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껍질 속의 에디 저학년을 위한 꼬마도서관 12
안네 가우스 글.그림, 함미라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단단한 호두껍질을 쓰고 태어난 꼬마아이.

외부 자극이나 반응에 단단한 벽 하나를 두고 있는 셈인데요.

실제 자녀가 무언증을 앓았던 경험으로 쓴 작가의 이야기라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더 마음이 가네요. 그냥 글 잘 쓰고 그림 잘 그리는 그림책 작가가 아니라

아이와 함께 힘든 시간을 이겨낸 강한 엄마로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요.

또래 친구들이 밖에서 신나게 공놀이를 하는 한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는 에디.

한 눈에도 친구들과 잘 어울려 놀지 못하고 자기만의 작은 세계에 갇혀 있는 듯 하죠.

마치 아직 달걀을 뚫고 나오지 못한 어린 병아리같기도 하고 세상이 두려워

밖을 나오길 겁내는 어린 새 같기도 하네요. 하지만 에디를 에워싸고 있는

울퉁불퉁한 껍질은 그림에서 보듯 매끈한 달걀껍질보다 휠씬 단단해 보이고요.

스스로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기조차 힘들게 보여요.

 

그러니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겠죠.

또 시끄러운 소리가 나도 에디에게는 잘 들리지 않아요. 많은 시간을

혼자서 꼼짝 않고 가만히 있거나 말 한마디 없을 때가 많죠. 그러던 어느 날 에디는

요술지팡이를 든 마법사 아줌마를 만나게 되는데요. 다행인 건 마법사 아줌마는 에디에게

말을 걸 수도 있고 에디의 생각을 읽을 수도 있지요. 당장이라도 에디가 생각하는 소원같은 걸

요술지팡이로 주문을 외워 소원을 들어 줄 수 있을 거 같은데요. 에디가 생각하는 소원이

좀 다르네요. 우리가 보기에는 굉장히 거추장스럽고 남과 다른 결점정도로

여길테지만 에디의 생각은 그 마저도 불편하다는 걸 잘 몰라요.

오히려 자신을 보호하는 호두껍질이 망가질까 걱정하는 에디를 보면서

하나의 관점으로 문제를 쉽게 해결 할 수 없다는 걸 알겠어요.

"가만있자. 너를 도우려면 뭐가 필요한지 한번 볼까."

 

마법사는 에디가 진짜 두려워 하는 걸 

이겨내기 위해 옆에서 도와줄 뿐이죠. 굳이 근사한 마법사가 아니어도

누구나 마법사 아줌마처럼 친절하게 도움울 줄 수 있는 작은 배려가 필요해요.

때때로 에디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많아서 깜짝깜짝 놀라지만 제법 용기내어 

에디는 마법사 아줌마가 시킨 심부름을 잘 해내요. 이건 누가 누굴 도와주는 지

헷갈릴 정도로 능청스런 아줌마처럼 자꾸만 에디에게 심부름을 시켜요.

매법 핑계도 그럴싸하고요. 요즘 제철 맞은 딸기에 이어 두번째 밀가루 심부름때

전날 마법 지팡이를 깔고 잠든 바람에 그만 지팡이가 완전히 구부러져 수리 센터에

맡겨야 한다는 핑계며, 또 세번째 심부름땐 수리 센터에 맡긴

마법 지팡이를 아직까지 찾아오지 못했다는 이유도 가지가지. 

꽤나 그럴싸한 핑계거리에 에디의 불평이 오래가지 않아요. 

 

대뜸 에디 입에서 "제가 어떻게 도와드려요?

제가 껍질 속에 있다는 걸 잊으신 건 아니지요?" 이런 말이 왜 안 나오겠어요.

그야말로 자신이 부러진 마법 지팡이대신 내키지 않는 심부름을 계속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죠. 일단 무슨 말이든 입을 벙긋하기만 하면 곧바로 가게 천장이

무너져내릴 것도 같고, 틀림없이 가게 주인 아저씨는 배꼽잡고 놀릴 거 같아 기분이 엉망이에요. 

이럴 때 아이에게 용기를 북돋아 줄 수 있는 말 한마디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버럭,

"넌 그것도 못해!" 남과 비교해 아이 자존심을 확 긁지 말고 아이가 가장 두려워 하는 걸

바로 친구로 만들어 버리는 지혜가 놀라워요. 그러니깐 작가는 아이의 치료 과정에서

가족외에도 주변 여러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던 경험을 마법사를 통해

보여주려는 거 같아요. 그림책에서야 마법사 한 명이 딸기 장수도 됐다가 

얼굴에 콧수염도 붙이고, 머리에 가발도 쓰면서 여러 사람으로

변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럴 수 없으니까요.

