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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키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오근영 옮김 / 창해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다쿠미, 그레고리우스 증후군 아들을 낳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후회하지 않겠습니다. 우는 소리도 하지 않겠습니다."
다쿠미. 그의 결심은 단단했다.
아이를 낳으면 반 반의 확률로 유전이 된다 해도 아이와 함께 고통을 받아들이려는 미야모토 다쿠미.
그 결과는... 결국. 레이코 가문의 병력을 이어받은 아들 도키오를 낳았지만...
도키오는 임신 전부터 아버지의 지극한 사랑을 받고 그 사랑의 씨앗으로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사랑을 받으며 어느덧 17살의 늠름한 청년으로 자란 도키오.
그러나, 차츰 이상징후를 보이더니 결국, 도키오는 병실에 누워 혼수상태에 빠져버렸다.
하지만, 그는 아마도 행복할 것 같다. 지금 이순간, 상상초월 시간여행을 하고 있을 테니까.
그런 기발한 발상을 한 히가시노 게이고는 참 대단한 인물이란 생각이 드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17살 도키오, 23살 다쿠미를 만나러 미래에서 오다!
도키오는 23살의 아버지 다쿠미를 만나러 아사쿠사 놀이공원으로 향한다.
다행히 다쿠미를 만나게 되고 그를 쫓아 가는데...
영~ 첫만남이 유쾌하지 않았다.
사기꾼 나카니시에게 봉변 당하는 것도 그렇고.
그보다 처음으로 말을 걸었을 때의 냉랭함이란 아마 상상하기 힘든 모습일 것이다.
도키오가 원하는 것은 뭐든 아낌없이 주는 아버지에서, 껄렁껄렁 줄담배를 피워대는 한심한 백수의 아버지라.
게다가 지금의 어머니가 아닌 다른 애인이 있고 그 여자와 결혼할 마음을 먹은 아버지라...
상상하기 싫을 정도였다.
"알기 쉽게 친척 같은 사람이라고 해둘께요. 적어도 피를 나눈 사이라고요."
정체모를 도키오를 그여자(자신을 낳고 버린 친어머니)가 보낸 거라 생각하는 다쿠미에게 도키오가 한 말이다.
'미래에서 온 아들'이라고 하면 누가 믿겠나. 당연히 정신 나간 사람으로 보거나 사기꾼이라고 치부하겠지.
도키오도 가끔 둘러대거나 거짓말을 해야 할 때면 괴롭고 답답할 만 하다.
반대로 다쿠미의 입장에서 또 생각해보면, 죄끄만 녀석이 언제 봤다고 자신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고,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는 녀석이 반가울리 없었다. 그 마음 또한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역시나 내면은 따뜻했던 다쿠미.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도키오를 집에서 재우게 되는데.
도키오는 아버지를 바른 길로 이끄는 선구자 역활을 맡은 것 같았다.
쉽게 일을 그만두고, 자기계발을 하려는 의혹조차 없는 아버지를 말이다.
만약 미래엔 도키오처럼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아마도 역사는 지금과는 다르게 변해 있지 않을까?
과거에 일이야 뉴스나 대중매체를 통해 큰 사건들은 미리 알 수 있으니 예언자로 나서도 충분할 터.
멋대로 역사를 바꾸는 일도 가능할 법 했다.
도키오도 역시나 가만 두고 볼 순 없었는지 새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아버지를 변화시키려 노력한다.
또, 대량 참극으로 이어질 수 있는 어떤 사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사상자를 줄이는 일까지!
수 많은 영상물처럼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터미네이터, 시간을 달리는 소녀, 히어로즈의 히로, 도키오 등등. 그들처럼 시간여행이 가능한 일이라면?
도키오처럼 누군가의 아들, 딸들이 나설지도 모른다.
현재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방황하는 예비 아버지, 어머니. 그들 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