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중학생
타무라 히로시 지음, 양수현 옮김 / 씨네21북스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집이 없어졌다.

"보는 바와 같이 무척 유감스럽게도, 집 안으로 들어 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매정하다는 건 알지만, 앞으로는 각자 알아서 살아주세요.……해산!!"

시선을 확 사로잡는 시작이었다.

집주인이 한 말인가 싶었지만, 놀랍게도 아버지가 뱉은 말이었다.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홈리스라니. 자신에게 일어나리라 여기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어린 중학생과 남매들이 갈 곳은 어디에도 없다. 친척들과 등을 돌린 아버지, 일찍 여윈 어머니.

 

하지만, 꿋꿋이! 삼남매는 살아간다.

어린 나이에도 제법 의젓하게 행동하는 타무라. 자신은 친구 집에 가서 지낼 거라며 형과 누나를 안심시키고는 마키훈 공원에서 지내게 된다. 그의 안식처이자 잠자리는 똥 모양 미끄럼틀.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어내지만, 아마 가장 힘든 것은 배고픔이었던 거 같다.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만은 웃어넘길 수 없는 고생과 슬픔이 가득했다.

막내가 날마다 동전 떨어진 거 어디 없나, 주우러 다니고, 비오면 홀딱 벗고 샤워하기를 할 때, 형과 누나 또한 평탄치 못한 생활을 하게 된다. 

첫째 형과 둘째 누나는 함께 지내는데, 그들 역시 마키훈 공원근처 신사에서 지내다가 지인을 만날 가능성이 높아 타코 공원으로 거점을 옮겼다고 한다. 대학생인 첫째는 편의점 알바를 하고, 둘째는 여자라 홀로 공원에서 자기에는 위험해서 오빠를 기다렸다가 자고는 했단다.

어린 나이에 그런 고생을 하고, 엄마를 그리며 얼마나 힘들었을 지... 허기에 시달리며 당장 거처할 곳이 없고 허름한 옷을 걸친 채 첫사랑을 만난다면, 어떨까 생각해 봤다. 그런 악몽이 또 있을까 싶다.

흔치 않은 삶을 살은 인물임이 틀림없었다. 자신의 알바 비를 희생하며 동생에게 운동화를 마련해준 그의 형도 분명 멋진 사람으로 성장했을 테지. 남매는 그런 가난을 겪었기에 편식 없고 작은 일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으로 거듭난 것이다.

 

'개그맨'으로 삶을 사는 타무라씨.

타무칭 그는 멋지다. 힘든 사춘기를 겪은 후에도 삐뚤어지지 않고 곧게 자라주었다. 어머니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 되기 위해, 빵을 훔치고 싶은 유혹에도 이겨낸 타무라씨. 그는 현재 요시모토 흥업 소속의 개그콤비 '기린' 멤보로 활동중이다. 고된 앞날이 닥칠지라도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슬픔을 겪고 아픔을 아는 사람이 아픔을 승화시킨 개그를 해서 더 빛이 나지 않을까? 

(ps. 나도 맛의 저편을 겪어 보았다. 어릴 적, 백미를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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