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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ive Class: 창조적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들
Richard Florida 지음, 이길태 옮김 / 전자신문사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돈으로도 가질 수 없는 능력은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 봤다.
영화라면 판타지적인 요소를 떠올리겠지만, 현실을 감안해서 떠올렸을 때, 창조성이 떠올랐다.
물론, 돈을 주고 아이디어를 살 수는 있다. 예를 들면, 광고주는 돈을 주고 카피라이터를 고용하고 그에게서 얻어지는 아이디어로 광고를 만들게 된다. 그렇지만 경쟁사의 아이디어는 돈을 주고도 얻을 수 없지 않은가? 또, 미쳐 발견해내지 못한 민간인의 아이디어도 있지 않겠는가. 실제로 일반인들 중에 온갖 실생활에 필요한 발명품을 만들어 특허를 내는 광경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기막힌 아이디어 하나가 부동산보다 더 큰 가치를 얻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를 테면, 조앤 롤링이나, J.R.R. 톨킨 같은 유명한 작가들은 각각 대표작 하나로 어마어마한 돈을 벌은 인물들이다. 즉, 창조적 인물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겠다.
인간은 오래전 농업사회 때부터 창조성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곡식을 장기간 저장할 수 있도록 하는 아이디어에서, 산업혁명 시대에 공장운영, 디지털 시대에 발전된 IT기술, 그리고 지금 창조적인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대박을 터뜨릴 수 있도록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형상화하는 노력을 하는 사람이 실제화시켰을 때 그 공로를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이 된 것이다.
그러니까, 현재는 창조적 계급이 새롭게 급부상하고 있다. 계급이란, 공통의 관심을 가지고 있고 유사한 생곽과 느낌을 지니고 행동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들의 집단이다. 그렇다면 창조적 계급에는 어떤 부류의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일까?
창조적 계급의 핵에는 예술에 관련된 직업군이 대부분이었다. 과학, 공학, 건축, 디자인, 미술, 음악, 엔터테인먼트 등. 그들의 경제적 기능은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기술, 새로운 창의적 내용을 창조하는 것이다.
창조적 계급의 모든 구성원들은 창조성, 개성, 차이, 장점을 중시하는 공통된 창조적 사조를 공유한다. 또한, 시간 왜곡을 보이는 것이 다반사였는데, 그들은 집에서 일을 하고 직장에서 노는 것처럼 보였다. 남들은 그리 판단할지라도 그들에게 핵심 문제는 언제 일을 하고 몇 시간을 소요하는가가 아니라, 시간을 얼마나 집중적으로 활용하는가이다.
일을 하는 중이건 쉬는 중이건 매 수간을 창조적인 자극과 경험으로 가득 채운다니 시간경계가 잊혀질 만 하다.
또, 창조적인 사람들은 특정 지역에 끌린다고 한다. 이를 테면, 파리의 레프트뱅크나 뉴욕의 그리니치빌리지 같은 곳. 장소는 창조성의 원천인 자극과 다양성, 풍부한 경험을 제공한다. 놀랍지 않은가? 환경이 창조성에 끼치는 영향은 그만큼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다.
책을 읽으면서 좋은 격언들도 많았는데, 그중 흥미로운 것은 창조적인 사훈의 대표격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조성 관리 방법이었다. 총 여섯 항목중 일부를 발취해봤다.
- 직원이 실패할 것이라고 기대해라.
- 정복 지향의 직원들이 실수를 저지르면, 그 영향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겨라.
내용을 보면,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실패는 기대되는 것이다. 만일 직원들이 실패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충분한 위험을 무릅쓰고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로 그들은 심지어 실패를 통해 배움으로써 승진이 되는 경우도 있다.
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한국에는 이런 회사 어디 없나,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 여럿 있을 거라 짐작된다. 한국은 소위 말하는 화이트칼라 노동 착취 공장이나 다름 없으니 말이다. 과로는 미덕이 아닌데도 말이다. 효율적이로 시간을 쓰는 것이 더 중요한데도 칼퇴근을 하면 얌체족으로 보이기 쉬운 현실에선 어찌 부르짖어 봐도 그나물에 그밥으로 취급받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창조적인 일을 몰두할 것이고, 언젠가는 빛을 볼 날이 올 거라 믿는다.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나라가 화이트칼라 노동 착취의 본고장이란 생각이 드는 건 나 하나인가. 묻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