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나
누군가를 상상하면, 사람을 상상하게 되기보다는 그 사람의 책을 상상하게 되었다. 이를테면 KDC에 따라 100번대 책과 200번대 책을 합쳐 15퍼센트, 300번에서 500번대의 책이 30퍼센트, 600번에서 900번대는 골고루 50퍼센트, 정기간행물도 한 5퍼센트 정도 가진 남자라면 좋겠다고 말이다. - P13
@강한나
"사는 게 무료하다는 건 내가 잘못 생각했던 것 같아. 덕분에 재밌게 읽었어." - P14
@박이삭
"장기적인 장점을 찾아. 너한테는 그런 장점이 분명 있을 거야. 매력, 첫인상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야. 그 너머를 간파하는 사람들한텐 먹히지도 않고." - P19
@이설아
가장 경멸하는 것도 사람, 가장 사랑하는 것도 사람. 그 괴리 안에서 평생 살아갈 것이다. - P66
@하계범
기차를 타고 간식을 사먹는 도마뱀이 능청스럽게 그려져 있었다. 편집장은 벌새였다. 편집실을 내내 날아다니며 바닥에 발을 딛는 일이 없다고 묘사되어 있어서 웃고 말았다. - P143
@방승화
그렇게 말하는 소씨 아저씨의 눈길이 승화의 머리에 눈썹에 눈에 코에 입에 턱에 손에 손톱에, 하여간 어디든 엄마를 닮았을 만한 곳을 찾아 흔들렸으므로 승화는 미안해졌다. 어디 한군데라도 닮았더라면 좋았을걸.
소씨 아저씨를 배웅하러 장례식장을 나서, 로비 바깥까지 따라걸었다. 밤바람이 차고 맑았다.
"눈이 닮았네요."
"안 닮았는데요."
"닮았어요. 눈 안에 심지가 있어요. 가장 의지했던 딸인 거 알지요?"
듣기 좋은 말을 잘하는 할아버지네, 승화는 웃었다. 오래된 상처를 그 말들이 연고처럼 덮었다. 승화는 한마디도 믿지 않고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고마웠다. - P157
@정다운
중간에 정빈을 돌아보자 정빈은 졸고 있었다. 오늘은 다운의 길지 않은 인생에서 최악의 날이었다. 하지만 친구가 옆에 있었다. 옆에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서 다운은 정빈의 어깨에 살짝 몸을 기댔다. - P166
@소현재 (179-181)
"그것보다는 늘 지고 있다는 느낌이 어렵습니다."
모든 곳이 어찌나 엉망인지, 엉망진창인지, 그 진창 속에서 변화를 만들려는 시도는 또 얼마나 잦게 좌절되는지, 노력은 닿지 않는지, 한계를 마주치는지, 실망하는지, 느리고 느리게 나아지다가 다시 퇴보하는 걸 참아내면서 어떻게 하면 지치지 않을 수 있을지 현재는 토로하며 물었다. 압축이 쉽지 않았다.
•••
"••• 우리가 하는 일이 돌을 멀리 던지는 거라고 생각합시다. 어떻게든 한껏 멀리. 개개인은 착각을 하지요. 같은 위치에서 던지고 사람의 능력이란 고만고만하기 때문에 돌이 멀리 나가지 않는다고요. 그런데 사실은 같은 위치에서 던지고 있는 게 아닙니다. 시대란 게, 세대란 게 있기 때문입니다. 소 선생은 시작선에서 던지고 있는 게 아니에요. 내 세대와 우리의 중간 세대가 던지고 던져서 그 돌이 떨어진 지점에서 다시 주워 던지고 있는 겁니다. 내 말 이해합니까?"
"릴레이 같은 거란 말씀이죠?"
"그겁니다. 여전히 훌륭한 학생이군요. 물론 자꾸 잊을 겁니다. 가끔 미친 자가 나타나 그 돌을 반대 방향으로 던지기도 하겠죠. 그럼 화가 날 거야. 하지만 조금만 멀리 떨어져서 조금만 긴 시간을 가지고 볼 기회가 운 좋게 소 선생에게 주어진다면, 이를테면 40년쯤 후에 내 나이가 되어 돌아본다면 돌은 멀리 갔을 겁니다. 그리고 그 돌이 떨어진 풀숲을 소 선생 다음 사람이 뒤져 다시 던질 겁니다. 소 선생이 던질 수 없던 거리까지."
•••
"••• 젊은 사람들은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지요. 당사자니까, 끄트머리에 서 있으니까. 그래도 오만해지지 맙시다. 아무리 젊어도 그다음 세대는 옵니다. 어차피 우리는 다 징검다리일 뿐이에요. 그러니까 하는 데까지만 하면 돼요. 후회 없이." - P17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