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걸스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37
김혜정 지음 / 비룡소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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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유쾌하고 발랄한 소설을 만났다. 표지에 등장하는 여인들이 너무 인상파라서 놀라긴 했지만, 나름대로 책을 읽어보니 그녀들을 무시무시한 인상파로 그린 이유가 있었다. 그냥 보면 다 같은 얼굴로 보이지만 분명 다른 얼굴 네명이다. 한 명은 안경을 썼고, 한 명은 뚱뚱하다고 느낄만큼 몸이 동글동글하다. 짤막한 사이즈라 대두처럼 보이는 한 명과 멀리 늘씬하지만 뭔가 예뻐보이지는 않은 나머지 한 명까지. 일러스트를 살짝 비호감으로 그린 것은 캐릭터를 살리기 위한 노력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내용으로 넘어가겠다.

 

그녀들은 말한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외모순도 아니고, 머리가 똑똑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에요.

저도 다 생각이 있다구요. 왜 제 마음을 몰라주세요?

이런 류의 멘트는 하이틴 소설에서 등장하는 대사가 아니던가. 대게 이런 대사를 하는 여주인공의 자격조건은 알만 한 사람들은 모두 다 아는 '미소녀'다. 지문에는 평범한 여고생이라고 나올 테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미디어에서 원하는 예쁘고 호감형인 신인 정도가 되겠다. 그러니 브라운관에서 비추는 평범한 여주인공은 모두 다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듯 눈 크고 백옥 같이 하얀 피부에 늘씬한 미녀일 것이다. 그런 환상이 진짜 평범한 삶을 사는 여자들에게 못난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만들고, 연예인 지망생의 꿈을 꺾이게 하는 것이 현실이다.

 

연기자가 꿈인 고릴라 고은비도 오디션에서 쓰디쓴 자절의 아픔을 겪는다. 그녀와 비슷한 경험이 있다거나 그녀에게 감정이입을 제대로 하게 된다면 첫장부터 거품물고 쓰러질 사람 많을 것이다. 단지 외모만 보고 막말을 일삼는 세상에 대고 소리치고 싶은 욕망이 들끓을 것이다. 

닌자걸스의 대표는 누가 뭐래도 고뚱땡(고은비)이다. 나머지는 꽃미남 밝힘증 환자 지형과 정의의 사자 땅꼬마 소울, 그리고 화려한 외모의 샤랄라 걸 혜지. 이렇게 총 4명의 17세 소녀들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그렇다면 왜 닌자 걸스가 된 걸까? 그녀들에겐 꿈이 있고, 고민은 꿈으로 향하는 길에 장애물이 되어 돌아온다. 만약 자신이 오디션에 합격하고 꿈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순간인데 다른 것도 아니고 심화반 수업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결국 그녀들은 모란고교 심화반 폐지 대작전을 세운다. 모든 고교생들이 한 번쯤 생각해봄직한 작당이 아닐까. 다만 실천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심화반은 열등반과 우등반을 나눠서 성적 상위권자들을 따로 모아 관리 감독하는 반이다. 분명히 차별대우라고 판단할만한 것들이 다분하다. 성적이 열등한 학생들이 자율학습할 시간에, 되는 놈들만 데리고 보충수업겸 과외를 해주는 거라고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그래서 원하지도 않는 심화반 수업때문에 꿈을 영영 잃느니 닌자 걸스가 되기로 한 것이다. 결행이라는 것이 쫌... <영파워 가슴을 열어라> 코너처럼 속시원히 어필하는 거였지만. 아무렴 어떤가. 이 소설은 유쾌함에 무게를 두고 있다. 청소년들이 읽게 된다면 대리만족의 기쁨을 누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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