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신성가족 -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 희망제작소 프로젝트 우리시대 희망찾기 7
김두식 지음 / 창비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불멸의 신성가족. 사법에 대해선 '사'자도 모르는 독자인 내가 이 책을 선택했다. 창비에서 출간했다는 이유 하나로 말이다. 그런데 처음 덮어놓고 선택할 때와는 사뭇 다르게도 딱딱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맴돌았다. 물론, 저자는 나름 쉽게 풀려고 노력한 것 같다. 때문에 어려운 전문용어가 난무하는 책은 절대 아니다.

 

이 책은 스물세명의 법조계 안팎 사람들이 경험한, 또는 전해들은 사법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저자 김두식은 일전에 책을 출간하고 법조계 사람들에게 은근한 압박을 받았다고 말한다. 집안일을 타인에게 낱낱이 전하는 느낌일까? 그 후로는 다신 이런 책은 출간하지 않겠다 다짐했다고 한다. 그런데 왜 또, 하필 이런 류의 책을 쓴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가 말하길, 이제까지 법조계에 관한 설문이 이루어져도 질적연구는 처음이기에 그의 결심도 번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질적 연구라고만 말하면 생소할 것이다. 그럼 양적 연구는 들어봤는지. 양적 연구란 단어는 생소할 지 몰라도 많은 이들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보통 리서치 조사기관에서 행하는 설문이 모두 양적 연구에 해당한다. 반대로 소수의 인원으로 좀 더 자세히 응답한 내용을 바탕으로 연구하는 것이 질적 연구라고 할 수 있다.

 

양적 연구는 많은 이들이 참여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왜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되었는지 이유나 원인을 알 길이 없다. 그저 예상하는 길 밖에는. 그래서 이 질적 연구에 흥미를 느낀 나머지 이렇게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법조계는 바닥이 좁다고도 말한다. 나름 양심고백처럼 범법행위나 온갖 비리들을 폭로하고,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은 예전에 행했던 일로, 지금은 그런 불미스러운 일들이 없다고 말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그도 한 번의 경험이 있은 후로는 신중을 기하는 것이 느껴진다. 다소 객관적이지 못한, 그러니까 내부의 불미스러운 일을 살짝 모른 척한다는 느낌도 들긴하지만 질적 연구에 크게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이야기가 잘 이루어졌다고 본다.

 

대부분, 자신의 신분 노출을 꺼리기에 경험담은 최대한 살리면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이야기를 토해내고 있다. 다소 끔찍한 건 사실이다. 정말 대한민국 법조계가 비리로 점철되어 있고, 서로 쉬쉬하며 이젠 깨끗하다고 감싸기에 급급하다면 말이다. 사람들이 권력 앞에서 고개 숙이지 않고 모두가 사람답게 살기를 바랐던 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이 다시금 새겨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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