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살 오바마처럼
김윤정 지음 / 미르북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청소년기의 오바마는 지금의 그와는 조금 다르다. 아니 달랐다. 버락 오바마로 살 것인가 베리 오바마로 살 것인가를 고민하며 잠깐이지만 마약에 빠져 방황하던 청소년기의 오바마는 말이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란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은 현명하고 부드러운 대통령, 버락 오바마! 나는 그를 존경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다. 그의 근성을 배우고자 이 책을 선택한 것이지만 나는 더 큰 것을 얻은 것 같다. 그는 진실하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어머니와 주변 인물들, 그리고 미셀이 없었다면 지금의 오바마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확신을 갖을 수 있었다.

 

이 책의 시간은 한참 거슬러 올라가 오바마가 피부색으로 따돌림을 받던 지난 시절들을 보여주었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란 말은 오바마에게 적용되는 격언같다. 그는 어릴 적 흑인계열에도 백인계열에도 낄 수 없는 처지였다.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기에 피부색이 아주 까맣지도 하얗지도 않은 어중간한 이유였다. (하지만 그 때문에 당선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았을까? 완전히 까만 피부보다는 좀 더 온화한 인상을 가져다준 약이 된지도 모르겠다.)

그의 어머니 '스탠린 앤 던햄'은 이혼녀였기에 새 아버지인 '롤로 소에토로'와 함께 살게 된다. 갈색 피부의 인도네시아 출신인 새 아버지는 흑인이기에 차별 대우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가 주눅들지 않게 힘을 기르는 법도 가르치는 사람이었다.

 

오바마의 어머니에게 우선 순위는 언제나 공부였다. 그리고 세상에 쓸모가 있는 사람이 되도록 오바마를 훈육했다. 그녀의 영향이 지금의 오바마를 만들었고, 당선이 된 이후에도 크게 빛을 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녀는 난소암에 걸려 1995년 53세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건강보험 혜택이 모든 사람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그의 대선 공약의 발판이 된 셈이다. 그녀는 단잠을 원했던 오바마에게, 주 5일의 새벽마다 3시간씩 공부하는 열의를 보였다.  

 

그녀가 어린 아들을 하와이의 푸나호우 학교로 보낸 것은 좀 더 나은 교육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 였다. 비록 백인들만 다니는 푸나호우 학교에서 소외감과 외로움은 커져갔지만 말이다. 짐작하겠지만 푸나호우 학교는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학교가 아니었다. 그녀도 직장상사의 도움으로 대기자 명단에 겨우 아들의 이름을 넣을 만큼 합격의 소식은 가족들을 기쁨에 들뜨게 했다. 집으로 입학허가서가 도착했을 때 오바마의 할아버지는 상류층 사회를 꿈꾸며 누구보다 기뻐했다고 한다. 그에 비해 어린 오바마는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커서 기뻐할 여력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그의 두려움을 비례하게 느껴 본 적이 있기에, 그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열 살짜리 소년에게 너무나 가혹한 현실이었지만 그곳에서도 오바마를 반기는 이는 없었다. 유일한 흑인 여자 아이 '코레타'와의 사건도 그렇고, 오바마에겐 힘겨운 나날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의 동반자이자 친구는 '책'이었다. 책에선 피부 색때문에 그를 거부하는 이도, 괴롭히는 이도 없었으니 말이다.

 

버락은 신에게 축복 받은 사람이란 뜻이다. 그가 버락이란 이름을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은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루오족은 사람을 잡아먹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기 일쑤였고, 실제론 요상한 것으로 하체를 가리고 살아가는 종족이었기 때문이다. 부끄럽게 여겼다는 표현이 더 적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 그는 버락을 선택했다. 그 의미는 아버지와 자신의 조상을 인정했다는 의미도 더해질 것이다. 가족을 돌보지 않고 떠돌던 아버지를 그는 원치 않았다. 아버지가 죽고 난 뒤에야 무덤에 가서 아버지를 이해했다고 할 정도였다. 케냐의 루오족 출신인 오바마의 아버지는 조국 케냐와 아프리카 대륙의 발전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쳤다. 자신이 미국의 대통령으로 시민들을 위해 헌신하는 것처럼 아버지 또한 자신의 기력을 모두 다 소진한 것이다. 조국을 위해서...

 

오바마는 성장했다. 어린 오바마는 내성적이었고, 뚱뚱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내면을 기르고 외적인 면도 지적으로 점점 변해갔다. 농구를 좋아한 그는 농구를 통해 진정한 친구도 사귀게 되었다. 피부색 때문이란 핑계를 버려라. 실력을 키워라, 그 친구가 한 충고는 오바마를 쓸모있는 사람으로 이끌어주었다. 경기장 안에선 그 누구도 피부색 때문에 자신을 달리 보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한 오바마는 열의를 다했고, 지금도 그가 책 다음으로 가까이 하는 것이 농구일 정도로 좋아하는 스포츠가 되었다. 그외에도 그는 자신에게 충고한 많은 지인들의 말을 새겨 들었다. 나 자신의 괴로움을 사람들은 알려하지 않는다, 라는 말은 내게도 감명깊은 충고였다.

 

어른이 된 오바마는 미셀과 자식으로 가족을 꾸렸다. 그는 자신이 얻은 교훈과 어머니의 노력으로 가족들에게 좀 더 나은 아빠, 국가에게 좀 더 좋은 대통령이 되려고 오늘도 노력할 것이다. 그의 긴정을 유머로 한 순간에 씻어내는 부인 '미셀'은 최고의 반려자가 될 것이다. 그가 지금에 오기까지 많은 시행착오와 아픔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절대 물러서지 않는 끈기와 자긍심은 보물과도 같다. 그가 마주한 고통, 맞서서 이겨낸 시련들을 배우고 싶다. 열여섯 살 오바마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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