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래요! 관계란 결코 힘에 대한 것이 아니죠. 자신을 제한하고 봉사하겠다고 선택하는 것도 권력으로 향하는 의지를 피하는 한 방법이에요. 이런 선택을 하는 사람들은 많아요. 병자들을 보살피고, 정신적으로 방황하는 이들을 돌보고, 가난한 자들에게 말을 걸고, 노인이나 어린이를 사랑하고, 심지어는 그들에게 권력을 행사하는 이들까지 사랑하죠." - P173
그가 잠시 주저하는 틈을 타고 사라유가 끼어들었다.
"그렇다면 당신이 선과 악을 결정하는군요. 스스로 심판관이 되는 셈이에요. 당신이 선하다고 결정했던 것이 시간과 환경이지나면서 변하다니 더욱 혼란스럽겠군요.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결정할 이들이 수십억 명이나 된다는 건 더더욱 혼란스러운 일일 테고요. 결국 당신의 선과 악은 다른 이의 선과 악과 충돌하고 그 결과 싸움과 논쟁이 뒤따르고 전쟁까지 벌어지겠죠."
사라유가 말하는 도중에 그녀의 내부에서 움직이던 여러 색채의 무지개에 검은색과 회색이 섞여 어두워졌다.
"절대적인 선이 실재하지 않는다면 판단의 기초를 잃게 되겠죠. 단지 말의 문제에 불과하니 선이라는 단어를 악이라는 단어와 바꾸어도 상관없겠군요." ••• "맞아요! 그들은 선악과를 먹어버림으로써, 결국 이 우주를 찢고 영적인 것과 육체적인 것을 분리시켰어요. 그들은 하나님의 숨결을 내쫓고, 그들 자신이 택한 숨을 내쉼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잃고 말았어요. 그건 분명히 큰 문제라고 할 수 있겠죠." ••• "대단히 슬픈 날이었죠." ••• "그런 진실이 숨어 있었던 거죠. 자의적으로 선악을 구별함으로써, 하나님 흉내를 내게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요.•••" - P222
"매켄지, 악이란 선의 부재를 묘사할 때 사용하는 단어죠. 빛의 부재를 묘사할 때 어둠이라는 말을 쓰거나 생명이 부재할 때 죽음이라는 말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악과 어둠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선과 빛의 관계에서만 이해될 수 있어요. 나는 빛이고 선해요. 나는 사랑이고 내 안에는 어둠이 없어요. 빛과 선은 실제로 존재하죠. 그러나 나에게서 떨어져 나가면 당신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게 돼요. 독립을 선언하면 결국 악에 이를 뿐이에요. 나에게서 떨어지면 자신에게만 의지해야 하니까요. 당신이 나, 즉 생명에서 분리되면 죽음이 찾아오겠죠." - P224
"미시는 보호받을 권리가 없었나요?"
"없었어요. 아이는 사랑받기 때문에 보호받는 것이지 처음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 건 아니에요." ••• "권리란 애써 관계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개념이죠." ••• "방해받지 않고 문장을 완성할 권리가 있디 않느냐고요? 아뇨, 없어요. 그렇지만 당신에게 그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한 틀림없이 화가 나겠죠. 아무리 하나님이라도 당신 말을 자른다면 말이죠." ••• "매켄지, 예수는 어떤 권리도 주장하지 않아요. 그는 기꺼이 봉사하는 자가 되어 파파와의 관계 속에서 살죠.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헌신함으로써, 당신이 권리를 주장하지 않고도 충분히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주었어요." - P226
"매켄지, 당신은 진정한 사랑의 방법을 현명하게 잘 알고 있군요. 사랑이 성장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지만 아는 것이야말로 성장하는 것이고, 사랑은 그것을 포함하기 위해 확장할 따름이죠. 사랑은 단지 안다는 것의 거죽일 뿐이죠. 매켄지, 당신은 자신의 아이들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놀랍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사랑하고 있어요."
(소피아) - P260
"내가 심판하기로 예정된 사람이 누구죠?"
"하나님이죠."
