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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케이크의 습격 ㅣ 블랙홀 판타지동화 1
필립 리브 지음, 사라 매킨타이어 그림, 위문숙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끝도 없이 펼쳐진 광활한 우주에 사람들이 모르는 골치아픈 일이
어마어마하게 많다고요? 주니어김영사 블랙홀 판타지동화 첫번째 이야기
<우주 케이크의 습격>에 나오는 주인공 아스트라 가족의 모험을 보면 지구를 떠나
새로운 별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거 같네요. 그것도 지구와 떨어져 있는 거리가
얼마나 멀면 우주선에서 백구십구 년이 지나야 도착할 수 있는 별이에요.
그 때쯤 아스트라의 나이가 이백아홉 살? 손가락으로 열심히 계산해봐도 믿기 힘든 나이죠.
하지만 미래의 우주선에 타면 특별한 수면 캡슐이 있어서 순식간에 잠이 든
사람을 얼려 버려 전혀 나이 들지 않는데요. 아마 우주선이 샛별나라에
도착해서 사람들을 깨우면 하룻밤 정도 자고 일어난
기분이 든다니 걱정할 일이 아니네요.
슈우우웅~ 우주기지에서 아스트라네 가족을 태운
우주왕복선이 발사됐고 햇살 가득한 하늘을 지나 금세 우주 궤도로 진입.
이윽고 중력이 완전히 사라지는 무중력상태를 경험해요. 좌석 안전벨트를 한 채
양손이 무릎 위로 떠오르고 발은 바닥에서 떠 있고 머리카락은 제멋대로 춤을 춰요.
아스트라는 계속 밑으로 떨어질 듯한 이 기분이 나쁘지 않았어요. 마치 하늘 높이
솟구쳤다 순식간에 땅 아래로 추락하는 기분이 놀이기구 타는 거마냥 신나죠.
어느새 지구에서 출발한 우주왕복선은 빠르게 우주정거장에 도착.
온갖 우주선들이 왔다갔다 움직이는 가운데 아스트라네 가족을 샛별나라로
데려다 줄 커다란 우주선에 옮겨타요. 잠시후 우주선과 우주선이 결합한 순간,
무중력상태에서 사람들이 공중에 떠 있는 곡예사처럼
대기 중이던 우주선으로 들어와요.
우주선 안내를 맡은 몇몇 로봇들까지 둥둥 떠다니며
사람들을 수면구역으로 안내해요. 만약 이 책의 유명한 그림 작가
사라 매킨타이어의 일러스트가 아니었다면 이렇게나 우주에서의 생생한 여정이
이해하기 힘들었을 거 같아요. 이젠 무중력상태를 즐기는 아스트라와 처음부터 적응에
힘들어하는 아스트라 아빠의 표정이 넘 실감날 뿐 아니라 신기한 우주선 내부를
넘 잘 표현했어요. 한마디로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이 시각적으로 영화화 된 거 같아요.
가장 신기했던 건 우주선 내부에 줄줄 들어 서 있는 삼백 개의 수면 캡슐.
그리고 사람들이 여행하는 동안 우주선을 관리하는 로봇들이 넘 신기해요.
그중 특별히 수면구역을 관리하는 잠봇이나 우주선 안내로봇 필빔,
그리고 무슨 음식이든 제조할 수 있는 냠냠이 9000은
매우 탐나는 지능형 로봇이에요.
다만 원하는 음식을 주문할 때 꽤나 정확하게 말해야
작동이 가능해요. 아니면 상상하지 못한 엄청난 큰 일이 일어나고 말죠.
바로 아스트라가 주문한 케이크가 말썽이에요. 도저히 아스트라가 원하는 환상적인 케이크는
만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요. 계속해서 작동 중 빨간 불빛만 깜빡깜빡 멈추지 않아요.
결국 아빠 손에 이끌려 아스트라가 잠이 들 때까지 냠냠이 시스템은 그대로 작동을
멈추지 않았죠. 우주선이 태양계를 벗어나 고요하고 거대한 우주로 향해
나아가는 내내 기계 고장은 상태가 더 나빠진 듯 해요. 도중에 갑작스럽게 혼자
우주선에서 깨어난 아스트라는 고장난 냠냠이 시스템을 재확인하는데요.
주변에 온통 부스러기가 떠다닐 뿐 조금 전 고장 신호는 변함이 없어요.
이대로 우주선이 샛별나라에 도착한다면 사람들의
아침식사도 큰 문제지요.
그러나 우려했던 불안이 곧 현실이 되고 마는데요.
느닷없이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이상한 케이크가 기계 배출구로 툭 떨어지는데..
