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엄마에게
피천득 외 174인 지음 / 샘터사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더 늦기 전에. 오늘이 아니면 영영 고백하지 못할 한 마디. 사랑해요, 엄마. 이 말이 아닐까?

책속에선 시종일관 고해성사가 이어진다. 엄마에게 모질게 한 말과 행동을 후회하고 반성하는 글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야말로 짤막한 롤링 페이퍼 모음이었다.

 

방송인, 화가, 작가, 일반인 등의 짤막하지만 애절한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있다. 개개인의 글을 읽으며 남의 얘기라기보단 나의 이야기 같아 마음이 아팠다. 울컥하게 만드는 엄마의 눈물을 보고 함께 통곡했던 기억이 샘솟았다. 모진 엄마의 말을 감싸지 못하고 그보다 더 독한 말로 이겨먹으려는 못난 딸. 그게 매번 후회하지만 반복하는 내 모습이었다. 잘 지내다가도 내 못난 모습을 보면 돌연 화를 내고 마는 엄마지만. 그런 엄마의 마음은 어렴풋이 이해하고 있었다. 사실은, 내면에는 아픔과 안쓰러움이 있었고. 표현을 서툴게 했을 뿐이란 걸 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못나게도 아픈 말을 들으면 아픈 사람이기에 돌려 주고 마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곤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많은 딸과 아들들이 가슴치며 후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기 자식이 하는 말을 통해 그 옛날 자신이 한 말 실수를 깨닫곤 하는 전국의 못난 아들, 딸들. 아무리 다 큰 어른이라 해도 엄마 앞에선 어리광 부리고, 한 없이 연약한 자식들인가 보다. 우측 아래에 글 쓴 이들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누구라고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모두들 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깊은 감동은 오히려 짧을 수록 와닿는 글이 많았다. "편지 좀 해다오. 엄마는 네가 보고싶구나." 애걸하듯 쓰신 엄마의 해묵은 편지가 다 커버린 딸을 울게 합니다. 박양금 씨의 이 고백은 내 마음도 울릴 만큼 간절함이 느껴진다. 애인 사진과 엄마 사진을 나란히 지갑에 담아두었지만 한 번 더 눈길이 가는 애인사진. 지금은 그 애인이 곁에 없다던 고백의 글 또한 뭉클하게 했다.

 

곳곳에 엄마의 죽음에 안타까워하고 불효함을 토로하는 글귀가 가득했다. 나 역시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미래에 또다른 내가 나에게 당부하는 것 같다. 더 늦기 전에 잘해, 라고. 사춘기로 마음이 많이 예민한 친구들이 보면 더 없이 좋을 책인 것 같다. 아니 연령에 상관없이 엄마의 희생으로 잘 먹고 잘 사는 모든 자식들에겐 공감가는 따뜻한 고해성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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