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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제리 클럽
유춘강 지음 / 텐에이엠(10AM)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저자 유춘강 씨는 중년 이상의 독자가 읽으면 공감할만한... 그녀 나이에 걸맞는 소설을 쓴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일까? 이십대 독자인 내가 읽기엔 다소 이질감이 많이 느껴졌던 소설임은 부정할 수 없었다. 란제리 클럽이란 제목과는 내용이 아무런 상관이 없다. 굳이 상관관계를 찾는다면 이야기에 등장하는 세 명의 여인이 젊은 시절 란제리 클럽 혹은 파자마 클럽으로 뭉쳤었다는 것 정도.
란제리 클럽의 세 명의 여자 나(화자), 지소, 소정은 각기 다른 결혼관으로 삶을 살았고 그 결과물로 화자는 하루아침에 미망인이 되었고, 지소는 남편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삶을 이어가고, 소정은 남편을 집 안의 가구쯤으로 여기며 살게 된다. 남편이 갑자기 자살해버렸다. 이 충격은 지난 날 자연스레 흘러온 결혼 생활을 돌아보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후회와 슬픔을 몰고 오기 마련이다.
이 들의 삶중 선택하라면 과연 어떤 삶을 선택할까? 아니. 선택의 자유가 없이 내가 겪게 된다면 어떤 삶이 그나마 견딜만 할까? 별 생각이 다 들게 만드는 책이었다. 그러다 세 명의 삶은 보통 여자들의 삶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어떤 삶을 살든지간에 자신이 어떤 마음을 품는지. 그리고 문득 맞닿게 되는 선택의 기로에서 어느 손을 들어줄지에 따라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누구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망가졌다며 하소연하며 살고 싶진 않다.
엄마처럼은. 누구처럼은 살지 않을 거야. 이런 말. 아직 미혼이라면 누구든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 이 말을 지키지 못한 채 누군가와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건 왜일까. 란제리 클럽의 화자 역시 결혼의 시작은 순조로웠단다. 안정감과 서로가 잘 맞는다는 어떤 신뢰감, 그리고 결혼 적령기의 흐름에 따라 그렇게 필요에 의해서 결혼이란 수단으로 행복을 잡아두려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유는 모른채 홀연히 남편이 떠나버린다면 그 허망함은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아마도 인생을 낭비한 느낌 역시 지우긴 힘들 것 같다. 결혼은 실패한 것인지. 또 다른 사람과 결혼해서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과 망설임. 이런 감정이 자연스럽게 그녀에게도 이어진다.
하지만 소설에서도 역시 새로운 남자 역시 완벽히 자신만을 위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죽은 남편처럼 자신이 모르는, 그의 이면의 모습이 어떤지는 석연치 않다. 그저 즐기면서 사랑을 나눌지 아니면 그에게 끌려가는 삶을 살게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결말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 채 끝이 난다. 새롭게 도약할 그녀를 위해 여지를 남겨둔 것 처럼.
암만 봐도 이 책은 남자보다는 여자. 서른 이하의 연령보다는 마흔 이후의 기혼여성이 독자로서 적당하다. 처음 시작부터 내면의, 정서적인 설명이 너무 길다. 만약 드라마화되어 나래이션으로 적절히 쓰여진다면 알맞겠지만 빠른 전개를 원한다면 이 책은 알맞지 않은 듯 하다. 하지만 비슷한 사연이 있는 여성독자로서 일상의 모습과 인물의 심정을 공감하며 깊이 느끼고 싶다면 알맞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