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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눈물
김정현 지음 / 문이당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이 시대의 어머니를 말하는 작가가 신경숙이라면, 아버지를 말하는 작가로서는 김정현이 아닐까. 전작 <아버지>를 읽지 않았지만 그 작품으로 300만 독자를 감동시켰다는 이력이 있다. 사실 이번 작품을 손에 들게 된 이유도 <아버지>란 작품의 여파가 크다. 아버지에 관한 책은 읽어본 적도 없으며, 많은 책들이 가족소설을 꺼리는 이유도 한몫했다. 수요와 공급의 원칙을 알기에 출판사를 탓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출판하지 않는 책을 원하는 독자도 분명 존재한다는 사실! 비주류에 속하는 책이겠지만 아버지란 소재를 다룬 책을 꼭 보고 싶었다. 대박날 작품이라면 더더욱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의 이번 작품 <아버지의 눈물>은 실제로 이 땅에 살고 있을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가식이 섞이지 않은 내용으로 읽는 내내 마치 수필을 보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망할놈의 세상이라 부르짖고 눈물을 삼키며 쓰디쓴 술을 삼키며 하루를 버텨내는 아버지. 여자들의 유혹, 친구들이 자기따라 강남가자는 유혹, 대박에 올인해보고 싶은 유혹들. 내 아버지도 혹시 이런 마음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한 것 같다. 작가는 아버지의 눈물을 읽을 때 독자로 하여금 보기 싫은 진실을 보게 만들었다. 아버지의 몰락, 가족에게 소외되는 현실, 친구의 자살이나 죽음으로 치닫는 아슬아슬한 곡예, 버릇없는 자식, 가난과 외도에 치를 떠는 부인 등. 너무나 판박이인 이 시대 가족의 모습을 그려낸 것이다. 그래서 중반부쯤부터는 몰입이 잘 되었지만, 또 그런 이유로 끝까지 보기는 싫었다. 가족의 치부를 들추고 지켜보는 느낌이 들어서 말이다.
주인공 흥기의 처는 내 어머니와 닮거나, 누군가의 부인과 아주 흡사할 것이다. 감정의 칼날을 잔뜩 세운 채 반격할 기회만 포착하려드는 태도가 그러하다. 자신의 컨디션이 안 좋을 땐 잔소리를 하지만, 신주단지 모시 듯 귀한 존재에겐 어떤 대접을 당해도 쩔쩔맨다. 그런 모습이 사실적이라 소설이라기보다 수필 느낌을 더 많이 받은 듯하다.
그 밖에도 한국에서나 있는 진풍경인 상가집에서의 언쟁. 그리고 젊은 층의 형제 자매에게선 찾아보기 힘든 엄마같은 누나도 등장한다. 아마도 중년인 지금의 아버지 어머니 세대엔 공감이 많이 되는 존재일 것이다. 그러나 한이 서린 가족의 책임. 가장의 의무. 가족의 불화 등은 한국에선 넘쳐나는 너무나 흔한 드라마다. 때문에 이런 소재는 호불호가 분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침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내용인지라 젊은 층은 외면할 것 같고, 그대신 무거운 소재를 보며 마음을 위로할 중년층에게는 환영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내 이야기이거나 내 아버지의 이야기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