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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 우리 엄마 ㅣ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52
임정자 지음, 정문주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5년 7월
평점 :
날마다 교문 앞에 서 있는 엄마때문에
친구들로부터 '마마걸' '찌질이'라고 놀림을 당하는 동희.
오빠식 표현을 빌리자면 저도 엄마에게 '3학년씩이나 된 딸'인데 아직도 엄마 손잡고
다녀야 하는 어린애 취급은 그만~ 이제는 좀 엄마의 근심, 걱정에서 자유롭고 싶은
딸은 엄마 손을 뿌리치고 싶고요. 엄마는 아이 손을 놓치 않으려 바동거리며 살죠.
한번쯤 자식 키우는 부모라면 자식때문에 아찔했거나 가슴 철렁했던 순간이 왜 없겠나만은
오히려 그 가슴 쓸어내린 기억에서 벗어나고 싶은 게 엄마 마음일 걸
아이는 알기나 한 건지.. 엄마라고 매일매일 아이 뒤꽁무니 쫓아다니는 거 왜 힘들지 않겠어요?
저또한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고 등하교마다 학교 같이 가는 거
속으로 '1년만 참자! 참자!'했던 기억이 있네요.
언제부터 아이들 학교 알림장에 길조심! 차조심! 사람조심!
그것도 낯선 사람 따라가지 않기가 빠진 날이 없었더랬죠. 요즘 세상이 차보다
사람이 더 무서운 세상이다보니 밤낮으로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이 모든 엄마의 마음이겠죠.
그러나 아이가 초등 3학년 정도 크면 이전만큼 신경을 덜 쓰게 되기 마련인데
동희도, 동희 오빠도 그게 불만인 거죠. 언제나 어김없이 저녁 8시가 되면
엄마는 '3학년씩이나 된 딸' 동희 손을 잡고 '5학년씩이나 된 아들' 오빠 마중을 나가요.
그 길에 오늘도 동희는 길고양이에게 정신이 팔려 엄마 손을 뿌리치자 엄마 얼굴이
도깨비마냥 붉으락푸르락 기겁하며 화를 내고요. 단순히 동희가 길고양이에게
한눈을 팔아 오빠 학원 버스 시간에 늦은 거 때문이 아니라
동희가 고양이를 예뻐해서 싫은 다른 이유가 있는 거예요.
상상조차도 끔찍한 '그 때 그 일'에 대해
엄마의 기억은 어제 일처럼 뚜렷해요. 이미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또 들은 이야기지만 쉽게 지울 수도, 억지로 지워지지도 않는 아픈 엄마의 기억이에요.
"어휴, 엄마! 저 이제 5학년이에요. 태권도도 3품이고요. 내 몸은 내가 알아서 지킨다고요."
"어휴우, 진짜! 다른 애들 엄마는 안 그래요. 내 친구들은 다 혼자 다닌다고요!"
친구들이 절 마마보이라고 놀린다고 온갖 짜증과 불만을 토해내도 엄마는 그러거나 말거나
아랑곳하지 않는 말 못할 사연이 가슴 아프네요. 길 가다 고양이만 봐도
가슴 철렁한 '그 때의 그 일'이 생각나 엄마의 마음은 편하지 않은데
마냥 고양이가 예쁜 동희는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하죠.
과일 파는 리어카에 아줌마가 팔려고 내논 귀여운 아기 고양이^^
"엄마, 이번에 딱 한번만..내가 밥 주고 똥도 치우고 다 할게. 제발~"
"안 돼." "안 된다니까." "안 된다고 했다." 아무리 졸라도 엄마 마음은 변하지 않아요.
안되는 건 안 되는 거니까요. 하지만 동희도 이번만은 포기할 마음이 없는 거 같아요.
"한동희! 그만 못해? 엄마가 고양이는 안 된다고 했지?" 결국 엄마가 고양이대신 선택한 건
온 몸에 가시 투성인 고슴도치였어요. 왜 하필 애완동물 가게에 별의별 게 다 있는데
고슴도치일까? 뜬금없다는 동희는 고슴도치랑 엄마가 닮았다고 생각해요.
예민하게 날을 세운 듯한 가시가 엄마에게도 뾰족뾰족 나 있는 것만 같으니까요.
뭘 날 위한 건지.. 진짜 날 위한다면 내가 원하는 것이어야지 왜 늘 엄마는 엄마 마음대로인지
엄마한테 섭섭한 게 많은 동희예요. 동희가 엄마에게 "내 마음은 있긴 해~"
왜 엄마는 엄마 마음만 중요하고 내 마음 따윈 중요하지 않다는 식으로
화낼 때가 엄마들이 가장 맘 상하는 말이죠.
엄마의 진짜 마음도 모르고.. 엄마의 말이 다 거짓말이다
생각하는 거. 좀처럼 엄마와 딸 사이 갈등의 골은 더 깊어만 가는데 급기야 오빠는 엄마 몰래
친구들과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고요. 동희는 한밤중에 고슴도치 집을 들고
아파트 화단에 냅다 던져 버리는데 그 바람에 내동댕이쳐진 불쌍한 고슴도치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서러움에 북받쳐 우는 동희를 보면서 사색이 된 엄마가
동희를 끌어안고 우는데요. 보는 제 마음도 다 짠하고 남일 같지 않더라고요.
동희랑 그 또래 자녀를 둔 엄마라면 이런 갈등을 겪는 엄마랑 아이 마음을
공감할 이야기네요. 더군다나 이 이야기가 실제 작가의 경험과 주변이야기를 토대로
한 이야기라서 더 마음이 안쓰럽고요. 때로는 자식 사랑이
내 자식 마음 상하게 하는 가시가 되고 저도 어쩔 수 없는 고슴도치 엄마란 걸
다시금 아이 입장에서 이 책을 한번 더 읽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