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 아워 - The Magic Hou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무명의 엑스트라, 무라타. 전설의 킬러 '데라 토가시'되다!

 

특명! 보스를 속여라. 그렇지 않으면 죽음뿐이다! 이 모든 것은 목숨부지를 위해 어쩔수 없이 시작되었다. 보스의 여자인 '마리'와 눈이 맞은 '빙고'는 서슬퍼런 보스에게 밀애현장을 들키고 말았고, 시멘트에 담군 발이 굳어가기만 기다리는 처지가 된 것이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똑같은 처지로 의자에 묶인채 죽음을 기다리는 여인, 마리는 초연해보였다. 오히려 어그장을 놓으며 죽이라고 하기까지... 클럽 여가수로서의 삶이 실증난 건가? 보통은 살려달라고, 용서해달라고 싹싹 빌고도 남을 순간인데 말이다. 영화를 끝까지 보면 알겠지만, 삶의 의욕이 없는 마리는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주고 필요로 하는 연인을 원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죽이라고 소리치던 마리는 배포가 있거나 배짱이 두둑했던게 아니었다. 저런 순간에도 공들여 바른 매니큐어라며 발 담그기를 거부하던 모습이란... 한숨이 나왔지만, 생존에 대한 집착이 없다고 볼수는 없었다. 오히려 내가 보기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허구를 동경하며 아마도 허탈감과 허무함에 빠져서 그냥 죽어도 좋다고 내지른 것은 아닐까 싶다.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살고 싶은 욕망이 가득한 정상적인 빙고는 살 길을 도모한다. 바로, 보스가 애타게 찾고 있던 전설의 킬러 '데라 토가시'를 데려오기로 한 것이다. 마치 잘 아는 사람인양 허풍을 떨면서 말이다.

  

알겠지만, 그가 무슨 수로 데라 토가시를 데려온단 말인가? 눈가리고 아웅식이었지만 그는 데라 토가시로 보스에게 얼굴도장을 찍을 인물이 필요할 뿐. 그러니까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연기는 탁월한 배우! 데라 토가시 역에 맞는 인물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런 이유로, 허구헌날 엑스트라로 전전하는 배우 '무라타'에게 마수(?)의 손길은 뻗쳐왔고... 영문을 모르는 그는 승낙했다.

 

희생양이 된 불쌍한 그는 순진한 건지, 멍청한 건지 빙고를 철석같이 믿어버리고, 작품에 이 한 몸 부서져라 사정없이 내맡긴다. 그도 그럴 것이 20년만에 첫 주연이었으니까. 그 감격이야 이루 말할 수 있겠나. 연기라고 생각했으니 가능했겠지만, 그의 행동은 서커스의 공중곡예만큼이나 아찔하다. 무시무시한 보스 앞에서 칼로 장난하기, 고무 총으로 무게잡기 등의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다.

혀로 나이프를 핥으면서, "내가 데라 토라시다!" 라고 말하는 장면은 다시 봐도 압권! 보스의 표정이 질린 것 안 보이나. 이 장면을 그는 재촬영하는 줄 알고, 몇 번을 반복하는데 보는 이들은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만든다.


실제 총알이 빗발치는 상황에도 연기인 줄 아는 그는 그야말로 천하무적! 아무런 공포와 망설임을 찾아볼 수 없는 무라타를 보며 모두들 의심의 여지없이 그를 전설의 킬러 '데라 토가시'라고 믿게 되고 만다. 하지만 보스의 신임을 얻으면 얻을수록 그에겐 더 어려운 임무가 부여되는데... 나중에는 살인청부까지! 정말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한 거짓말치고는 너무 큰 참극을 불러일으킨 꼴이다.

 

빙고는 고민하게 된다. 그를 계속 속이면 아무 것도 모른체 사람을 죽일 수도 있지 않은가. 순간의 실수로 들키는 건 시간 문제였다. 하지만 자기 연기에 만족해 하는 무라타는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며 즐거워 한다. 빙고는 죽을 맛일 수 밖에 없다. 이제 그만 멀리 도망치고픈 욕구에 사로잡히지만, 이 모든 것은 빙고, 그의 아이디어였다. 처음 거짓말을 한 순간부터 이미 그는, 빠져나갈 수 없게 굳어버린 시멘트가 된 셈이다. 아무리 고민해봐도 끝까지 책임져야만 하는 죄책감에 빠진다.

