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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스웨터 - 부유한 이들과 가난한 이들 사이에 다리 놓기
재클린 노보그라츠 지음, 김훈 옮김 / 이른아침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부유한 이들과 가난한 이들 사이에 다리 놓기! 문구만 봐도 박수를 쳐주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런데 제목이 블루 스웨터라니 의아했다. 왜 블루 스웨터일까? 어떤 특별한 의미라도? 일단 표지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는 따뜻함. 그리고 이질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자전거를 탄 가족으로 보이는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낯설음. 하지만 흑인이라고 해서 마냥 무섭기만 한 이미지는 존재하지 않는 그 느낌이 좋았다.
내 궁금증은 책을 펼치며 말끔히 해소되었다. 그게 뭐냐고? 10년만에 재회(?)하게 된 블루 스웨터 라고나 할까. 정확히 말하면, 블루 스웨터를 입은 깡마른 소년을 발견한 거지만 말이다. 이야기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그녀의 사춘기 시절이 되겠다. 누구나 어릴 때 유독 아끼던 옷 한 벌쯤은 있을 거라고 본다. 새 옷을 사 입기 귀한 상황도 한 몫했고. 손때가 묻을 정도로 자주 한 몸처럼 입게 되는 옷. 그녀에게는 이 스웨터가 그랬다.
가슴이 자라는 사춘기 시절, 스웨터를 입은 그녀에게 짖궂은 남자아이가 가슴을 빗대서 놀리는 일이 발생했다. 그녀는 자신의 차림때문이라 생각하고 스웨터를 팔아버렸다. 그 악몽같은 순간을 함께한 스웨터를 팔아버림으로서 기억에서 지우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 스웨터가 돌고 돌아 그녀의 눈 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것은 그녀의 혁신적인 꿈에 불씨를 지피게 만든 시작이었다. 물론 누구나 다 그녀처럼 외진 곳에 눈길을 주진 않겠지만. 그녀이기에 가능한 생각이고 실천이었을 거라 생각이 든다. 그녀가 이루고자 했던 일종의 혁명은 더 멀고도 험했다. 저자 재클린은 구원의 손길이 필요한 '아프리카'에 기부와 자선을 넘어서 그들이 당당히 소비자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길'을 펴낸 인물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다. 하지만 힘이 없다. 그래서 그럴만한 힘을 길러서 나만의 방식으로 돕겠다. 어찌보면 이런 허무맹랑한 생각을 누군가는 콧방귀를 키며 비웃었을 거다. 그녀는 자신의 공략을 편지로 써서 보내기도 했었다. 문득 예전에 내 허무맹랑한 행동과 오버랩되며 그녀처럼 실천하지 못한 내가 부끄럽기 그지 없었다.
분명 책에선 참 겸손히 말하고 있었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강인한 인내심과 올바른 인격을 지녔다는 것을... 적대심이 가득한 낯선 나라에 가서 얼음장 같이 차가운 물에 목욕을 하고,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분쟁지역에서 잠을 자야 한다니. 그곳에 가기 전에 그녀는 매우 인정받는 직장을 다니는 커리어우먼이었는데! 왜 사서 고생을 하냐며 보나마나 부모님은 물론이고, 가족, 친지, 지인들마저 나무라며 말렸을 것이다. 더구나 이미 아프리카 이미지 하면, 말라리아나 에이즈 등 위험한 것 투성이니까. 어린 아이들이 총, 칼을 차고 아무런 죄책감 없이 전쟁과 살인을 저지르는 위험천만한 공간. 너무 잔인하지만 나만 보더라도 이렇게 각인된지 오래다.
하지만 내가 본 이미지가 들어맞은 건지, 그녀의 꿈이 너무나 컸든지간에 그녀는 꿈을 이뤘다. 그녀는 더 큰 목적과 꿈을 위해 힘차게 달려가고 있지만.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고도 남은 상황임은 분명했다. 포기하지 않았던 원동력이요, 이유가 실망하는 부모님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어서, 라고 말하기엔 너무나 험난한 여정으로 보였지만. 아무튼 대단하다는 말 밖엔 할 수 없었다. 그녀처럼 사회적 일자리를 통해 여러 명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기업은 이밖에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처럼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가슴 깊이 새겨두고 반성하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