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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 대로 산다는 것 - 구겐하임 문학상 작가 앤 라모트의 행복론
앤 라모트 지음, 이은주 옮김 / 청림출판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처음 책을 통해 작가를 만날 때는, 떨린다. 어떤 작가일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 그리고,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에 설레인다. 택배 아저씨를 통해 책을 받을 때는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쁨이 밀려 온다.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알 수 없는 그 기쁨.
과연, 마음 가는 대로 산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어떤 책임이 뒤따를까? 궁금증을 가득 안고 책을 펼쳤다. 책장을 넘길 때조차 알수 없는 기대감이 맴돌았다.
표지를 보고,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포근함이었다.
표지의 여인을 봐라. 그녀의 미소를 보노라면 그런 착각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첫 장부터 포근은 커녕 너무나 씁쓸한 인생을 마주하고 말았다.
마음가는 대로 사는 인생임은 분명했다. '나'와 그녀의 친구, 부모님, 그리고 후에 태어날 샘까지도.
하지만 뭔가 상상한 것과는 다르다. 맨 처음 마주하는 소제목. '사랑받고 싶었던 어린 시절'을 보는 순간, 작가에게 휘말려 버렸다. 이런 어린 시절과 학창시절이 당연하다는 듯이. 처음 세뇌당한 듯이 그러려니 보게 된 것이 놀라웠다.
어린 시절의 화자인 '나'와 친구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책 속엔 그녀의 성장이 담겨있다. 사랑받고 싶어 했던 행동, 처한 현실, 얻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태도들. 모든 게 한국의 풍경과는 낯설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우리가 평하는 정상적인 집안 풍경이 아니었다. 또 하나, 종교에 대해서도 깊게 자리한다. 나 역시 그녀처럼 힘겨울 때 기도를 하지만, 난 딱히 종교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나 힘들 때, 뭔가 말하고 싶을 때, 그 분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녀도 그런 것처럼 보였다.
아직 미혼이기에 부모의 느낌을 다 알수는 없었던 내게 엄마란 이런 느낌인가 싶은 구절도 많았다.어린 시절에는 하기 좋았던 일들이, 내 자식에게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이런 거겠구나 싶었고, 변덕스럽고 막무가내인 아이의 친구를 대하면서 한 대 때려주고 싶다는 감정을 느낄 때에 나도 동화되어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내가 엄마가 아니기에 말 안 듣고, 나름 시크하게 구는 아들 샘을 보고 녀석도 때려주고 싶다는 감정까지 느껴졌다. 아무래도 나는 '나'의 성장기를 보며 불쌍하게 여겼던 거 같다. 그리고 엄마로의 너그러운 모습에 대견함도 느낀 것 같고.
그러니까, 처음 기대했던 포근함은 없는 게 아니었다. 너그러움이 자리를 매꿔 가고 있었으니까.
작가를 통해 너그러움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봤다. 그녀처럼 비판적 유머를 지닌 작가도 흔치 않다. 알코올 중독이나 마약 중독, 신앙 같은 주제를 남다른 느낌으로 소화해서 이야기를 들려 주었고. 정말 솔직하고 암담한 상황을 담담하게 담고 있었다.
작가의 약력을 보니 정치 활동가라고 한다. 또한, 이런 소설들은 자전적인 성격이 짙다고 소개하는 데 그래서 더 삶의 진솔함이 베인 것 같다. 앤 라모트는 자신에게 책은 치료약과 같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녀 혼자만이 아닌 다른 이에게도 치료약이 되어 줄 것 같다.
그녀를 통해 소외되고 음침한 생활을 하는 이들도, 따뜻하게 감싸안는 느낌과 변화될 수 있음을 느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