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우와 별들의 책 - 제1회 조선일보 판타지문학상 수상작 치우 판타지 시리즈 1
이준일 지음 / 문학수첩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제1회 조선일보 판타지문학상 1억원 고료 당선작'이란 타이틀 때문에. 표지에서 느껴지는 판타스틱한 느낌 때문에. 평론가들의 호평 때문에. 너무나 큰 기대를 갖고 집어든 책, 치우와 별들의 책이다.

 

이야기에 앞서, 감상평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분량 때문에, 또는 작가의 욕심 때문에 내용이 죽었다,' 말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로, 전자는 공모전에 응모하기 위해 정해진 분량이내. 그러니까 한 권안에 결말이 지어져야 하다보니, 급 결말을 지은 느낌이 들기 때문. 후자는 작가가 이것 저것 너무나 많은 것을 나타내려는 의도가 보였지만, 그래서 산만했다. 개인적으로는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고백하건데, 서평을 쓰기 전에 너무나 고민했다. 이 느낌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를 말이다. 혹평하고 싶진 않지만 호평하기도 뭐한 이 느낌. 단행본 한 권에 내용이 축약되어서 감정이입을 하기도 전에 빠르게 지나친 건 아닌지. 나와는 너무나 다른 코드로 그려낸 작가의 세계에 내가 이방인이 되어버린 건지 알 수 없었다. 

 

분명히 성장소설의 소재가 다분히 복합적으로 어우러져서 판타지와 성장소설이 절묘하게 결합되었다는 평에 대해 인정한다. 어린 치우가 자신처럼 키가 작은 올리비아를 만나면서, 가이아랜드에서의 모험을 통해서 성장하는 이야기를 읽으며, 십 대의 독자들이 자신도 마법사가 된 듯 꿈을 꿀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내가 메마른 것인지, 가슴 찡한 감동은 없었다. 계속 나로 하여금 질문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나만 이런 생각을 갖는 건가. 은혜갚는 역을 위해 캐릭터를 끼워넣은 듯 억지스러운 느낌도 간혹 받으며, 이 책의 결말이 삼천포로 빠지는 것은 아닌가 조바심을 내면서 말이다.

특히나 후반부에 가면서 점점 실망하게 되었는데, 삭제했으면 하는 부분도 없지 않았다. 예를 들면, 반지의 제왕처럼 절대반지의 운반자는 프로도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는지. 후반부에 나오는 후디 영감과 알렉시아의 전투(?) 장면은 작가의 힘든 집필상황을 가늠케했다. 힘을 가질수록 욕심은 끝이없고 나중엔 메데스티처럼 될 것을 염려하는 교훈 때문이겠지만, 개인적으론 수정하고 싶은 장면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궁금증을 유발하는 결말 때문이었다. 장막으로부터의 탈출을 어떻게 연출할 것인가. 작가는 그것을 태양검과 영혼이라는 소재를 이용해서 풀어나갔다. 나쁘지 않은 결말이었으나, 원하는 반전이 아닌지라 내심 서운했다.

 

별점을 세개 이상 준 이유는 초반의 몰입도가 굉장했고, 동화적인 요소를 잘 살렸으며, 2부는 좀 더 탄탄한 스토리로 탄생되기를 기대하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정확하게는 꼭 집어 표현하기 힘들지만 작가의 고된 삶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후기에서의 짠함이 난 더 감동적인 건 왜인지. 아마도 당선 소식을 듣고 아이들과 부인과 함께 기뻐했을 그 모습이 상상이 되어서 일 것이다.

 

실컷 혹평을 해놓고 이제와 짧게 호평을 하면 뭐하나 싶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어서 감상평을 말할 생각이다. 앞서 말했듯이 초반 몰입도가 굉장하다. 실물화시키고 싶은 캐릭터도 등장하는데, 초반에 나오는 파치의 등장이 그러했다.

들어날 진실이 뭘까, 궁금한 장면도 존재한다. 누구의 영혼이 맞는가 라는 상황에서 반전이라면 반전일 것이다. 그때부터 책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분명 코드가 맞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노력이 보였다. 계속해서 소소한 복선이나 반전을 심어 놓았으니.

하지만 결말은 기대에 부응하진 못한 스토리였다. 판타지에 대한 무한 기대심리가 작용했고, 높은 고료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작용했다. 그렇기에 별점을 짜게 줄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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