그녀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인류요." ••• "매켄지, 우리가 어디까지 가야 할까요? 이 망가짐의 유산은 아담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아담은 어떻게 하죠? 또 거기에서 멈출 이유가 있을까요? 하나님은 어떤가요? 하나님이 이 모든 것을 시작했어요. 하나님도 비난받아야 하나요?"
맥은 현기증이 났다. 자신이 심판관이라는 느낌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자신이 심판을 받는 것 같았다. 여인은 가차 없이 몰아쳤다.
"매켄지. 이게 당신이 벗어날 수 없는 생각 아닌가요? 이것이 바로 ‘거대한 슬픔‘ 의 연료가 아니었나요? 하나님을 신뢰할 수없다는 것이? 당신 같은 아버지라면 분명 하나님 아버지를 심판할 수 있어요!"
그의 분노가 타오르는 불길처럼 솟구쳤다. 그는 그녀를 맹렬히 비난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말은 정확했고 부인할 도리가 없었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매켄지, 그것이 당신의 정당한 원망 아닌가요? 하나님이 당신과 미시를 저버렸다는 것이? 하나님은 언젠가 폭력에 희생될 것을 알면서도 미시를 창조했어요. 그 비뚤어진 자가 당신 품 안에서 사랑하는 미시를 빼앗아가게 놔두었고요. 하나님은 그 자를 멈추게 할 힘이 있었는데도 말이에요. 매켄지, 그러니 하나님오 비난받아야 하지 않나요?" ••• "그래요! 하나님도 비난받아야 해요!" ••• "당신이 하나님을 그렇게 쉽게 심판할 수 있다면 분명 이 세상도 심판할 수 있겠네요." - P270
"당신은 당신의 자녀 중에서 하나님의 새로운 하늘과 땅에서 영원히 살아갈 두 아이를 선택해야 해요. 딱 두 명만." ••• "또 당신의 자녀 중에서 영원히 지옥에서 살아갈 세 아이를 선택해야 해요." ••• "매켄지, 나는 당신이 하나님이 하는 일이라고 믿고 있는 그 일을 당신에게도 하라고 요구했을 뿐이에요. 하나님은 지금까지 잉태된 모든 인간들을 알고 있어요. 당신이 당신의 아이들을 아는 것보다 훨씬 더 깊고 분명하게 알고 계시죠. 하나님은 아들이나 딸의 존재를 아는 만큼 각각 사랑해요. 그런데도 당신은 하나님이 대부분의 인간을 하나님의 존재와 사랑에서 멀리 떨어뜨리고 영원한 고통을 선고한다고 믿고 있어요. 그렇지 않은가요?" - P272
"대신 내가 가면 안 될까요? 영원히 고문받을 사람이 필요하다면 내가 대신 가겠어요. 그래도 될까요? 내가 그렇게 해도 될까요?"
그는 그녀의 발치에 쓰러져 울면서 호소하기 시작했다. ••• "이제 당신은 예수님 같은데요. 매켄지, 당신은 심판을 잘했어요. 당신이 몹시 자랑스러워요!"
"난 아무것도 심판하지 않았는데요."
맥이 어리둥절해하며 중얼댔다.
"아, 당신은 했어요. 당신의 전부를 희생한다고 해도 당신의 아이들은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고 심판했어요. 예수님의 사랑이 바로 그런 것이었죠." ••• "이제 당신은 파파의 마음도 알게 됐어요. 자기 아이들을 완벽하게 사랑하는 그 마음을." - P274
"그래요. 파파는 그 자신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많은 일들을 멈추지 않아요. 당신들의 세계는 심하게 망가졌지요. 당신들은 독립성을 요구했었죠. 그래놓고는 이제 와서 화를 내고 있어요. 당신들에게 독립성을 내어줄 만큼 당신을 사랑했던 분께말이죠. 파파가 바라는 대로, 마땅히 되어야 하는 바대로 되는 일도 없어요. 지금 당신의 세계는 어둠과 대혼란에 갇혀 있고 파파가 특히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무서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요."
"파파는 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거죠?"
"그는 이미 하셨는 걸요."
"예수님이 했던 일을 말하는 건가요?"
