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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남은 1%의 가치 - 세계밀알 총재 이재서 교수의 꿈과 끈기의 여정기
이재서 지음 / 토기장이(토기장이주니어)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보이니? 보여?
이런 질문에 그렇다, 아니다 대답을 편히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시각 장애인에게는 그런 질문을 해서도 안되고 대답은 한 가지 뿐이다.
안보인다. 안보여.
"재산이는 너무 아까우니 중학교에 꼭 보내십시오."
형 이재산씨는 학구열에 불타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였는지 5Km나 걸어 온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
그러나 부탁과 설득에도 그의 아버지는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
어려운 살림에 학교 진학을 포기하는 걸 누가 뭐라 하겠냐마는 읽으면서 좀 많이 안타까웠다.
다행히 서당에 다니며 사서삼경을 읽고 중,고 강의록을 신청해 독학을 하며, 전주에 한 고교를 졸업했다.
그 당시 동네에서 고졸인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이니 사람들이 존경할 만한 인물이었을 것이다.
그 후로도 공부를 꾸준히 하여 교사가 된 형을 둔 재서씨.
얼마나 자랑스러웠을까, 그는 뿌듯하다고 했는데 이해가 될 만하다.
형의 영향을 받은 탓일런지 시작 장애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꿈을 모두 이룬 이재서.
그는 인간승리가 뭔지를 똑똑히 보여주는 살아있는 인물이다.
어릴 적부터 가난과 배고픔과 보이지 않았을 때부터 차가운 세상과 맞서야 하는 그가 얼마나 자신을 혹독히 했을지.
대학 진학을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쓴 고뇌라는 시는 절망과 슬픔이 묻어난다.
온통 소리로 가득한 글귀...
울고픈 심정으로
지친 눈을 들어 허공을 찾는다.
5연의 이 글귀는 마음을 울렸다. 계속되는 숨막힘을 누가 알아줬을까?
얼마 전에 시각 장애인들이 주인이자 직원인 안마 병원을 찾았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게 없었다. 다른 것은 오직 앞이 보이지 않는 다는 것.
그로 인해 감각이 예민해졌고, 소리에 의지한다는 것, 맨발로 감에 의지한다는 것.
그런 것들이 다를 뿐이었다.
이 작은 땅덩이에서 불평등에 좌절하는 대신, 남들을 욕하는 대신 미국 유학길에 올라 박사 학위를 받고,
밀알 운동까지 세계적으로 펼친 그.
단지 하나님을 만나 구원을 얻은 거라고만 하기엔 뭔가 부족했다.
그가 대사관에서 여권을 찾아들고 비행기표를 샀지만 장애인이어서 미국 공항으로 누가 마중 나올 사람이 없으면
꼼짝없이 미국에 미아(?)가 되기에 충분했다.
도와줄 이가 없으면 티멧을 팔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 그에게 연락이 왔다.
밀알선교단이 운영하는 '장애아동 조기교실'의 한 아동의 엄마였다. 뉴욕의 거주하는 지인에게 부탁을 하겠단다.
그러나 확인해보니 그는 그 시간에 다른 볼 일이 있어서 나오지 못한다는 것.
대신 항공사에서 전화가 오면 거짓말로 나가겠단 대답을 해준다고 했다.
그렇게라도 해서 그는 비행기표를 받았고 비행기에서 내려 지팡이에 의지하며 물어 물어 갈 것을.
며칠이고 걸어 갈 것을...
그에게는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드는 불굴의 의지가 있었다. 그의 의지가 정말 대단했다.
너무나 위대하단 말뿐이 할 말이 없다. 무척이나 존경스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