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50 티투스와 수베니우스

"티투스님은 자기 관할의 회당장과 장로들에게 내 병을고쳐달라는 청을 그분께 넣어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어. 그분은 집으로 직접 와서 내 병을 고쳐주겠다고 하셨지만 티투스님은 주님께서 누추한 집까지 올 필요가 없다고 전했어. 군인이었던 그는 한마디 명령이 지닌 힘을 누구보다 잘알았어. 그분이 한마디 말씀만 하시면 내가 나을 것으로 믿었던 거지."

p.79 예수와 마티아스의 만남

"살인죄도……… 사함 받을 수 있단 말이오?"
예수는 대답하지 않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예수가 정적을 깨고 입을 열었다.
"죄 짓지 않은 자는 복된 자다. 하지만 죄 짓지 않으면 구원받을 수도 없지."
터무니없긴 했지만 마티아스는 그 말을 받아들이고 싶었다. 자신에게 용서를 구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할수만 있다면 용서를 빌고 또 용서받고 싶었다.

p.91-92 유다

••• 그가 원망한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스승이었고 자기 자신이었다. 스승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그를 원망할 필요는 결코 없었을 것이다.
그는 제자 중의 다른 누구보다 스승을 잘 알았다. 그렇기때문에 한쪽 눈으로는 스승을 사랑하면서도 다른 눈으로는 스승을 경멸할 수밖에 없었다. 증오가 섞인 사랑, 경멸이 섞인 존경. 원망하는 만큼 스승을 사랑하고 사랑하는 만큼 그를 원망하는 자신을 책망하며 그는 어둠 속으로 발길을 옮겼다.
시간이 형틀이 되어 그를 옥죄었다.

p.92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는 길은 하얀 띠처럼 구불거리며 어둠 속으로 이어졌다. 더러운 빨랫감처럼 우중충한 구름 사이로 새어나온 달빛에 세상은 하얗게 표백되었다.

p.98 사건정리

"그들은 십계명을 어기기도 했지만 동시에 예수에 관한 놀라운 소문의 주인공들이기도 했어. 헬레나는 바리새인들의 돌팔매에 죽을 뻔했고 야이로의 딸은 병으로 죽었다가 예수의 도움으로 살아났지. 벤자민은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천 명을 먹인 기적을 목격했으며 백인대장 역시 종을 통해 치유의 기적을 체험했어. 그들 모두가 예수의 기적을 체험한 주인공이거나 목격자였던 거야."

p.100

마티아스는 이제 선택해야 했다.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고 다시 사건의 진실을 찾든가, 아니면 계속 예수를 살인자로 몰든가. 그것이 마티아스가 처한 곤경의 본질이었다. 예수를 살리고자 하면 자신이 죽어야 하고 자신이 살려면 죄없는 예수를 죽여야 하는 이율배반, 올가미에 걸린 사람은 예수가 아닌 자신이었다.

p.103 마태복음을 읽는 마티아스

과도하게 흥분하지도, 그렇다고 모호하지도 않은 필치로 마치 자신이 직접 본 것처럼 명확한 묘사였다. 마티아스는 생각했다. 이 글을 쓸 때 마태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는 진실로 이 글의 내용을 믿었을까? 아니면 그랬으면 좋겠다고 상상한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사람들이 믿을 거라고 생각되는 방식대로 썼을 뿐일까? 믿을 수 없는 스승의 믿을 수 없는 행위를 쓰면서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결코 믿을 수 없는 것을 믿어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을 그는 어떻게 견뎠을까? 마티아스는 희미한 불빛이 새어드는 창살 가까이로 다가가 두루마리의 마지막 구절을 다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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