"파파도 상처 입은 것을 보지 않았나요?"
"이해할 수 없어요. 어떻게 그가…"
"사랑 때문이죠. 그는 사랑 때문에 십자가의 길을 선택해서 자비가 정의를 이기게 했어요. 파파가 모든 사람을 위해 정의를 선택했다면 더 좋았겠어요? ‘심판관이신‘ 당신은 정의를 원하나요?" - P277
"사실 이해할 것도 별로 없어요. 있는 그대로죠. 감정은 악하지도 선하지도 않고 그저 존재할 뿐이죠. 당신이 이해하기 좋게 설명해볼게요. 패러다임은 지각(perception)을 작동시키고 지각은 감정을 작동시키죠. 감정은 지각, 다시 말해서 주어진 상황에서 당신이 진실이라고 믿는 것에 대한 반응이죠. 만약 당신이 잘못 지각한다면, 그에 대한 감정적 반응도 왜곡되겠죠. 그러니 당신의 지각을 점검해보고 그 다음으로 당신의 패러다임의 진실성, 즉 당신이 믿는 것의 진실성을 점검해봐요. 당신이 어떤 것을 굳게 믿는다고 해서 그것이 진실인 건 아니죠. 당신이 믿고 있는 것을 되돌아봐요. 당신이 진리 안에서 살수록 당신의 감정은 당신이 훨씬 선명하게 볼 수 있도록 도와줄 거예요. 그렇다고 나보다 감정을 더 신뢰하진 말고요." - P337
"그러면 우리에게 그 계명들을 왜 준 거죠?"
"사실 우리는 당신들이 스스로 정의로워지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길 바랐어요. 그 율법은 당신들이 우리와 분리된 채 살아갈 때, 얼마나 더러운 꼴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죠."
"그래도 그 율법을 지키면서 정의로워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당신도 알잖아요?"
맥의 질문이었다.
"그렇지만 자신이 얼마나 더러운지를 보여주는 거울로 과연 얼굴을 닦을 수 있을까요? 규칙은 단 한 번의 실수에도 자비나 은총을 베풀지 않아요. 그래서 예수가 당신들을 대신해서 그 모든 것을 이뤄내고 더 이상 당신들을 심판받지 않게 만들었죠. 한때 불가능한 요구를 포함했던 율법, ‘해선 안 된다‘는 그 율법은 이제 우리가 당신 안에서 실현시킬 약속으로 대체되었어요."
사라유는 물결치듯 움직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당신이 우리와 분리된 채 살아갈 때 그 약속은 헛되다는 점을 잊지 말아요. 예수는 율법의 요구를 잠재웠어요. 이제 율법에는 비난하거나 명령할 힘이 더 이상 없어요. 예수야말로 약속이자 이행이죠." - P347
"이번에는 우정을 예로 들어서, 명사에서 생명의 요소를 제거하면 극단적으로 관계가 바뀌고 만다는 것을 보여줄게요. 맥, 나와 당신이 친구라면, 우리 관계 속에는 기대감이 존재해요. 서로를 마주 보고 있을 때나 떨어져 있을 때도 우리에겐 함께 웃고 떠들 거라는 기대감이 있죠. 이런 기대감은 구체적으로 정의되지 않아요. 그것은 살아 있고 역동적이죠. 더욱이 우리가 함께 있음으로 생겨나는 모든 것은 다른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독특한 선물이죠. 그런데 내가 그 ‘기대감‘을 ‘기대‘로 바꾸면 어떻게 될까요? 말로 표현하건 안 하건 간에요. 그러면 우리 관계에 갑자기 계율이 들어오죠. 당신은 이제 나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기대를 받게 돼요. 그리고 살아 있는 우리의 우정은 규칙과 요구사항이 딸린 죽은 것으로 급속히 변질되죠. 이제 우정은 당신과 나에 대한 것이 아니라 친구라면 의당해야 할 것, 혹은 좋은 친구의 책임에 대한 것이 되겠죠."
"또는 남편이나 아버지, 직원의 책임이 되겠군요. 알겠어요. 기대감 안에 사는 편이 훨씬 좋겠어요." - P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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