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글자도서] 피프티 피플 1 - 2017년 제50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창비 국내문학 큰글자도서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7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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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정

결혼식을 가장한 장례식이었다. 근사한 장례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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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그런 소리가 났을 것이다. 그때 자기도 모르게 수덩은 울컥하고 울었다. 나중에 이날을 기억할 때 엄마가 도는 저 모습이 기억날 거란 걸 수정보다 수정의 눈물기관이 먼저 깨달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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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쁘지 않잖아. 수정은 생각했다. 엄마의 강인함도, 엄마가 맨날 부리던 억지도, 이상하게 저 사락사락함으로 기억날 것만 같으니까. - P12

@김성진

봄에서 여름, 유리가 뜨거워지고 창에 붙었던 꽃 먼지가 다시 비에 씻겨가는 한 계절 동안 지속되던 휴식의 시간이 하루아침에 끝나버렸다. - P31

@김성진

가족들과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한정의 목을 감고 있을 때 어째선지 그때가 떠오른 것이다. 모두 성진이 비정상이라고 말했다. 정신병원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이 순간을 가족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면, 설명할 수 있다면, 전할 수 있다면, 성진이 얼마나 제정신인지를 말이다. 이토록 분명한데. - P35

@문우남

선미가 우남을 일으키더니 발등 위에 올라왔다. 어음이 아니다. 우남은 막 씻고 나와 아직 젖은 느낌이 아는, 가볍고 하얀 성미의 발이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특별히 발 때문에 결혼한 것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부분을 매일 발견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 아내를 발등 위에 싣고 춤추기 시작했다. - P75

@문우남

무르익은 중년의 두 사람은 각자 부모의 발등 위에 올라가 춤추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상대방의 어린 시절을 상상했다. 애잔하면서도 기분이 좋아져서 선미의 발에 물기가 완전히 마를 때까지 계속계속 춤을 췄다. - P76

@김혁현

두사람은 쟁반에 도넛을 이것저것 골랐다.
"샘 수술실에 들어가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요. 유난히 수술이잘돼요. 그런 거 믿지 않는데 징크스랄까."
"정말요?"
정말요,라니. 똑똑한 소리를 좀 해봐. 똑똑한 여자 앞에서 똑똑한소리를 좀 해보라고. 그래, 커피를 마시자. 커피로 어떻게 좀.
"이 건물 위에 극장 들어온대요."
"정말요?"
오늘은 정말요, 인가. 하루에 단어 하나밖에 쓰지 못하는 건가.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았잖아. 당신한테 반하는 바람에 이 병원에 남았다고, 당신 수술을 보는 게 가장 즐겁다고, 결혼하자고, 나는 요리도 잘하고 청소도 잘한다고, 경력 단절 같은 거 절대 경험하지 않도록 육아는 뭐든 의학적 재능이 덜한 내가 하겠다고, 당신을 서포트하기 위해 내가 태어난 거나 다름없다고, 그렇게 몇년이나 몇년이나 생각해왔다고, 아니 아니,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고, 그건 내 망상일 뿐이라고, 당신의 그 기적 같은 손가락을 한번만 살짝 잡아볼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고. - P99

@김혁현

병원까지 쫄래쫄래 따라가고 싶은 걸 가까스로 참았다. - P100

@문영린

고등학교 때 새엄마인 선미와 함께 살게 되면서 모든 게 조금 나아졌다. 처음에는 화려한 외모 때문에 책에 나오는 그런 새엄마인가, 충격을 받고 또 엄청 울었지만 알고 보니 성격이 마녀보다는..... 왕자님에 가까웠다. 곧 아빠사 한명 더 생간 기분이 들 정도였다. - P121

@권나은

아마도 잊어버릴 것이다, 승희를. 나은은 그 사실이 몸서리치게 싫다. - P156

@홍우섭

경혼은 그 나름대로의 노력이 계속 들어가지만, 매일 안도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마음을 다 맡길 수 있는 사람과 더이상 얕은 계산 없이 팀을 이루어 살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 P164

@오정빈

"내가 의사가 되면 너희 아빠 고쳐줄게."
정빈은 다운이 고마웠지만 그들이 어른이 되기 전에 아빠가 나았으면 싶었고, 사실은 낫지 못하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알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해야 할지 모르는 척을 해야 할지 항상 헷갈렸다. 아빠가 다친 이후로는 언제나 그랬다.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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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8 23: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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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9 09: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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