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을 질주하는 법
가스 스타인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차는 눈이 가는 곳으로 가지. 

 

소설의 배경인 시애틀에서 그가 쓴 세 번째 소설, 빗속을 질주하는 법!

놀랍게도 세계 20여 개국에 판권이 팔린 소설이자, 아마존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랐다니 그건 다 엔조 덕분일지도!

화자는 카레이서인 데니가 아니었다. 그의 딸 조위도 아니었고, 부인 이브도 아니었다. 화자는 다름 아닌 개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래브라도 종과 테리어가 섞였을 개) 엔조의 눈으로 바라본다. 

그래서 더 흥미 있었을 지도 모른다. 인간은 간혹 싫더라도 가장 이상적인 현실에 맞게 행동하고 희생하지 않는가?

엔조의 눈으로 바라볼 땐 이해하기 힘든 상황도 간혹 있었다.

실제로 저자 가스 스타인은 개와 함께 살고 있었다. 그래서 더 개를 관찰하고 그 기분을 느끼기에 수월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엔조, 이 녀석은 참 의젓한 개... 아니 사람이 되고픈 녀석이었다.

영혼은 이미 사람이라 여겼고, 원숭이처럼 엄지손가락이 있기를 간절히 염원했다.

자신이 죽으면 사람으로 환생할 것이라 굳게 믿으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하는 가족들을 지켜내는 충직한 녀석.

 

이 책은 나만 그런가? 처음엔 조금 지루했다. 간혹 오타도 보이고.(조위가 조니가 되는)

늙은 개가 나래이션을 하며 그의 주인 데니의 카레이서로서의 삶에 대해 말하는 게 뭐라고? 이런 생각을 했었다.

중반부로 들어서며 조금씩 그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엔조, 제법인데?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지?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니.

후반부로 들어서면서 뭔가 따뜻함이라고 해야 할까, 안타까움이 조금씩 생겨났다.

그저 한 마리의 개로서 삶을 마감할 수도 있었고, 말 못하는 충직한 개야 세상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로를 친구로 대하며 신뢰를 잃지 않는 끈끈한 인간과 개의 우정은 -그래 우정이 가장 어울릴 것이다.- 흔치 않다.

 

외로움은 세상이 아닌 마음에만 존재하는 것이다.
바이러스처럼 의지가 있는 숙주가 있어야만 생존할 수 있다.


 

중간 중간 등장하는 얼룩말 인형!

얼룩말 악귀는 제발 내 근처엔 얼씬하지 않길 바랐다. 악귀치고는 귀여웠던 변태(?) 녀석.

소소하게 웃음이 나는 것들도 찾아 볼 수 있고, 웃다가 심각해졌다가 쓸쓸했다가 잔잔한 감동의 감정에 사로잡혔다가.

책을 읽으면서 참으로 변덕스럽게 감정이 변하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6살 된 시츄를 키우는 나역시 개가 아팠을 때, 즐거워 할 때, 외로워 할 때, 슬퍼할 때 등 함께 했던 가족으로서

다시 한번 방바닥에 누워 잠든 녀석을 되돌아 보았다.

엔조처럼 생각하는 건 아닐까? 내게 말 해주고 있는데 내가 못들은 건 아닐까 하는.

 

그들은 상대를 잘못 골랐다.

데니는 절대로 섣불리 무릎 꿇을 사람이 아니었다.

 

엔조가 했던 말 중에 참 좋은 말들이 많았지만 그 중 이 말은 주인에 대한 신뢰와 유대감이 느껴져 좋았다. 

데니는 빗속을 질주하는 법을 엔조에게 알려 주었고, 그가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에도, 유혹에 못이겨 한 풀 꺾일 때에도 위기는 곧 지나간다며 엔조는 그를 일깨워 준다.

 

내가 증명할 것은 앞에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빗속을 질주하는 용기를 얻으면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