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해던의 소문난 하루
마크 해던 지음, 신윤경 옮김 / 문학수첩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이 가족 구성원, 특이한 것 같지만 실은 아니다.

우선, 아버지 '조지'는 은퇴의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를 안고 산다. 명퇴, 조퇴, 사오정, 오륙도란 신조어를 모르는 이가 어디있는가, 어머니 '진'은 마치 딱딱한 통나무보다 더 단단하게 구는 남편 때문에 대신 애정결핍을 해소해 줄 한류 스타를 찾는 중년의 일본 여성들과 흡사하기까지 하다(스타를 동경하는 것이 배우자를 기만하는 바람은 아니지만, 그들이 원하고자 하는 친절함과 부드러움을 쫓는다면 원하는 가치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세상에 보이지 않는 벽을 쌓는 아들 '제이미' 또한 우리 주변에 너무도 흔하지만 속사정을 외면받는 많은 이들의 모습이며, 성적 소수자는 더욱 그런 조건에 부합한다. 딸 '케이티'는 또 어떤가.  한국은 이제 이혼이 '칠거지악으로 내쳐지는 여성들의 부족함'으로 통하지 않는다. 참고 살아라, 란 말보단 '돌싱'이란 신조어가 연예계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늘어나다 못해 흔해진 것이 현실이며, 재혼가정은 대부분 이상형보다는 현실에 맞춰 눈을 낮추는 게 일반적이다. 이들은 분명 모든 이들의 저마다의 모습을 한데 모아둔 것이 틀림없었다.

 

언젠간 허점이 들어날 거야. 부실한 부분이 나오겠지.

이런 악마 같은 생각이 들 만큼 그는 호평을 받는 작가다. 찬사를 받는 이에게도 그림자는 생기는 법. 책장은 두껍고, 네가지 역할을 맡아 빛과 소금이 될 캐릭터는 넷 이상. 그런데 어두운 주제도 확실하고. 무겁지도, 지루하지 않게 하는게 말이 돼? 개성 뚜렷한 캐릭터를 장편소설이 끝나는 시점까지 특징을 잘 살려 쓰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터.(수많은 작가들이 막판에 급결말 모드로 전환하는 게 많지 않았던가.) 나는 분명 어느 순간부터는 헛점이 들어날 지 모른다는 생각을 갖으며 책장을 계속 넘겼다.

하지만, 그를 너무 얕봤던 걸까. 처음 시작부터 끝까지 작가는 신랄한 눈으로 인간을 꿰뚫고 있었다. 날고 기는 여느 저명한 작가와 마찬가지로 그만의 유머코드가 존재하는데, 신랄함이 불편함으로 넘어서려 할 때 그의 유머가 발휘되곤 한다. 그래서 불편한 진실을 진부하다거나, 막장 드라마 같다거나, 또는 촌스럽다고 욕하지 않으면서 볼 만큼 잘 썼고, 잘 읽혔다.

맨 처음 몰입이 되지 않았던 부분이 조금 있었지만, 상황 파악이 끝나고 나면 그가 왜 그런 글귀가 써졌는지 캐릭터의 행동의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여느 가정의 일처럼 또는 내 가정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정도로 어느 부분에서는 깜짝 놀라기도 하고, 또 어느 부분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도 있었다. 현실이라면 그런 생각, 그런 행동들을 모조리 모아서 갈아치우고 싶을 만큼 잔인한 것도 사실이고. 실화라고 느껴질 만큼 리얼하다. 어느날 갑자기 작가가 사실은 이 책의 주인공은 실존 인물이고, 실제 어느 가정의 이야기를 옮겨 놓았다며 고백하진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책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시간을 가질지도... 

글은 조지의 입장으로 써졌고, 나도 분명 화자의 눈으로 상황을 지켜보는데, 어찌 된 건지 읽을수록 난 케이티의 입장이 되곤 했다. 아무래도 병 든 아버지의 상황을 모른 채 제 기분대로 행동하는 자식으로서 몰입된 것은 아닐까,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아니면 돌싱이 되었을 때의 나라도 안정적인 재혼자를 구하려 하고 가족에게 반대하지 못하도록 나름의 수단을 쓰지 않을까, 생각하며 몰입했던 것 같다. 이렇듯 각자에게 대입시킬 캐릭터가 네 개나 있으니 저마다 몰입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할 지도 모른다. 작가는 독자의 마음을 들쑤셔 놓기도 하고, 유머로 조금씩 다독이기도 하고... 그런걸 즐기는 건 아닐까. 왠지 마구 혼내다가 마지막에 훈훈하게 감싸주는 느낌? 어린애 다루듯 그에게 휘둘린 기분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름이 인쇄된 가족 소설을 발견하면, 또 다시 집어들고 있지 않을까. 그의 감동 마력이 담긴 또 다른 책일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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