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73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동일한 인간성‘이라는 과제를 통해서는 이미 이 세계에 확고한 남성 중심적 문화와 시스템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에요. 그러니 오히려 "성차를 발현하자, 남자들이 만들어 놓은 성 말고, 본래적 여성성을 찾는 것이 해결이다" 이렇게 주장하는 겁니다. 이 입장의 경우는 여성성이 남성성보다 실재를 인지하는 데 유리한 존재론적 특징을 갖는 성(性)이라고 보죠.
p.76
그러나 이리가레에 의하면 정말 중요한 것은 동굴 밖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동굴 속을 더 깊이 파고드는 것이라는 겁니다. 깊이 실재 속으로 파고 들어가면 그 안에 여성성, 일종의 ‘유적 인간‘ (마르크스 용어), 기독교적 언어로 말하자면 ‘창조 질서 그대로의 여성성‘ (이건 제 표현)이 있을 거라는 말이죠.
p.79
하지만 창세기에도 있듯이 영이신 그 신이 드러나는 오직 한 가지 가능성은 ‘하나님의 형상‘으로서의 인간을 통해서예요. 아무도 하나님을 볼 수 없지만, 인간이 하나님의 뜻을 체현하고 살 때 하나님은 형상으로 드러나신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그 신은 ‘여성‘으로도 드러나실 수 있지 않겠어요?
p.80
여성은 지배-종속 관계가 아니면서도 태아를 자기 안에 품을 수있는 존재래요. 그렇죠. 임신을 한 여성은 태아를 이물질로 여기지 않잖아요. 내 생명을 지키지만 태중의 아이도 길러 내죠. 그래서 여성은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거예요. 환대하는 여성의 몸, ‘너를 완전히 포섭하는 것은 아니지만 함께, 자라는 데 힘을 전하며 연대하는 능력, 그것이 ‘여성성‘의 강점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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