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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그들의 이야기
스티브 비덜프 엮음, 박미낭 옮김 / GenBook(젠북)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스티브 비덜프의 책을 연이어 만나게 되었다. <남자, 그들의 이야기>는 <남자, 그 잃어버린 진실>보다 멀게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자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엮었을 뿐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빌 브라이슨의 이야기가 정말 많이 등장한다. 각자 다른 환경의 남자들이 겪은 경험담을 담은 책이기에 남자들의 세계를 질적으로 알기보단 양적으로 알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그 중 레오 쇼필드의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소제목이 '안 돼요, 신부님'인데, 뭐가 안 된다는 것일까 호기심을 일으켰기에 유심히 읽어보았다. 그런데 그의 이야기의 주인공은 또다른 남자. 그러니까 변태 신부가 저지른 만행이었다. '이치'라고 불리는 신부에게 교육받던 시절이 그가 가끔씩 악몽을 꾸도록 인도했을 것이다. 신부의 만행을 듣기 전에 꼭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1940년대에 일어난 일이며, 공공연히 알더라도 쉬쉬하던 실화라는 것이다. 이치란 명칭은 만화영화 속에 나오는 쥐의 이름에서 가져온 것으로, 그 쥐는 검은 고양이의 사지를 절단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캐릭터라고 한다. 이름만 들어도 끔찍한데, 그의 악행은 치를 떨게 만든다. 그는 어린 소년들을 성적, 육체적 학대를 일삼는 변태였다. 그가 폭력을 행사할 때 자주 쓰던 '소금물에 적신 뒤 얼린 밧줄'은 어린 소년들의 하체를 마구 헤집고 다녔다. 그 도구가 없을 때는 짧은 가죽 띠로 구타하며 비밀리에 학대를 일삼고 있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그의 악명을 모르는 이가 없었지만 더 큰 보복을 두려워 한 나머지 공공의 비밀이 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레오 쇼필드의 아버지가 아들의 몸을 확인하고 진실을 듣게 된다. 못된 장난과 음란한 말, 그리고 아이들의 성기를 가지고 장난쳤던 일, 엉덩이에 난 상처때문에 책상에 붙어 있는 둥근 의자에 아래 위로 엉덩이를 문질르며 고통을 달래며 수업에 참여하는 소년들의 이야기 들을 말이다. 그의 아버지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노발대발한 채로 이치를 고발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 교장 선생은 다신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 약속한 후에야 사건을 마무리 시킬 수 있었다. 그 일이 있은 후 그는 안전하게 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후에도 이치는 아무런 제제없이 학교에서 일을 할 수 있었고, 계속해서 은밀하게 학대가 이루어졌을지 모를 일이다.
이런 일화는 참 충격적이다. 그 다음으로 충격적이었던 이야기는 정관수술 후 부작용을 겪은 남자의 이야기였다. 끊임없이 찾아오는 고통과 임신가능성에 대한 악몽은 그에게 끝없는 절망을 선물했을 것이다. 사전에 부작용이나 위험성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의사에게도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고. 하지만 미리 알았더라도 정관수술을 감행했을 것이란 그의 의견도 이해가 간다. 여자들이 성형수술 후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으로 고통스러워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 외에도 남학교의 여교사에게 주어지는 특권에 관한 이야기, 스포츠에 관한 일화, 여자에게 손찌검한 이야기 등이 이어진다. 이 책을 보고 있으면, 너무나 많은 일들을 남자들이 겪는 것 같다. 하지만 어떤 감동이나 공감은 힘들었다. 그동안 젠북에서 출간한 책을 몇 권 읽었는데 되는 대게 남성상에 관한 책들이 유독 많은 것 같다. 이 책 또한 남자들을 짓누르는 불편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고자 하는 목적이 뚜렷하다. 저자의 목적이 그러하다면 어느 정도는 달성했다고 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내 취향은 아니었다, 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읽는 동안, 그리고 서평을 쓰면서도 말이다. 아무래도 사실을 엮은 것이기에, 불편한 진실이 가득해서 결정을 내리기까지 한 몫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