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비, 암행어사 되다 - 옛날 법과 제도로 배우는 우리 역사 처음읽는 역사동화 6
세계로.황문숙 지음, 최현묵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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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갓 쓰고 도포 입은 이선비가 조선 팔도를 누비며 

활약하는 역사동화. 이번에는 암행어사가 된 이선비 이야기를 통해 

조선 시대 법과 제도에 대해 속속들이 알아봐요. 그런데 조선 시대 암행어사라 하면

왕이 직접 파견하는 비밀 특사답게 왕을 대신해 백성의 형편을 살피고 부패한 지방 관리들의

비리를 파헤치는 막중한 임무와 책임이 따르는 법. 평소 아이마냥 호기심 많고

긴장하면 허둥지둥 덤벙대는 새신랑 이선비가 잘 해낼 지가 걱정되네요.

다행히 좌충우돌 이세로를 도와 듬직한 수행원으로 돌쇠와

군관출신 마강해가 호위를 맡으니 안심이에요.

 

그럼, 떠나기전에 암행어사의 필수품이라 할 수 있는

봉서에 대해 살펴볼까요. 봉서에는 암행어사가 해야 할 일을 적은

사목과 마패, 유척 두 개가 들어 있다고 하는데요. 그 중에서 임금의 명을 받았음을 알려주는

일종의 신분증 같은 마패도 관직에 따라 다르게 지급되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암행어사의 직무를 적어둔 책이 사목이고요. 사각 기둥 모양 놋쇠로 만든 자가

유척인데요. 하나는 죄인을 다스리는 형벌 도구가 규격에 맞는지 검사할 때 사용하고

나머지 하나는 세금이 제대로 걷히는지 도량형을 감찰할 때 썼다네요. 

그 외에도 쌀, 콩, 굴비 먹을 거랑 광목천 같은 최소한의 경비가 

한 눈에도 그리 넉넉해 보이지 않네요.

  

그도 그럴것이 암행어사 수행 길에는 고을에서 여비를

구하거나 암행어사임을 내세워 숙식을 제공받는 것이 금지되어 있어

돈이 떨어지면 길에서 잠을 자고 음식을 빌어먹어야 하는 거지 신세가 다를 바 없어요.

그렇다고 출발 전에 집에서 옷이랑 곡식을 더 챙겨갈 수도 없는 노릇.

심지어 가족들에게조차 암행어사 임명 사실을 말해서도 안 되고 임명받은 즉시

암행 지역으로 출발해야 했다니 먼 길 떠나는 마음이 애처롭기 그지 없네요. 

마을 뒷산 언덕에 올라 불 켜진 집을 향해 전해지지 않을 작별인사를 하고

눈물을 훔치는 세로. 행색도 최대한 낡고 허름한 옷으로 갈아입고 

강을 건너기 위해 나루터로 향해요.

 

그런데 한양을 떠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나더니 

행색은 더 초라하고 하룻밤 묵을 잠자리 마련하기가 이렇게나 어려울 수가

그리운 집생각이 더 나네요. 오늘밤은 산을 넘어 허름한 빈집에서 잠을 청해야 할

처지가 산천초목 호령하는 암행어사가 맞나 신세 한탄이 절로 나오겠네요.   

더욱이 마을 장터에 들어서니 암행어사 체면이고 뭐고 사방에서 풍겨오는

음식 냄새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요. 평소 떡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세로에게는 "떡 사시오!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만큼 맛있는 떡이 왔어요!

떡 사시오!" 떡장수 소리가 자신을 홀리는 듯 하네요. 그 때, 다짜고짜

 떡장수가 세로의 멱살을 잡고 고래고래 소리치는데요. 

"보아하니 땡전 한 푼 없는 모양이구먼! 에라, 이 도둑놈!"