모든 것이 다 연기인 무라타와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전설의 킬러를 뻥진 체 바라보는 보스. 영화를 보면 계속해서 빵빵 터지고 만다. 영화는 그렇게 복잡하고 골치아픈 상황이 점점 늘어만 간다. 그럴수록 관객은 몰입하게 되고 시종일관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는 매력을 내뿜는다. 남들 눈에는 어디서 나오는지 모를 무모한 자신감. 보스 앞에서의 도도함과 의리. "카토"는 오직 빙고만 외칠 수 있다고 말하는 연기자 '데라 토가시'와 마지막에 조우하는 진짜 '데라 토가시'. 스텝들과 함께 만들어내는 마법의 시간! 매직 아워는 웃음과 묘한 감동이 존재한다. 영화인이 아니라 백 퍼센트 공감은 못하더라도 발치나마 느껴지는 연기에 대한, 영화에 대한 애착. 애환 등이...

 

슬픈 장면은 짧지만,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참으로 슬픈 몸부림이었다. 무명 배우의 열정을 보면서 코믹영화에서 잔잔한 감동이 밀려오는 걸 보면서 또다른 개성을 느꼈다. 나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그를 보고 있으면 살짝 한국의 최성국 씨가 떠올랐다.

 

만약, 미국인이라면 짐캐리, 중국은 주성치 정도?! 외모에서, 그리고 표정연기에서 최성국 씨가 가장 흡사하다고 느끼긴 했지만...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지닌 배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물론 이 영화는 그를 포함해서 초호화 케스팅임이 틀림없다. 내겐 생소했지만, 유명 배우들도 까메오로 출연했다고 하고... 연기력만 봐도 말이 필요없다.

 

 

아, 그리고 코믹한 요소와 인물들은 무라타 외에도 아주 많았다. 영화 자체가 시종일관 웃음을 주는 영화였으니까! (물론, 잔잔한 감동도...)

 
 

그리고 난 개인적으로 이 여자도 정말 웃겼다. 마담인 것 같은데, 그 시크함이란! 배경이 일본이니까 더 웃겼던 이 분의 거침없고 솔직한 성격! 손님 앞에서도 거침없이 담배피고, 여기서 마시는 커피는 셀프서비스라고나 할까? 본인이 치워야 한다. 그런 장면을 보면 풋, 하고 실소가 터졌다. 말이 필요없이 거침없고 멋진 여성이었다. 남에게 진솔한 표현을 하고, 괜한 자기희생을 감수하는 등의 피해도 안 보고, 그야말로 당당했던 인물.

그녀는 사건을 해결할 때 용기낼 수 있도록 격려하기도 하는... 다소 손님에겐 까칠하지만 훌륭한 인생의 조언자인 것 같았다. 빙고와 마리와 무라타에게 모두 영향을 주었으니까... 아무튼 입체적인 캐릭터가 살아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무라타가 존경하던 배우와의 만남. 이제는 늙어버린 자신의 역할모델과 만나면 어떤 기분이 들까?

할아버지가 등장하는 장면은 숨죽인 감동이 있었던...


그는 '오래된 모포'를 가직한 채 배우로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 길만 간 대단한 사람. 순수한 열정이 있는 사람이었다!

 

엔딩엔, 진짜 데라 토가시의 등장! 과연 그의 운명은?

 

리뷰를 봐도 느꼈겠지만, 내겐 참 즐거운 시간이었고, 스트레스를 날려준 고마운 영화, <매직 아워>다. 그리고 놀라운 연기력으로 이렇게 존재감 있는 배우도 흔치 않은데! 기회가 된다면, 그가 출연하는 다른 작품도 꼭 찾아볼 예정이다. 코믹한 연기를 코믹함만이 아닌 특이한 개성으로 존재감과 사랑스러움(?)을 다 갖춘 배우이기에... 마법이 이루어지는 시간이 다소 유치하더라도 그냥 이해하고 봐줄수 있었다.

 

독특한 발상으로 영화가 시작되고 끝이 나지만, 어른들이 봤으면 하는 동화처럼 달콤했다. 마법이 이루어지는 시간이 내게도 꼭 있었으면 좋겠다. 플롯 자체가 정말 토끼가 호랑이를 이기는 신이었으니까. 진정한 사랑을 발견하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해피엔딩의 힘은 참 강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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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2009-03-29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안 떠서 삭제한 게 아쉽다.
http://blog.naver.com/mindlre42/90044711833
-블로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