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눈동자
알렉스 쿠소 지음, 노영란 옮김, 여서진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노래하는 눈동자는 할머니를 그리는 마음으로 집어들게 되었다. 계기는 분명 할머니의 그리움이다. 할머니는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살아있는 존재로 등장하지 않으며, 역시나 손자, 손녀들의 추억으로 사라진 채였지만, 대리만족 또는 동병상련을 바라고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그림책이라는 점에서 부담스운 분량은 없었다. 오히려 그림을 보면서 작가의 의도(뭘 말하려는 것인가)를 알아내려 이리저리 훑어보기도 하고, 평가도 내려보고 구도도 따져보곤 했다.

표지를 보면 따듯하면서도 아련한 슬픔이 느껴진다. 할머니를 그리는 아이의 순수한 감성을 잘 표현해주면서도 주제가 잘 들어나는 것이기도 하다.

손에 쥔 것은 죽은 이를 그리워 하는 마음을 시각화 한 것이다.

화자는 오빠이고, 표지를 장식한 여동생 비올렛과 두 사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직선적으로 보면, 할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여동생의 순수한 상상을 받아줄 것인가, 아니면 냉정히 현실을 알려줄 것인가의 문제이다. 깊숙히 파고들면, 화자가 동생으로 인해 좀 더 신경쓰지 못했던 할머니의 인생에 관심을 갖게 되고, 다른 관점으로 죽음을 받아들이는 치유의 과정을 그렸다. 소소하게는 오빠와 동생의 심리와 역할도 잘 나타난다.

벌을 보고 할머니를 그리는 것이 어떻게 연결이 되었을까... 실제론 믿을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는 있지만,(고인이 죽은 지 며칠만에 찾아드는 희귀동물, 곤충, 새, 포유류 등) 책을 통해서 만나니 더욱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

개인적인 옛 추억도 떠오르며, 기분이 남달랐다. 할머니를 소중히 여기는 아이들의 마음씨가 예뻐서일까. 넘길 수 있는 책장이 줄어들수록 그 착하고 순수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고 끝까지 아름다운 이야기를 남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보았다.

할머니와 떨어져서 산 시간과는 다른 영원한 이별. 그것을 어린 비올라와 13살짜리 화자가 견디기에는 큰 일이었을 텐데도 아름답고 순수하게 잘 표현한 책이며, 벌의 죽음을 연관지어 할머니로 여기는 비올라의 모습을 보자 어린 시절 누구나 겪었을 법한 착한 상상력이 예뻐보이기까지 했다.

사람의 마음을 맑게 만들어 주는 그림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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