아니 달콤한 케이크가 까만 구슬같은 눈이 세 개나 달리고 커다란 입이 쩌억쩌억 벌어질 때마다
여러 개의 작은 이빨들이 당장이라도 뭔가를 먹어 치울 기세예요. 아니라 다를까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괴물 케이크가 아스트라를 덮치려는 찰라
그보다 크기가 큰 대형 케이크가 눈 세 개 달린 작은 케이크를 먹어 치우는 게 아니겠어요.
이제야 냠냠이 시스템 주변에 사방팔방 케이크 부스러기가 흩어진 이유를 알 거 같네요.
우주선 안에서 괴물 케이크끼리 닥치는데로 서로 잡아먹고 먹히는 위험천만한 사건을
유일하게 목격한 아스트라는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어요.
더욱이 샛별나라에 도착하려면 구십구 년, 구 개월, 삼 주, 육 일,
열두 시간, 십사분 뒤 엄청난 시간이 남았더랬죠.
더욱 심각한 건 현재 냠냠이 시스템이
우주선의 컴퓨터용 전력을 몽땅 쓰고 있어서 우주선마저 자꾸 오류가
생겨나고 있어요. 앞으로 어떤 더 큰 일이 벌어질 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어요.
지금도 냠냠이 시스템은 굉장히 모두가 깜짝 놀랄 뛰어난 케이크를 만드는데 계속 진화하고
있거든요. 결코 아스트라가 말한 뛰어난 케이크는 '이렇게 뛰어난' 걸 말한 게 아니었는데..
모든 게 자기 탓만 같은 아스트라는 애써 참았던 눈물을 터트리고 말아요.
겨우 옆에서 필빔이 위로를 건네는데요. 일단 우주선의 컴퓨터를 다시 조종해서
냠냠이 시스템을 끄고, 저 무시무시한 괴물 케이크를 우주선 밖으로 내쫓는 방법을 제시.
그리고는 괴물 케이크를 피해서 배가 고픈 아스트라를 우주선의 비밀 정원으로 안내해요.
이곳은 자연의 식물들이 가득한 지구의 숲과 비슷하지만 진짜 곤충대신
전자 곤충들이 살고 있어요. 쉴새없이 꽃과 꽃 사이에서
꽃가루를 나르는 모습이 진짜 곤충과 다르지 않네요.
그러니 아이들의 호기심이 얼마나 커지겠어요.
무중력상태에서 이들을 쫓아 과일나무에 열린 잘익은 과일 하나를 따서
한 입에 덥석. 상상만 해도 환상적인 우주선 여행이 즐겁지 않겠어요.
거기에 검은 밧줄 같은 시커먼 촉수를 가진 외계생명체의 등장은 잠시도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할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빠져들어요. 아스트라는 숨 쉬는 것도 잊어버릴 만큼
우주에서는 외계인의 존재가 가장 두려운 존재가 확실해요. 그들이 아스트라를 납치해서
곧 우주선에 닥칠 위험을 경고하는데요. 우주선은 결국 원래 가려던 행성에
도착하지 못하고 우주를 떠돌다 해체될 위기에 처한다는 거죠.
다시 말해 우주 미아가 될 고장 난 우주선 해체는 이들의 몫.
과연 아스트라는 우주 청소부인 포글라이트의 우주선 해체 작업과
끔찍한 우주 케이크의 습격을 다 막아낼 수 있을 지 결말이 궁금해요.
그리고 드디어 시작된 우주 전쟁은
치열한 결투가 예상되는 수면구역에서 시작. 이제는 잠봇 로봇까지
아스트라에게 강제로 수면 진정제를 투여하려고 아스트라의 발목을 붙잡는데요.
아무것도 모른 채 깊은 잠에 빠져있는 많은 사람들의 안전이 아스트라 손에 달려 있어요.
비록 아스트라 혼자 고군분투중이지만 의외로 뽀족한 해결책은 평상시 케이크와 연관있는
물건을 떠올리면 쉽게 찾을 수 있어요. 이 책을 끝까지 보기까지는 같은 무기로
어떻게 괴물 케이크를 상대할 지 감이 잘 오지 않지만 하나보다는 둘, 그 이상이
모이면 엄청난 힘을 발휘해요. 또한 그토록 심열을 기울인 냠냠이 9000의
환상적인 절대 케이크를 한번 구경해 보세요. 그보다도 '절대'라는 단어가 가진
그 엄청난 후폭풍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거예요. 끝으로 로봇에게
음식을 주문할 때 절대! 절대란 말을 함부로 쓰지 마세요.