 

떡장수는 좌판에 놓인 떡이 없어진 걸 발견하고

노발대발하는데 세로는 영문도 모르고 당하고 있어요. 구세주처럼 나타난

마강해가 세로에게서 떡장수를 떼어 놓고보니 돌쇠와 마강해도

할 말을 잃은 표정이네요. 그런데 잠시 뒤, 세로 일행을 뒤쫓아온 사내아이 둘이 

낯이 익은 모양이에요. 조금전 장터 떡 좌판에서 기웃거리던 아이들인데

배가 너무 고픈 나머지 떡을 훔친 범인이었어요. 세로는 아이들때문에 자신이 도둑으로

오인 받은 게 억울했지만 사정이 딱한 용이 형제의 사연을 들으니 가만 있을 수 없네요.

결국 용이네 고향에 도착한 세로 일행은 고을 사정을 살펴보기로 하는데요.

마을 흉년이 얼마나 심한지 동네 소나무가 성한 게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었고요. 백성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굶주림만이 아니었어요.

 

새로 부임한 사또가 구휼미를 빼돌려 막대한 세금을 걷고 

죄 없는 사람을 옥에 가둔 뒤 돈을 받고 풀어 주는 가하며 매일같이 양반들과 

술판을 벌이고 있으니 속에서 천불이 올라와요. 그야말로 한 고을을 책임지는 사또라는

작자가 백성을 살피기는 커녕 온갖 폭정과 비리를 저지르는 꼴이니 죄값을 치를 때가 온 거죠.  

"암행어사 출두요!" 돌쇠와 수십 명의 역졸이 관아로 들어닥치자 놀란 사또와 아전들은

넋이 나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도망치거나 숨느라 정신없고요. 천둥 같은 목소리로

호통 치는 세로 앞에서 끝까지 변명을 늘어놓던 사또는 납작 엎드려 바들바들 떨고 있네요.

세로가 유척으로 조사해본 결과 형구들이 규격보다 크고, 매에는 짐숭의 힘줄을

덧붙여 사용하고 있었고요. 세금을 거두는 되도 규격보다 컸어요.

드디어 세로의 명령이 떨어지자 마을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며 기뻐하죠. 

"만세! 만세! 암행어사 나리 만세!"

 

이 책의 큰 장점이 바로 좌충우돌 이선비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 역사와 문화를 터득할 수 있지요. 

앞서 암행어사에게 필요한 도구의 쓰임이 그렇고, 크게 다섯 가지 암행어사 임무도 

이야기에 잘 녹아있어요. 그렇다고 암행어사에게 혼쭐나는 나쁜 사또만 있는 건 아니에요.

실제 역사 속 유명한 인물 중에 암행어사 출신이 많아요. 저도 춘향전 소설에 나오는 

이몽령 밖에 생각이 안 나다 이름만 들어도 다 알만한 유명한 분들이라 놀랐어요.

어사 박문수, 조선시대 성리학의 대가인 이황, 조선 최고의 실학자 정약용,

추사 김정희 모두 암행어사로 활약한 분들이라네요.

그러니 힘없는 백성들에게 암행어사란 존재가 얼마나 대단하고 

존경받는 위인인지 이선비가 달리보이네요.

 

 처음부터 조금은 불안불안했던 이선비

세로가 이렇게 멋지게 잘 해낼 지 몰랐어요. 그리고 이야기가 끝나고

세계로선생님이 들려주는 암행어사 이야기에 다시한번 암행어사 임무가 쉽지 않다는 걸

알겠어요. 옛날에는 먼 지역을 이동하는 수단이 발달되지 않아 목적지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고 거기에 지방 수령들이 암행어사 파견 사실을 미리 알아 내

방해 공작을 펴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도 많고요. 암행어사 제도가 왜 조선 시대에만

있었던 걸까요? 왕이 나라를 다스리는 중앙 집권 국가였던 조선시대 법과 제도를 알면 

궁금증이 좀 풀리지 않을까요. 특히 주로 매로 다스리는 형벌 제도는

오늘날과 많이 다르네요. 옛날은 죄 지은 사람들이 감옥에 갇히는 일은 없었다고 하고요.

백성을 너무 엄하게도 다스리지 않고, 함부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엄격한 원칙에 따랐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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