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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 컬트의 제왕이 들려주는 창조와 직관의 비밀
데이빗 린치 지음, 곽한주 옮김 / 그책 / 2008년 11월
평점 :
데이빗 린치가 들려주는 창조와 직관의 비밀은 명상?
표지를 보고 좋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책을 펼치고도 그랬을까?
술술 읽히고 번역자의 말대로 내용은 쉽고 명확했다. 손쉽게 읽힐 수 있는 책이야 말로 독자를 배려하고 명작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솔직히 내가 얻은 것은 무엇이었는지...
공허했다. 느낌을 말하자면,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왜 명상을 하면서 창조성을 길러라 라는 거 외에 뭐가 있었지?! 유명인의 메모를 옮겨놓은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어떤 페이지에선 딱 한 줄만이 자리했다. 그런 것만 두 번은 봤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초월명상법을 수행했고,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그의 생각은 좋다. 맞는 말인 거 같지만, 책을 읽고 창조와 직관의 비밀을 알 수 있을 것 같이 꾸며놓은 것은 트릭이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랬다.
그렇지만 그의 팬으로서 읽는다면 기분 좋은 책이 될 것이다. 데이빗 린치의 세계관, 인생관은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예술가에게 필요한 것과 필요 없는 것을 정의하는 것은 각자 다를 것이다.
영화작가는 고통의 지휘자이지, 고통의 체험자가 아니다. 고통당하는 일은 영화 속 인물들에게 맡겨라.
그가 말하길, 예술가는 갈등이 지나치게 많아도 창의력을 저해할 것이라 말한다. 만약 반고흐가 조금 덜 괴로웠다면 매우 훌륭한 그림을 더 많이 그렸으리라 믿을 만큼 말이다.
멀게만 느껴졌던 데이빗 린치. 그에게 조금 더 다가갈 수 있었다.
데이빗 린치의 작품은 이레이저 헤드, 엘리펀트 맨 등이 있다. 너무 유명한 영화가 많지만 나는 그의 작품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러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특히나 엘리펀트 맨은 존 메릭이라는 희귀병에 걸린 남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썼다고 해서 더 관심이 갔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말하는 그의 머릿속은 남달랐다.
명료하게 표현하고, 자신의 어린 시절을 끄집어내어 추억을 회상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 책을 즐겁게 감상하기 위해서는 큰 기대를 버리고 그냥 그는 어떤 사람인가, 어떤 식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가를 알려고 한다면 기쁘게 보답할 것이다. 그가 일반 사람들과 사고방식이 다른 점을 발견할 텐데 크게 거부반응이 없다면 부대끼는 것 없이 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항상 느끼는 거지만 그에게서 즐거움, 행복, 기쁨 이런 감정들이 느껴진다. 자신의 일을 정말 사랑하고 즐긴다는 것은 얼마나 부러운 일인지 모른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남과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을 막지 않으며 원하는 대로 굴러가게 둔다면 어떨까? 요즘 들어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