  

우리도 언제든 친절한 마법사가 될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언제 어디서든 에디와 같은 서툰 아이가 저기..저저저

우으 우우우.. 어렵게 몇마디 걸어올 때 휙- 무심히 지나치지 않도록 마음의 문을

꼭꼭 닫지 말아야겠어요. 여기 에디가 만났던 달걀 장수 할아버지는 에디의

"다, 다, 다, 다, 다걀요." 서툰 말에 알아서 달걀 개수도 맞춰줘요. 그러는 사이,

이상하리만치 에디의 단단했던 호두껍질이 점점 얇아지는 게 눈에 보이기 시작하죠. 

차츰차츰 세상 밖으로 부딪쳐 나오는 진짜 용기가 생긴 거 같아요. 

진짜 마법사의 마법같지만 모두의 도움으로 끝까지 해낸 용기라는 마법말이죠.

거기에는 마법사 아줌마와 함께 일하는 겁쟁이 토끼의 역할도 무지 커요. 

주로 따뜻한 차를 즐겨 마시는 그는 멀쩡한 귀를 우스꽝스럽게

위로 올려 묶은 귀여운 토끼친구죠.

 

누구보다 에디의 답답한 심경을 털어 놓는 유일한 친구인데

정녕 에디의 얘기는 들어 줄 수 없는 답답한 친구. 그럼에도 둘 사이가

친구가 되는 건 대화가 되든 안 되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겁쟁이 토끼는 에디가 하는 

말을 못 듣는 대신 에디가 하는 말이 전부 다 못한다는 말뿐이라 어차피 작전은 대성공인 셈이죠.

나중에 에디가 용기를 갖으므로써 겁쟁이 토끼도 따라서 묶었던 귀를 풀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요. 저 개인적으로는 이 책의 주인공인 호두껍질 속 에디도

세상 어디에도 볼 수 없는 특이한 주인공이다 생각들지만 그보다 휠씬 더

특별하고 사랑스런 주인공이야 말로 겁쟁이 토끼란 생각이 들어요.

책을 읽는 아이들도 이런 토끼친구 하나 있으면 세상 고민, 걱정

다 털어 놓을 수 있을 같아요. 그리고 마법사 아줌마가 준비한

깜짝 파티에 여자친구도 빠질 수 없으니

에디를 축하하는 자리에 여러분도 꼬-옥 빠지지 마세요.

  

분명 이 책은 현재 남모르게 가족만 아는

고통을 겪는 친구들에게 용기를 주는 책이지만 특별히 무언증을

앓는 친구만 해당되는 건 아니에요. 평상시 남 앞에 서면 굉장히 부끄러움이 많거나

의사 표현이 서투른 친구들이 읽어도 좋아요. 작가는 이야기 끝에 못다한 이야기를 더, 더 채워

담고 또 담았어요. 누구보다 어떤 도움의 말이 절실한 지 몇 장에 걸쳐 부모님께 드리는

당부의 말을 전하고 있죠. 아이의 입에서 단 '몇마디 말'이 나오기까지

부모의 애간장 녹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지 현관문 열고 한걸음 걸어나와

이웃집 아주머니와 나누는 그 몇 마디, 유치원 선생님이나 학교 선생님과 나누는

그 몇 마디, 소아과 의사 선생님과 나누는 그 몇 마디에 부모는 하루에도 

울고 웃기를 반복한데요. 더 몰랐던 건, 선택적 무언증이 가족에 한해서는

별다른 특징을 보이지 않다가 처음으로 집이 아닌 유치원에 갔을 때, 

그냥 낯가림이 심하다는 정도로 가볍게 넘기는 경우가 많아

치료를 제때 못받는 경우도 있다네요.

 

어쩌면 작가는 어린이를 위한 동화를 쓰면서도

마지막에는 부모님께 어떤 식으로든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었는 지 몰라요.

본인이 어떤 상황에 힘들어 좌절했고 어떤 상황에 희망이 보였는지

책을 다 읽고 나면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더 감동적이에요. 아마도 이 책과

마주 하는 순간이 아이에게는 마법사 아줌마를 만나는 순간이자 

가장 힘을 주는 친구를 만나는 순간일 거라 생각들어요. 저도 작가가 강조하는 자세를

유념해서 매사 조바심 내지 않고 아이의 말에 귀기울어 듣는 노력을 해야겠어요.

솔직히 다른 한가지 '사소한 발상의 전환'은 좀 자신 없어

며칠 가지 못하고 금방 까먹을 거 같고요. 어디 아이들 공부학원처럼

부모도 배워서 시험치는 전문학원에서 배워야 써먹을 수 있을 같죠^^

확실히 요즘 뜨는 용기 관련 책이라도 많이 읽고

자꾸 쪼그라드는 용기 에너지를 핫둘핫둘 단련시켜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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