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를 위한 변명, 군주론 나의 고전 읽기 23
조한욱 지음, 니콜로 마키아벨리 원작 / 미래엔아이세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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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주제의 다른 두 그림을 놓고 중세와 르네상스의

관계를 이해. 프란체스코 성인이 덕이 높아 새들도 그의 설교를 들었다는 같은 주제의

그림도 중세에는 프란체스코 성인과 새만을 크게 그려 전달하려던 의미만 강조했다면

르네상스 시대에는 나무와 사람과 새의 크기 비례가 사실적으로 표현되었다는

차이를 알 수 있어요. 이건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사상가인 니콜로 마키아벨리을 

위한 변명의 시작. 이전에 어떤 식으로든『군주론』을 읽거나 읽을 생각도 없던 저로서도

 서양사학자 조한욱 교수가 들려주는《군주론》 이야기가 전혀 딴세상 얘기 같지 않아요.

『군주론』이 출간된 당시만 해도 교황청이 발간하는 '금서 목록'에 수록되어 대중들에게

배척당한 정도를 넘어 그를 악마 또는 악마의 대변자로 취급하고 비난할 정도였으나

지금은 정치나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필독서로

평가가 뒤바뀐 이유가 궁금한 거죠.

 

1469년 그가 태어난 고향 피렌체라 하면 

이탈리아 북서쪽 아름답고 풍요롭고 유서 깊은 도시로 도시 중심부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도나텔로의 <유디트상> 같은 조각상과 기념비로

장식된 광장들과 궁전, 대성당, 종탑, 박물관이 조화를 이루는 곳. 영화 <전망 좋은 방>의

한 장면이 배경이기도 하고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중부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도시로 성장한

설명이 장황할 정도네요. 하지만 이런 유리한 조건때문에 일찍부터 여러 세력이 점령하려 하는

요충지이자 내부에서도 지배권 확보를 위한 분쟁과 음모가 벌어지는 거점지였다네요.

바로 이런 시기에 관직에 등용된 공직자로서 했던 활동과 인문학자로서의 사려깊은

위기 극복 전망을 찾으려 했던 결과가『군주론』이라는 거. 

그래서 이 책은 마키아벨리의 대표작으로 꼽히는『군주론』못지 않게

그가 쓴 수많은 다른 저작들의 이해를 더해 그를 변명하려는 것인데요.  

 

불과 스물아홉 해, 청년 마키아벨리가 비교적

젊은 나이에 피렌체 정무위원회의 제2서기장직이라는 중요한 직책을 맡은 이유도

그가 얼마나 인문학적 소양을 가진 사람인가 설명하는데요. 단순히 그가 피렌체 내부의

행정관련 문서를 취급하는 부서 업무 외에 외교 사절의 임무도 담당하며 보고 느낀 경험들을

바탕으로 이런 글을 썼다해도 믿기 힘든데요. 거기에 더 놀랍고 대단한 건 6년에 걸쳐 완성한

『로마사 논고』집필 중에 약 두 달에 걸쳐 부랴부랴 쓴 것이라니 그의 능력이 천재에

가깝지 않나 싶어요. 우리가 뛰어난 예술성을 가진 천재화가에 놀라고 예술, 문학작품에 심취하듯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아~ 마키아벨리가 이런 사람이구나!' 놀라움과 깨달음의 연속이었어요.

총 26장으로 이루어진『군주론』은『로마사 논고』와는 목적부터가 다르다고 하고요.

다시 말해서 마키아벨리가 학자로서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정치 체제에 대해

본격적인 학술서 성격을 갖는 논문 형식이『로마사 논고』라면

『군주론』은 지침을 권하는 실용서에 가깝다는 거죠.

  

1513년,『군주론』을 집필한 무렵의 급박한 현실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행동 강령과 비슷. 전반적으로 역사적 사례를 이끌어 충분히

주장을 뒷받침하는 방법으로 실제 지배자인 군주가 나라를 어떻게 다스리는 지 조언하는데 

목적이 뚜렷한 거네요. 군주의 예도 자신의 능력만으로 그 국가를 지배하게 되었나 아니면

행운과 같은 외부의 힘에 의존하여 지배하게 되었나 하는 사실 관계가 더 중요.

 자신의 힘과 능력으로 군주가 된 경우에 그 기회란 시련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고 하네요. 

보통 우리가 시련을 기회보다는 위기라 생각하는 것과는 좀 다르죠. 그 대표적 인물로

'모세의 기적'으로 잘 알려진 모세 등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사용할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이후 강력한 지도자로 존경을 받게 되고요. 그 반대의 부정한 방법으로

군주가 된 경우조차 권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지침을 제시한다는 거.

본문 중간중간 해당 본문 그대로『군주론』과 마주하네요. 

  

그리고 다시 한번 강조한 건, 이건 평화시 국력을

강화시키는 방안이 아니라 전쟁의 상황에서 나라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렇기때문에 새로 만들어진 군주국을 유형별로 분류한 뒤

그 국가들이 강성해지는 방법을 논하길 결국 어떤 군주국이라 할지라도 자국 군대의

중요성을 재강조. 그렇지 못할 경우는 전적으로 행운에 의존해야 한다고 덧붙여요.

다음으로 군주가 갖춰야 할 또 다른 덕목에 대해서도 아주 실질적인 조언을 하는데요.

특히 선과 악 같은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현실적인 진리'를 추구해야 한다고 단언.

'어떻게 살고 있는가'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차이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의 파멸을 배우게 될 것이며 경우에 따라 선해지지 않는 법도 배워야 한다고 말해요.  

단적으로 군주가 언제나 '선'을 고수하면서 정치 활동을 한다는 것은

상상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라고 하니.. 이런 부분들에서 마키아벨리의 본심에 대한

심각한 오역으로 보인다고 지적하네요.  

 

특히 새롭게 군주가 된 사람이라면

더욱더 냉혹한 판단에 의존해야 하고 오로지 자신의 선택에 따라

행동해야 하기때문에 군주는 두려움을 받도록 행동해야 한다고요.

노골적(?)으로 싸우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법으로  싸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힘으로  싸우는 것이라고 하면서 인간만이 법으로 싸울 수 있지만 때로는

인간도 짐승처럼 힘으로 싸워야 할 때가 있다고 말하죠. 동물로 따지면 여우와 사자의

기질을 적절하게 융합하는 게 필요. 실제로 '여우와 사자'라는 문구는 정치가가 지켜야 할

표상인 것처럼 정착하기도 했다니 그만큼 마키아벨리가 미친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한번 느껴져요. 무엇보다 마키아벨리의『군주론』에서 중요하게 부각되는

 '비르투' 개념에 대해서도 한 단어에 담긴 의미가 그렇게 많은 줄 처음 알았고요.  

분명 저처럼 무심코 손에 잡혀 읽지만 이 책에 빠져 읽는 시간이 

값진 행운과도 같은 시간이었길.. 앞으로도 시간의 가치를 증명하는 

고전을 쭈-욱 부탁해도 좋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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