 각기 성은 다르더라도 서로 보완할 줄 알고, 모든 힘과 권위의 근원인 사라유에게서 독특한 힘을 부여받기를 바라요. 기억해요, 나는 성과를 중시하지 않고 인간이 만든 구조에 맞춰 움직이지 않아요. 나는 존재할 뿐이죠. 나와의 관계에서 성장할 때 당신의 행동들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가식 없이 드러내게 될 거예요." - P245
"당신은 남자의 모습으로 왔어요.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건 아닌가요?"
"맞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그런 의미는 아니죠. 나는 우리가 당신들을 창조한 방식 안에서 훌륭한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남자의 모습으로 왔어요. 우리는 첫날부터 남자 안에 여자를 숨겼다가 적당한 때에 여자를 남자 안에서 꺼냈었죠. 남자는 혼자 살아가도록 창조되지 않았어요. 처음부터 여자도 함께 계획되었으니까요. 남자 안에서 여자를 꺼냄으로써 어떤 의미에서 남자가 여자를 낳았다고 할 수 있죠. 우리는 우리 것과 비슷하지만 인간을 위한 관계의 원을 창조했어요. 여자는 남자에게서 나왔고, 나를 포함해서 모든 남자는 여자에게서 나왔죠. 그리고 태초에 우리 모두는 하나님에게서 태어났고요." ••• "맥, 아주 정확해요. 우리는 전적으로 동등한 존재이자 강력한 상대, 바로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당신들 임간은 권력과 성취를 추구하고 독립하면서 당신이 갈망하는 그런 관계를 파괴했어요." - P246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 하고 질문할 수 없다는 뜻인가요?" ••• "정말로요, 나의 삶은 그대로 따라해야 할 본보기로 의도된 것이 아니죠. 나를 따른다는 것은 ‘예수처럼’ 되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독립성이 소멸된다는 뜻이죠. 생명, 진정한 생명, 바로 나의 생명을 당신에게 주려고 내가 왔어요. 우리는 당신 안에서 우리 삶을 살 것이고, 당신은 우리 눈을 통해서 보고, 우리 귀로 듣고, 우리 손으로 만지고, 우리처럼 생각하게 돼요. 하지만 우리는 절대로 당신에게 그런 통합을 강요하진 않아요. 당신 편한 대로 해요. 시간은 우리 편이니까요." - P248
"간단히 말해서 이런 공포는 안전과 통제에 대한 환상을 지지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사용하는 도구죠. 사람들은 불확실한 것과 미래를 두려워해요. 제도나 구조, 이념은 확실성과 안전이 없는 곳에서 그것을 부여잡으려 하는 헛된 노력이죠. 모두 거짓이에요! 체제는 당신을 보호하지 못해요. 오직 나만이 할수 있어요." - P305
"만약 당신이 이 여행에서 대화 없이, 다시 말해서 나 없이 혼자 살려 한다면 그건 당신 혼자 물 위를 걸으려 하는 것과 마찬가지겠죠. 당신은 할 수 없어요. 아무리 의도가 좋다 하더라도 결국은 가라앉을 거예요. 물에 빠지는 사람을 구하려고 애써본 적이 있어요?"
예수는 이미 그 대답을 알면서도 질문을 던졌다. 맥의 가슴과 근육이 본능적으로 긴장되었다. 그는 카누와 조시에 대해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기억 속에서 갑자기 공포감이 엄습해왔다.
"당신을 신뢰하지 않는 사람을 구하기란 몹시 힘들죠."
"맞아요. 정말 그래요."
"내가 당신에게 부탁할 건 그뿐이에요. 당신이 가라앉기 시작할 때 내가 당신을 구하게 해줘요." - P306
"아무도 당신에게 그러라고 요구하지 않아요! 그건 사라유가 할 일이고, 그녀는 누구도 괴롭히지 않으면서 그 일을 잘 다룰 거예요. 이 모든 건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과정이랍니다. 나는 당신이 할 수 있는 만큼 나를 신뢰하고, 나와 당신이 나누고있는 사랑의 방식대로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며 성장하기만을 바랄 뿐이죠. 그들을 변화시킨다거나 확신시키는 건 당신이 할 일이 아니에요. 당신은 어떤 의무도 없이 자유로이 사랑하면 돼요." - P307
"모든 길이 당신에게로 이어진다는 의미인가요?"
맥이 물었다.
"천만에요."
예수가 미소를 지으며 작업실 문으로 손을 뻗었다.
"대부분의 길은 어디로도 이어지지 않아요. 당신을 찾기 위해서라면 어느 길이라도 가겠다는 뜻이죠."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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