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도우 - 스타테이라의 검
이은숙 지음 / 높은오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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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도우  - 작가 이은숙

 

책장을 열고, 마주한 건 작가의 친필 사인이다! 내 평생 작가 친필 사인이 담긴 책은 처음인지라, 그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런 설레이는 마음을 그대로 간직한 채 책을 펼쳤다. 읽다보면 알겠지만, 기자출신답게 독특한 작가만의 문체가 돋보인다. "모모다. 그러나, 모모다."식이 작가 특유의 개성을 느끼게 해준다. 게다가, 간혹 아주 간혹~ 보이는 오타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야기의 시작은 상하이에서다.

가만보자, 1930년 여름? 김좌진 장군이 박상실에게 암살당하고 난 뒤군... 조금만 기달려라. 한 15년만 기달려! 그 때 너흰 다 끝났어! 하고 울분을 터뜨리며(;) 책속에 폭 빠져들었다. 

보물 사냥꾼인 해성은 여느때처럼 의뢰를 받고 루비 환수에 나선다. 그 상대는 마피아 보스인 두웬성.

결국 이쪽 업계에선 그림자로 불리는 악명높은? 해성에게 루비를 빼앗기는 두웬성, 그리고 일본 공사관 소속 외교관인 야마시타 이또. 그들은 계속해서 해성의 발목을 붙잡는 인물들이다. 특히나 두웬성은 보복의 약속을 하면 반드시 행하는 잔혹한 인물이다. 허나 뒤에 등장하는 또하나의 숙적 타치바나는 보물을 보는 눈도, 잔인함도 두웬성보다 한수 위였다.

고의는 아니었으나 해성에게 선실안내를 해준 책임으로, 미남 영화배우 건은 두웬성에게 반 강제적으로 승낙을 받아내 물건 배달을 하게 된다. 순진한 건의 영수증 요청발언은 가히 풉하고 실소가 터진다.

한편 신여성 기자인 유미는 삼촌의 죽음에 의혹을 품고 진상조사에 나서게 된다. 당시는 중국에선 한국인 시체따윈 단순 자살로 치부하면 그만이었다.

그게 해성과의 첫 만남을 유도한다.

 

중간 중간 재밌는 장면도 많이 나온다. 개와 중국인은 출입금지 라는 문구는 가히 코믹적이면서 아픈 곳을 찌른다.

 

 

간략히 말하자면, 제목처럼 황금의 검 '스타테이라'를 찾는 모험담이다.

주인공 해성과 거미줄처럼 엮인 많은 인간관계가 점차 나타나며 갈등을 빚는다. 이야기는 해성의 현재와 과거도 만날 수 있다. 마지막장의 로맨스까지도!

도입 부분은 건과의 첫만남이 그려지는데 동시에, 왜 그토록 항주에서 해성을 무자비하게 갈겨야 했는지.. 그 이유도 잘 나타나고 있다.

영화배우인 건은 화려한 외모와는 다르게 유물에 대해선 거의 무지한 우리내 서민들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그가 '나'라고 생각하고 보면 당연 계속되는 그의 불평 불만도 이해되고 해성이 얄미울 수 밖에 없다. 해성 앞에선 그는 초라해지고 2인자가 되고 만다. 여인에 대해서든 뭐든지간에..

  

해성에 대해 말하자면,

열여덟에 이미 고고학자의 길을 걸은 수재다. 그는 아버지 신성룡 교수가 속한 케임브리지 대학으로 진학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그늘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해성은 역사에 관한 해박한 지식과 현장 발굴에 굉장히 능한 존재다.  이 것이 만약 논픽션이라면 고고학자랍시고 아마 삼국사기, 조선왕조실록, 고려사, 그리고 나폴레옹, 징기스칸 등의 전기나 읽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달랐다. 그건 다 통제 불가능한 프리스턴 대학의 골칫덩이인 해성을 학교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규정을 어겨가면서 까지 후원금을 마련한 학장의 눈물겨운 노력 덕분일 것이다.

 

결국, 발굴을 떠나면서  유일한 지원자인 산과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현재의 보물사냥꾼 그림자란 칭호까지 얻게 된다. 동시에 죽음도 불사르는 막역지우가 생긴 셈이다.

해성의 죽마고우이자 타고난 싸움꾼 김산. 늘 서로의 목숨을 구해준다. 그런 존재가 또하나 있다. 바로 황금신발이다. 황금신발과 건은 어찌보면 결과적으로 해성에게 놀아나서(?) 복수를 다짐했던 인물들이다. 허나 계속된 모험 끝에 과거 의형제였던 황금신발과 선실안내자로 이용당한 건은 자신들도 모르게 해성의 알수 없는 특유의 매력에 이끌려 무의식적으로 칭찬을 한다거나 긍정표현을 하곤 한다. 

 

" 자넨 내 허락 없이는 죽을 수 없네. 그림자가 죽는다면, 그건 그 누구도 아닌, 내 손에 의해서야."

아~ 명대사다. 저 말을 듣고 미소짓는 해성은, 또 저 명대사를 읊고 뒤돌아선 황금신발의 뒤통수에 비친 미소까지 본다. 크으~~ 멋지다.

김산이 없었다면, 또 후에 등장할 황금신발이 없었다면... 윽,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만약 그랬다면, 어쩌면 속편이 나오지 못할 지도..

 

앞에 잠깐 언급했던 빠져선 안될 쉐도우의 꽃, 신유미가 있다. 그녀는 이들 중 유일하게 여자이다. 그러면서도 모험을 줄곧 함께 하면서도 여자니까, 여자라서 라는 엄살이나 는 입밖에 내지도 않는다. 해성 못지 않는 지식과 당당함으로 오로지 '진실' 하나 만을 위해 수수께끼의 열쇠인 오교수를 찾아 베이징으로 떠나지만, 거기서 만난 변태 첫인상을 남긴 해성을.. 어느틈엔가 짝사랑하게 된다.

그녀는 그들에게 붙잡힌 위기의 순간에서도 자존심을 지킨다. 흡사 유관순 열사를 보는 듯 대단한 여장부라고 할 만 하다.

그녀는 기자이지 않던가?

1919년 3.1운동 이후 일본은 식민지 정책에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는데 민족운동 탄압을 위해  고등경찰 제도를 실시하여 우리 민족에 대한 감시와 탄압을 더욱 강화하였다. 또한 각종신문 또한 검열과 삭제를 하는 등 언론탄압과 식민사관 주입에 적극 노력하였다. 그러니 그녀의 노력은 말안해도 알만하다.

 

당시 도시락 폭탄을 투척한 윤봉길과 종로를 주름잡던 김두한이 있었다면, 상하이엔  한국에 보물 사냥꾼 그림자가 있다. 

그들은 일본발굴단보다 먼저 도착해야 한다! 그리고 황금의 검을 손에 넣어 독립을 하고자 한다.

중간중간 불쌍하게도 전문 납치 희생양 오교수가 고문을 당하고 구해지기를 반복하는데 그것 또한 참으로 눈물겹다..

 

 이당시 우리 선조들은 '조센징'이라고 불렸다. 그래, 지금 난 허구의 조선인을 보고 있는 거다. 사실이 아니라도 좋다. 까짓거, 검 안찾아도 좋다. 부디 살아서 이후에 올 독립의 순간을 만끽하길 바란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소설 쉐도우.. 부디 속편은 3년보단 빨리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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