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 리쿠 - 목요조곡

목요조곡
온다 리쿠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08년 11월

국문학이란 참으로 낙관적이고 로맨틱하며 완전한 남성사회라 아니할 수 없다.

이 말에 동감하는 바이다.

글이란 남성 위주의 권력구조에 힘을 싣는 문화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런데 이 책에는 다섯 명의 여성 작가(여러 의미에서 시즈코도 포함함)와 한 명의 여성 편집자가 주를 이룬다. 물론, 한 명의 글쟁이는 죽은 도키코지만.

이야기의 시작은 도키코가 죽은 지 4년 후.

문학계의 천재로 불리는 그녀가 독약을 먹고 죽은 사건이 발생했다. 벌써 4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그녀를 잊지 못하는 다섯 명의 여자들은 다시 그곳으로 모인다. 3일간의 연회, 우구이스 저택에서 이야기는 펼쳐진다.

지은 지 20년이 넘은 우구이스 저택은 2층짜리 목조건물로, 아담한 양옥이다. 도키코가 죽은 뒤에도 매년 그녀들은 이곳에 모였다. 목요일을 유난히 좋아하던 고인의 뜻을 존중해 목요일 전후로 총 3일간 머물다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곤 한다. 그렇게 네 번째 모이는 차에 일이 발생한다. 배달된 의문의 꽃다발 속 의미심장한 메시지.

각자 시게마츠 도키코의 사건에 의문을 품고 추리를 하고 각자의 성격대로 결론을 내린다.

3일간 오가는 대화와 사건들로 그 때의 일을 풀어나가는데, 과연 진실은 뭘까?

책 속으로 빨려들어 가며, 온다 리쿠에게 사로 잡힌다.

목요조곡으로 그녀를 처음 만났다. 그런데 첫 느낌은 놀라움이었다. 빨아들이는 흡입력과 장면을 연상케 하는 깔끔한 문체. 정말 끊기지 않고 매끄럽게 진행되는 한 편의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아, 재밌다.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깔끔해. 신선해. 등등.

이런 감탄사 연발!!! 별 다섯 개가 아깝지 않았다. 이상하게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었다. 정말 쉽게 감탄하지 않는데, 팬이 되게 만든 실력에 두 손을 들 정도였다.

작가는 글쟁이라는 특수 직업군을 주업으로 삼는 여자들을 등장시켰다. 등장인물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하나하나 개성을 특색 있게 잘 살렸다. 알고 싶었던 작가의 생각이나 삶 이야기도 엿볼 수 있었고, 망상을 업으로 삼는 애환이 느껴졌다.

그녀들의 직업답게 추리도 그럴듯했는데, 등장하는 여자들을 합하면 온다 리쿠 자신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 생각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해설 편을 읽고 더 강렬해졌다. 오모리 스미오는 온다 리쿠를 극장으로 표현했으며, 우구이스 저택과 모인 그녀들을 재밌는 시각으로 묘사했다. 시게마츠 도키코를 방대한 책장으로, 그곳에 관리인은 편집인으로.

그의 평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설득력이 있었다.

책을 어떤 관점으로 보건 간에, 작가로서의 온다 리쿠가 담긴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첫 만남은 상큼으로 시작해 섬뜩하기까지 해서 색다른 기분을 느꼈다. 

마지막 반전까지 짜임새 있는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인물들의 시점변화를 자연스레 연출해 준 그녀의 실력에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