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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은행 통장
캐스린 포브즈 지음, 이혜영 옮김 / 반디출판사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세상에 어떤 가족소설이 이런 대박행진이 가능할까요?!
가족 소설은 최근에도 그렇고 읽어본 기억이 뜸합니다.
학창시절 때는 숙제다 과제다 해서, 그래도 많이 접할 수 있었는데, 요즘 출간되는 소설 목록만 보더라도 흔치 않죠.
가족소설을 원하는 수요가 적어서일까요? 그만큼 공급하는 출판사도 적은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작은 책이 첫 출간되었을 당시가 1943년이라고 하니, 입이 딱 벌어졌습니다!
그 때로부터 66년이 흐른 셈인데,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이고, 연극, 브로드웨이 뮤지컬 무대에서도 오른 이력도 있었고요.
정말 어마어마한 세월동안 사랑받은 보물이구나 느껴지니, 저도 모르게 경탄어린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저자 캐스린 포브즈는 이민의 아픔을 겪은 할머니 때문인지 그들의 애환을 비교적 잘 담아내었다고 봅니다.
1차 세계대전을 지낸 이들이 이 책을 읽고 저마다 다른 과거를 추억하며 마음을 달랬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이민 1세대들과 그 자녀들이 엮어가는, 소박하지만 따뜻한... 그런 가정의 모습을 잔잔하게 담아내고 있었으니까요...
제목도 <엄마의 은행 통장>이 잖아요?! 어떤 내용일까, 엄마의 은행통장은 어떤 식으로 가난을 헤쳐나갈까 궁금했습니다.
금전적으로 어떤 교훈을 줄 지 말이죠.
사실, 책을 손에 든 순간, 표지에서 느껴지는 안정감, 경쾌함. 그리고 폰트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을 느껴버리고 말았습니다.
책을 펼치기도 전에 말이죠. 그래서 일까요? 내가 이 책을 잘못 선택하지 않았구나, 하는 알수 없는 확신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럼, 책을 완독한 후엔 어땠을까요? 역시나 기대에 부응해 주었습니다.
사랑스런 엄마. 모든 자식들에게 로망이 되어줄 '따뜻한 엄마'를 만났습니다.
어떤 순간에도 화를 내지 않으며,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엄마를 본 적이 있나요?
마치, 공지영 씨의 소설에서 딸 위녕에게 하는 아름다운 메세지. 그 자체가 이 소설의 '엄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만난 '엄마'는...
자식이 순간의 실수로 '캔디를 훔쳐먹은 도둑'이 되어도, 두 번 실수하지 않을 지혜와 따스한 용기를 주는 사람이며,
학교를 중퇴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도, 윽박지르지 않고 '진학을 유도하는 선물'을 하는 지혜로운 사람이었습니다.
철없는 딸이 무리한 졸업 선물을 원해도, 기꺼이 자신의 브로치를 팔아서 선물을 하는 천사였습니다.
혹시, 이런 사람 본 적 있나요?!
상대의 실수를 포용하고 용기를 붓돋아 주는, '구름처럼 포근한 엄마'말입니다.
결혼 할 상대 집안에서 무례하게 굴어도 끝까지 침착을 잃지 않고, 반대 의견을 부드럽게 표명하는 사람이며,
가족의 목숨을 살리기 위한 굴욕적인 순간이 오더라도... 자존심을 굽힌 채 재치를 발휘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어떤 역경이 와도 밝은 햇살 같은 사람! 소설에서 등장하는 엄마는 그런 사람입니다.
공지영 씨의 소설은 엄마가 딸에게 하는 당부이자, 이야기라면... 이 소설은 화자가 딸입니다.
천사같은 엄마의 많은 자식들 중 한 명이 엄마를 바라보며 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난처한 순간에 한 거짓말이라지만, 사실을 알면 불같이 화낼만 할텐데도...
엄마는 나무라기보단 해결방법을 함께 모색하는 친구처럼 다정다감한 사람입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누구든 친구가 되고 싶은 매력을 지닌 달콤한 사람입니다.
부드러움이 진정한 힘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는 사람 같았습니다.
진심으로 그런 엄마와 함께 성장한다면, 자녀들은 모두 천사 같을 것 같습니다.
아니, 이웃도 천사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런 엄마를 원했는데... 물론 현실에선 찾아보기 힘들겠죠.
자신의 태생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노르웨이인, 엄마! 미처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동경합니다.
그런 엄마가 있었으면, 하고 예전부터 꿈꿨습니다.
그런 엄마가 없다면, 미래에 내가 그런 엄마가 되주자 다짐했었습니다.
책을 보면서, 이 엄마를 만나면서 다시 한번 불씨를 지폈습니다.
미래에 꼭 그녀같은 마법사 엄마가 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